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복 Nov 08. 2019

소통의 반지

지식의 저주를 풀다

목동인 기게스는 우연히 아주 신비로운 반지를 얻게 된다. 이 반지를 끼고 안으로 돌리면 투명 인간이 되어 아무도 자신을 볼 수 없다. 목동은 이 반지를 끼고 궁궐로 들어가 왕을 죽이고 왕비를 아내로 삼는다. 그리고 마침내 새로운 왕이 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이 지은 <국가>에 나오는 가공의 마법 반지인 ‘기게스의 반지(Ring of Gyges)’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다른 효과를 가진 반지를 하나 상상해 보았다. 바로 소통에 신비한 힘을 발휘하는 소통의 반지다.  


만일 소통을 할 때 안으로 돌리면 당신의 관점에서, 밖으로 돌리면 상대방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반지가 있다면 어떨까? 이런 마법의 반지가 있다면 지식의 저주로 인해 생기는 오해와 문제도 모두 사라질 것이다. 참 행복한 세상이 올 것이다. 



그러나 지식의 저주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그러한 기게스 반지는 세상 그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더더구나 지식의 저주라는 괴물은 각자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어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가정에서, 회사에서, 사회에서, 국가에서 발생하는 소통의 가장 커다란 방해꾼인 ‘지식의 저주’라는 괴물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그 괴물이 자신의 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래서 자기 혼자만의 언어로 상대가 알아듣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한다. 


이런 무시무시한 괴물을 잡는 첫걸음은 바로 자신이 지식의 저주에 걸려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내가 지금 지식의 저주에 걸려있는 것은 아닌가?’ 


이런 깨달음이 있는 순간 그 괴물은 전혀 힘을 쓰지 못한다. 마치 아침 호숫가에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해가 쨍 뜨는 순간 사라지듯 말이다. 어쩌면 스스로 이런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 지식의 저주를 푸는 ‘소통의 반지’는 아닐까!  


지식의 저주 때문에 소통이 잘 안된다고 해서 지식을 쌓아가는 것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많이 안다는 것은 분명 축복이다. 지식의 저주에 빠지지 않도록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지식은 더욱 커다란 축복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나도 많이 알고, 상대방도 많이 알아서 서로 이해하고 대화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지식의 저주로 인한 불통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는 행복한 세상이 열릴 것이다. 

이전 18화 상대의 두려움에 공감하면 변화가 쉬워진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