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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회상하며

경기장 밖에서 환상을 갖는 것보다 안에서 방황하는 것이 낫다

by 심야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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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더 빨리 컨설턴트로 일할 기회가 이미 두 번 정도 있었습니다.

첫 번째 대학교 복학 전, 어렵게 얻은 전략 컨설팅 업체에 인터뷰를 가진 시점이었습니다.

두 번째 헤드헌터를 통해서 소개받은 시점이었습니다.


첫 번째 인터뷰 기회는 참담하게 끝나버렸습니다. 그동안 쌓은 이력을 모두 버린 채 업계에 대한 이해 없이 막연한 기대감과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가진 인터뷰였기 때문에 헤매고, 허무하게 끝나버렸죠.


이제 와서 복기해본다면, 기회를 얻었을 때 조금 더 철저하게 준비했으면 어땠을까? 그동안 쌓아둔 이력을 버릴 만큼 소중했던 기회였다면 허무하게 날리지 않도록 노력했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후에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입학하게 됩니다.

대학원에서 보낸 시간을 폄하할 순 없지만, 그 시작은 내가 느꼈던 부족함을 학업으로 메운다는 핑계로 도망친 겁니다. 만약 미래에 대한 열망이 컸다면, 진로를 다르게 결정했겠죠. 아니면 어렵더라도 업계에 진입하려는 노력을 다시 했을 겁니다. 그 정도까진 아니었던 겁니다.


두 번째 기회는 소위 안정적인 직장이라고 인정받는 기업에 근무하면서 헤드헌터를 통해서 얻은 것이었습니다. 파이널 오퍼까지 받은 상태였으나, 준비 안된 상태에서 오는 막연한 두려움,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지금 생각하면 최악의 한 수를 두게 됩니다.


지금은 준비가 안 됐으니, 운영 컨설팅과 관계된 자격증을 따고, 공부도 하고 다시 도전하자는 생각이었죠.

준비를 하겠다는 핑계로 현재의 문제를 피한 겁니다.


결국은 변화에 대한 저항으로 몇 차례를 기회를 스스로 버리고, 그 후 몇 년 후 자의 반, 타의 반 용기를 내게 됩니다.


하고 싶은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자신이 이동하고 싶은 업계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접근해선 안됩니다.

업계에 빈틈없는 이해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알아야 할 보편의 지식을 가지고 접근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그것을 얻는다고 시간을 낭비해선 안됩니다.


가능하다면 최대한 빨리 입문하고 빨리 실패하고, 고치면서 앞으로 나가야 합니다.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변화에 대한 저항으로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면서 시점을 미루면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경기를 뛰려면 먼저 플레이그라운드에 진입해야 합니다. 외부를 돌면서 막연하게 동경, 염려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만약 구른다면 플레이그라운드에서 구르고, 넘어져도 플레이그라운드에서 넘어져야 합니다. 플레이그라운드 밖에서 넘어지는 건 그냥 넘어지는 거지만, 안에서 넘어지면 그것도 경험이 되고 경력이 됩니다.


누군가는 배움에는 시기가 있고, 철저한 준비는 실행보다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러나, 배움에는 시기가 없이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고, 일하면서 배우는 것이 중요한 시점도 있습니다. 철저한 준비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한 이후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목표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준비만 철저히 하는 건 한정된 자원을 막연한 기대에 베팅하는 무모한 도박입니다.


Image by HeungSoon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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