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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pi Sep 13. 2023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도전기(10)

다시 찾아올지 모를 고마움 -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살아가다 보면 분명 닥칠 일인데 긴장이 많이 되고 과연 어떨까 라는 기대반 걱정 반하는 순간들이 있다. 특목고 시험, 학력고사, 대학원 시험, 승진 시험을 보는 등 주로 시험에 대한 것이 많았고, 누군가를 만나는 사람에 대한 것도 있었다. 시험처럼 한동안 내 모든 것을 쏟아붓고 결과를 기다리는가 하면 누군가를 만나는 것처럼 기대감으로 설레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들은 대부분 젊은 날의 추억일 경우가 많다. 어찌 보면 기회가 많았던 젊은 날이었기에 가능했던 것들이 많았던 것이다. 당시에는 너무 걱정이 많고 불안한 순간이었지만 살다 보면 느끼게 된다. 그 또한 젊은 날의 특권이라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러한 긴장은 시계추처럼 살아가는 지금에는 만나기 힘든, 차라리 설렘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브런치불 출판 프로젝트를 통해 2021년 첫 응모를 했고, 2022년 재도전을 해서 그해 12월 정말 운 좋게 당선이 되고 출판사와의 수차례 면담을 통해 8월 말 출간이라는 시간표를 받았다. 과거 사육신 중 한 명인 성삼문이 그의 할아버지가 출생 당시 애가 나왔는지 세 번이나 물어봤다 하여 '삼문(三問)'이라고 했다는데, 나 또한 내 책이 언제 나오는지 궁금해하는 심정이 그 수준이었다. 


드디어 8월 25일.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겠는데 아내의 생일날 온라인 서점에 내 책이 모습을 드러냈다. 브라질에 있다 보니 직접 보지는 못하고, 출장지에서 내 아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접한 느낌? 너무도 신기하고 가슴 벅찬 순간이었다. 내 책이 나오다니.

   


책이 그냥 나 혼자 기념 출판한 것도 아니고, 나를 선택해 준 출판사에 대한 도리이기도 해서 부지런히 SNS에 퍼 날랐다. 그동안 조금씩 출판에 대한 소식을 알리긴 했지만, 내 책을 내가 선전한다는 것은 여전히 부끄럽기도 하다. 전에 받았던 최종본 파일을 다시 보며 남에게 보였을 때 부끄럽고 유치한 부분은 없는가 다시 보았는데, 의외로 술술 잘 읽혔다. 그리고 SNS에 올렸을 때의 지인들의 반응을 보면서,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젊은 날 내가 낸 책에 대해서 지인을 비롯한 누군가가 찬사를 보내주었다면 아 내가 잘나서 그런가 보다 하고 좋게 말하면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겠지만, 이제는 고마움과 감사함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보다 축하해 주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처럼 축하받기 어려운 시대, 책을 출간했음에 축해해 주고 같이 기뻐해주는 사람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은 무엇보다 큰 소득이다. 물론 책이라는 것이 지인들만 사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제 초보 작가라는 작가라는 타이틀조차 어색한 나에게 이러한 축하는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어줄 것 같다. 



또 책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전에 내가 지인들의 책이 나왔을 때 어떻게 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도 이렇게 응원해 주고 직접 사서 보겠다고 말해주었던가 하는 반성과 앞으로는 나도 이렇게 해야겠다는 생각. 말하기도 전에 책을 주문하고 받았다고 사진 찍어서 보내주는 이들, 자신이 낸 책처럼 SNS에 올려주고 응원하고 지인에게 권해주셨던 분들, 심지어는 잠깐 스쳐가는 인연이었는데도 어떻게 내 이름을 기억하고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내 책을 보았다고 구입하면서 사진까지 메일에 보내주는 분들까지. 책은 나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있었구나 하는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해 주었다.

전설적인 영어 강사인 민병철 교수님의 책 옆에 진열되는 영광까지. 스웨덴에서 잠시 본 지인이 찍어 보내주셨다.


대형서점에 진열된 내 책들. 가서 꼭 집어보고 사진 찍고 싶었는데, 혼자 태어난 자식이 고국에서 분투하는 모습을 보는 느낌이었다.


책을 본 분들의 반응은 '웃기면서도 슬펐다.', '한 번에 쭉 다 읽어버렸다'가 주된 반응이었다. 그래, 생활 에세이고 내가 살아온 과정을 쉽게 쓰고 읽히려 했던 의도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 같아 만족스러웠고, 특히 그동안 좀 유머러스하고 재밌는 글을 지향한 내가 슬픈 글도 쓸 수 있다는데 좀 고무되긴 했다. 또, 오래된 지인들은 '나에겐 익숙한 유머 그리고 그림들'이라고 하면서, 나를 잊지 않고 있음에 감사했다. 


책이 출간되고, 폭풍 같은 2주 정도가 지나갔다. 교보문고에서는 판매 순위 276위까지 올라갔고 예스 24에서는 판매지수가 600~700대를 오가는 중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렇게 되 긴장되었던 순간들이 지나고 나면 아 그랬었어하듯이, 나는 많은 이들이 보여주었던 관심에 감사하고, 아들처럼 내 분신이 된 책을 간직한 채 다시 또 나의 50대를 준배 할 것이다. 그것이 또 다른 출간이 될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이정표가 되어 힘들 때마다 이 책을 만져가며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응원의 글들. 나라면 이렇게 했을까 하는 부끄러움과 고마움과 교차했다.



그렇게 나의 브런치북 출판 도전기는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인생을 살아가며 여러 경험을 하겠지만, 브런치북 출판 도전기는 이전과는 다른 또 다른 새로운 경험을 주었다. 승진과 같이 세속적인 것도 아니고 지난 오십 년간 써왔던 내 글이 하나의 책으로 엮이면서 그 무엇보다도 바꿀 수 없는 경험과 성취를 주었다. 또 누군가에게 구구절절 나를 설명하기보다 나의 특징을 말할 수 있는 하나가 될 것이기에 개인적으로도 책을 몇 십 권 더 사두고 앞으로 만날 소중한 인연이 될 누군가에게 한 권씩 주어야지 하는 생각도 한다. 어찌 보면 이 책의 최대의 독자는 '나'인 셈이다.    



누군가 나에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가 무슨 의미냐고 물어본다면 한 마디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찾아올지 모를 고마움.



P.S. 제 책을 소개하기 부끄럽지만... 글, 사진, 만화가 어우러진 제 책~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점 그리고 이제는 전자책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한 번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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