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아채기를 멈춰라.
나도 한때 말이 많은 사람이었다. 아니, 사실 지금도 적지 않다. 나의 의견을 빠르게 표현하고 침묵은 수동적인 태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늘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대화가 길어질수록 내 말이 상대방에게 닿기보다 멀어지는 것을 느낀다. 더 나아가 내가 한 말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말 잘하는 법’을 다룬 책들을 거의 빼놓지 않고 읽은 것 같다. 내게 필요한 것은 더 나은 표현법이나 논리적 설득 기술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고 대화를 반복할수록 깨달았다. 진짜로 말을 잘한다는 것은 화려한 수사나 날카로운 논리를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은 덜 말하는 것, 그리고 더 듣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이었다.
1. 말하는 즐거움의 함정: 쾌감중독
우리는 왜 말을 많이 할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며 느끼는 쾌감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경험과 생각을 표현하며 심리적 만족을 얻는다. 내가 주인공이 된 듯한 순간 상대의 호응에서 느껴지는 인정, 이 모든 것이 말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그 쾌감은 짧은 순간뿐이며 대화가 길어질수록 내 말이 빛을 잃어가는 것을 깨닫게 된다.
2. 적게 말하기가 대화의 진정한 힘
적게 말한다는 것은 단순히 침묵을 지키는 것이 아니다. 이는 대화에서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고 상대방에게 진정한 공간을 내주는 기술이다. 나는 오랜 시간 ‘잘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진정한 대화의 성공은 ‘잘 듣는 것’에서 시작된다.
대화의 중심은 나 자신이 아니다.
말을 줄이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을 때 상대방의 감정과 생각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단지 상대를 존중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가져온다. 내가 적게 말할수록 오히려 내 의견이 더 큰 무게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3. 실패 없는 대화: 경청의 기술
대화를 성공으로 이끄는 가장 강력한 도구는 침묵을 배우는 것이다. 상대방이 자신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도록 기다리고 필요한 순간에 짧고 정확하게 말하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다.
대화의 주도권을 빼앗지 말라.
자신의 말에 쾌감을 느끼는 순간 상대방의 이야기를 가로채는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 침묵이 불편하더라도 기다리는 것이 상대를 더 깊이 이해할 기회를 만든다.
낚아채기를 멈추라.
호응을 가장한 낚아채기는 대화의 흐름을 깨뜨린다.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듯하면서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이는 것은 진정한 호응이 아니다. 호응이란 상대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공감하는 행위이지 자신의 주장이나 경험을 끼워 넣는 기회가 아니다. 대화는 상대의 이야기에 머물러 주는 여유에서 깊어지는 법이다.
질문하라
질문은 대화를 깊어지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지닌다. 상대방이 그 순간 느꼈던 감정은 어땠는지, 어떤 마음이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물어보라. 이러한 질문은 대답을 통해 상대를 더 깊이 이해할 실마리를 제공하며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즐거움을 비로소 깨닫게 되는 순간을 선사한다.
말을 줄이고 대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면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난다.
적게 말했지만 내 의견이 오히려 더 큰 무게를 얻게 되고 상대방은 내가 덜 말할수록 더 집중하며 내 말에 가치를 부여한다. 동시에 나는 내가 느끼는 쾌감이 대화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진정한 쾌감은 상대와의 연결에서, 그리고 더 깊어진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적게 말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하지만 침묵의 불편함을 넘어설 때 우리는 대화 속에서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대화의 핵심은 나를 드러내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내가 덜 말함으로써 상대방이 더 많이 드러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여전히 나는 말이 많지만, 이 내용들을 여러번 생각하고 점점 대화의 주도권을 상대방에게 주려고 노력한다. 이 모든 노력은 상대를 위한 것이기도 한 동시에 나를 위한 지혜다.
-라 로슈푸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