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워리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두었다. 더 나은 선택이 있다고 생각해서다. 물론 위험부담이 따르는 일이었지만 도전에는 늘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니까. 물론 그런 위험을 직접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다들 그렇다고 하니까, 뭐 위험하겠지 싶었다. 사실 오래전, 젊었을 때 멋들어지게 퇴사를 했던 적이 있다. 그때는 후회를 조금 했었다. 물론 결과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었던 것 같지만 당시는 덩그러니 세상에 던져진 것 같다는 불안감에 살짝 떨렸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잊었는지, 또다시 퇴사를 했다. 경력과 연륜이 쌓였으니, 더 나은 선택을 한 거라 믿고 있지만, 모르겠다. 잘한 선택인지 아닌지. 여하튼 후회하지 않으려 발버둥 치며 사는 중이다. 그렇다고 막 열심히 사는 것 같지는 않고, 그냥 마음만 바쁘다.
후회하지 않으며 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후회할 일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사실 후회라는 것이 인간이면 누구나 필연적으로 하게 되는 본능에 가깝다. 늘 옳은 선택만 하고 살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특히 어린 시절 후회할 일들을 많이 하게 되는데, 다행스럽게도 조금씩 철이 들어 ‘사회화’가 되면 ‘후회’는 줄어든다. 그렇게 철이 든 우리는 과거의 수많은 실패와 좌절, 치욕, 슬픔 따위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이불을 발로 차게 된다. 낯뜨겁지만 성장의 증거이니 참아야 한다. 별 수 없다.
그런데 젊은 시절의 치기 어린 일탈에도 정도가 있다. 그 정도가 넘어서면, 자칫 평생에 걸쳐 두고두고 후회해야 할 수도 있다.
영화 <돈 워리>의 주인공 존 캘러핸은 음주운전으로 인해 전신마비라는 크나큰 죗값을 치르게 된다. 그야말로 ‘철없음’과 그로 인한 ‘후회’가 가장 맞아떨어지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존은 자신의 철없던 행동을 처절히 후회하며 과거로 돌아가길, 그리고 그 비극의 순간을 바꿀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무엇이든 다 줄테니, 이 상황을 바꿔줘." 그의 간절함이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는다. 나 역시도 종종 그런 상상으로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런 상상이 현재의 나를, 나의 상황을 얼마나 달라지게 할지는 모르지만, 그때 그랬다면, 다른 결정을 했다면 어땠을까를 끊임없이 바란다. “이보게. 난 미래의 나라네. 넌 주식으로 큰돈을 잃게 될 테니 부디 그 멍청한 투자를 멈추게.”
사실 후회하지 않고 사는 것은 어렵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냥, 자연스럽게 후회가 되는 걸 어쩌란 말인가. 후회하지 말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하지만 그것도 사람 나름이다. 좌절과 후회 속에서 쉽게 벗어나는 사람도 있고 깊은 구렁텅이에 빠져 한참을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저마다 각자의 속도로 벗어나면 된다. 굳이 스스로를 속여가며 억지로 긍정적일 필요도 없다. 어차피 언젠가는 결국 일상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죽지 않으려면, 살아야 하니깐 말이다.
또 어떻게든 살아지는 게 인생이다.
영화 속 존 역시 충분히 망가지고, 실컷 후회한다. 그 과정이 다소 위태로워 보이지만, 원하는 만큼 충분히 좌절하고, 그 이후 다시 힘을 내 살아간다. 그 과정이 극적이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공감 간다. 다소 전형적인 결말이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더 처참히 망가져가는 주인공을 보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새드 엔딩을 보기에 내 삶은 이미 충분히 피곤하다. 현실에선 찾아보기 힘든 꿈과 희망을 영화에서라도 찾아야 하지 않겠냔 말이다.
그렇다고 영화가 막 신나는 엔딩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긴 하다. 나름 따뜻하지만 메마른 내 감정을 적셔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지금은, 더 신나는 영화를 봤어야 하는 건 아니었는지 후회스럽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철없는’ 상태다.
아무래도 지금은 다 때려부수는 액션영화가 더 필요했던 것 같긴하다.
"나야, 더 나은 선택을 하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