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정한 태쁘 Dec 10. 2024

사람은 누구나 위대하다.

다름을 인정하는 시선

내 삶의 모토, 사람은 누구나 위대하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중에는 나와 비슷한 사람도 있고 나와 완전히 다른 사람도 있다. 비슷함 속에서 우리는 친밀감을 느끼고 다름 속에서는 거리감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이 "다름"은 꼭 나쁜 것일까?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는 남편의 영향이 크다. 우리 남편은 나와 정말 다르다. 느려도 너무 느리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후다닥 움직이면서 하루를 시작하는데 남편은 침대에서 늘어진 고양이처럼 한참을 기지개를 켜고 천천히 일어난다. 나는 뭐든 한꺼번에 빠르게 끝내는 걸 좋아하지만 남편은 꼭 하나씩 순서대로 천천히 해야 한다. 그런 남편을 보며 한때는 이렇게 생각했다. ‘어쩜 이럴 수가 있지? 느리다는 것도 이 정도면 재능 아니야?’


같이 외출이라도 하려면 현관문이 잘 닫혔는지 한참을 쳐다보는 남편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그냥 지나가도록 놔두어야 할 때도 많다. 아니 도대체 닫힌 현관문을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걸까. 이 부분은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지점이다.

연애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데이트를 준비할 때마다 그의 여유로움이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고 빠르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그의 태도가 때로는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여유가 넘칠까? 무슨 자판기에 시간을 충전해 놓은 사람처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나는 그의 속도 속에 숨겨진 가치를 알게 되었다. 남편은 세상만사에 불편함이 없는 사람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고 정확하고 꼼꼼하게 일처리를 한다. 실수가 거의 없고 항상 일을 마무리할 때는 완벽한 결과를 가져온다. 그는 내가 보지 못한 작은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고 그 덕분에 많은 문제를 미리 예방할 수 있었다.

제천 의림지

뿐만 아니라 남편은 이해심이 넓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 나는 종종 “어떻게 저 사람은 저렇게 행동할 수 있지?”라고 상대를 비판하는 데 반해 그는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하며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린다. 이런 그의 태도는 때로는 내가 어이없게 느껴질 정도로 관대하다. 하지만 10년을 함께 살아보니, 그가 가진 이 관대함과 공감 능력은 나에게 없던 귀한 덕목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의 20대는 날카롭고 모난 편이었다. 세상과 사람들을 바라보는 기준이 엄격했고 그 기준에 맞지 않으면 쉽게 불편함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이런 그의 태도가 시간이 지나며 나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날카롭고 모났던 내가 둥글둥글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10년을 함께 살다 보니 남편은 나를 성격 좋은 사람처럼 만들어놨다. 이제는 웬만한 일에도 “뭐,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을 내뱉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우리는 흔히 자신과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 자신의 기준을 잣대로 삼는다. 그리고 그 기준에 맞지 않으면 틀렸다고 판단한다.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남편을 통해 배운 것은 다름이란 틀림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다름 속에는 내가 채우지 못했던 빈 공간이 있고 그 다름을 인정할 때 비로소 관계가 깊어지고 나 자신도 성숙해질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철학과 방식을 가지고 살아간다. 어떤 사람은 빠르게 움직이며 세상을 바꾸고 어떤 사람은 천천히 자신의 페이스대로 세상을 바라본다. 누군가는 논리적 사고로 사람들을 이끌고 누군가는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위로한다. 이 모든 철학과 방식은 각자가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나름의 이유와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 누구의 철학도 틀리지 않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 그리고 그 다름이 모여 더 풍요롭고 따뜻한 세상을 만든다. 내가 사랑하는 남편처럼 누군가는 느리지만 정확하고 누군가는 빠르지만 섬세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다름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상에 기여하고 각자의 고유한 빛을 낸다.


이러한 시선은 인간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다름을 인정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더 이상 상대방을 고치거나 변화시키려 애쓰지 않는다.


대신, 그 사람이 가진 강점을 발견하고 그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찾게 된다.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할 때 서로를 통해 배우는 기회가 늘어난다. 무엇보다 이런 태도는 상대방에게 안전하고 편안한 감정을 심어주며 서로의 다름을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오늘도 나는 남편에게 배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의 다름 속에 숨겨진 위대함을 찾으려 한다. 그리고 그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간다.


우리 모두가 다름을 인정할 때, 비로소 세상은 더 넓고 따뜻해질 것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철학과 위대함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나와는 다른 모습에 화내거나 짜증 내는 대신 다름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껴보면 어떨까.


"나는 그대가 나와 다르다는 점에서 그대를 사랑한다."  

-앙드레 지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