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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Nov 06. 2019

혼자 다닌 동호회만 13개

혼자면 어때? 가보고 해보면 되지

마술동호회(2), 영어회화스터디(3개), 독서모임(3개), 인문학모임, 수영동호회, 기타동호회(3개). 내가 지금까지 참여했던 동호회 목록이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동호회는 기타동호회 1개와 독서모임 2개다.


'동호회에 한 번 가볼까?'하고 생각하게 된 그때의 내 나이 26살이었다. 20년 가까이 살던 곳을 떠나 부산으로 이사를 갔다. 환경이 바뀌다 보니 모든 게 낯설었다. 어떤 일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방황했다. 자기계발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람을 만나고 싶었고 사람에게 배우고 싶었다. 다양한 경험이 필요할 것 같아 낯선 세상에 나를 내던져 보기로 했다. 그곳이 동호회였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꽤 많은 동호회가 나왔다. 아무 모임이나 고르지 않았다. 파티, 여행, 친목도모와 같이 마냥 노는 모임보다는 뭔가를 함께 배우면서 놀 수 있는 모임을 원했다. 영어를 배우고 싶어 영어회화스터디를 했고 책을 좋아해 독서모임을, 기타를 배우고 싶어 기타동호회에 들었다. 여러 곳에서 배우고 즐기면서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고 또 성장할 수 있었다. 낯선 곳에 기회가 있다더니 그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다.


혼자가 모여 함께

동호회에 가면 혼자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혼자라 외로운 마음에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오는 사람도 있었고 취미생활을 함께 하기 위해 오는 사람도 있었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모임이나 동호회의 장점은 혼자인 사람들이 모여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다닌 영어회화스터디에서는 영어 외에도 친목도모를 위해 번개와 정기모임이 많았고 주기적으로 파티도 했다. 함께 영어공부를 하는 것도 좋았지만 같이 식사하고 대화를 나누며 사람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다.


한 번은 동호회 멤버들과 1박 2일 엠티를 떠난 적 있었는데 사람들끼리 다들 마음이 잘 맞아 그 이후로도 계속 만나며 식사도 하고 볼링과 포켓볼과 같은 스포츠도 즐기며 불타는 토요일을 보냈다. 가끔은 바닷가가 보이는 펜션으로 1박 2일 여행을 가기도 했는데 자주 갈 때는 매주 펜션으로 1박 2일로 놀러가기도 했다. 술도 마시고 고기도 먹으며 그렇게 허기진 배를 채웠고 게임을 하고 웃고 떠들면서 외롭고 심심할 틈도 없이 재미지게 놀았다.


스터디를 통해 배운 영어 덕분에 혼자 45일 유럽여행에서 언어의 소통에 있어서는 큰 걱정을 하지 않고 마음껏 다닐 수 있었다. 유창하진 않았다. 짧은 문장밖에 구사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의사소통은 할 수 있었다. 아무리 손짓, 발짓으로 다 된다고 하지만 중요한 건 얼마나 쉽고 편하게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느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딱 맞았다.


독서모임에서 꿈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독서모임에 가입하게 됐다. 내가 찾아간 곳은 단순히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이 아니었다. 독서를 통해 자신의 꿈과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그동안 살면서 꿈과 목표를 가진 사람들을 본 적 없었고 그런 것에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은 달라보였다. 저마다의 가치를 추구하며 남다른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눈빛은 반짝였고 목소리에서는 힘이 느껴졌다.


목표를 가지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고 공유하면서 나 역시도 그들에게 물들어갔다. 나의 꿈과 목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의 목표를 시각화하기 위해 나만의 보물지도인 비전보드를 만들어 벽에 붙여 매일 나의 꿈을 상상하기도 했다. 늦잠꾸러기였던 내가 아침형 인간으로 바뀌기도 했다. 본격적인 자기계발을 시작하게 됐고 나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 그렇게 책에서 배웠고 사람에게도 배웠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독서모임도 특별하다. 모임이 토요일 아침 7시에 있다. 역시나 독서를 통해 자신이 꿈꾸는 바를 이루기 위한 사람들이 모여있다. 독서모임 멤버들을 만나 토론하고 서로의 목표를 공유함으로써 긍정의 에너지를 많이 받는다. 게을러지려고 하다가도 다시 일어나 시작하게 만드는 동기부여가 된다. 토요일 아침 늘어지게 자는 것보다 백 배는 효율적인 시간이다.


악기 하나 정도는 배워야겠지?

노래를 좋아했다. 언제 어디서든 매일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다녔다. 슈퍼스타K 오디션만 4번이나 참가했고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가요제에도 7~8번은 참가했다. 그 정도로 음악에 대한 나의 열정은 남달랐다.

자연스레 악기에 관심이 갔다. 단순히 음악을 좋아해서만은 아니었다. '그래도 악기 하나 정도는 배워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피아노와 기타 중 무엇을 배울지 고민에 빠졌다. 아무래도 휴대할 수 있는 기타가 좋을 것 같아 기타를 선택해 배우게 됐다.


기타동호회에서 매달 정기모임을 하고 있다. 모임에서 공연을 여러 번 했다. 단체가 아닌 혼자서. 솔로로 무대에 서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끝나고 나면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그때 느끼는 성취감과 황홀함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내가 해냈구나 하는 뿌듯함도 많이 든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그 자신감은 자존감으로 이어진다. '혼자라고 해서 못할 것도 없구나'하는 생각도 든다.




동호회에 다니지 않았다면, 다양한 나이대와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혼자서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동호회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즐긴 덕분에 혼자인 시간을 함께 보내며 더 의미있는 일상을 보낼 수 있었다.

혼자라고 못할 게 뭐 있겠는가? 어느 모임이든 찾아가서 만나고 배우다 보면 재밌는 것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처음이 힘들 뿐이다. 여러 군데 가다보면 낯선 사람과의 만남도 처음이라는 어색함도 점점 익숙해진다. 혼자라 외롭고 심심하다면 자신의 관심사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모임이나 동호회를 찾아가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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