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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pi Aug 21. 2023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도전기(9)

거위의 꿈 - 8.25.(금) '마누라 속이기' 출간

요즘 들어 인생이 주식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잘될 것 같다는 상상의 꿈을 꾸다가도, 갑자기 예상치 못한 일에 실망하기도 한다. 간혹 가다 가뭄에 콩 나듯 있다고는 하나... 더구나 나이를 먹을수록 즐거운 일보다는 그렇지 않은 일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그럼 젊었을 때는 좋은 일만 많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과거의 기억을 들춰보곤 한다. 그런데 과거에도 항상 좋은 일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늘 힘들고 긴장된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 기억들을 보면 젊었을 때나 나이 들어서나 일상은 늘 마찬가지였구나라고 느낀다. 그렇다. 변한 것은 없었고 늘 그랬다. 50이라는 나이가 돼도 크게 변한 것은 없다.

 

1999년 파출소장 때 일기. 누군가의 죽음을 수시로 봐야 했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쯤 되면, 나에겐 왜 좋은 일이 가뭄에 콩 나듯 나는가에 대한 원망보다는, 그 가뭄 중에도 나는 콩나물이 있네?라는 감사함으로 바뀌게 된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사소한 것에 감사하게 되는 것 같다. 젊었을 때는(자꾸 이러니까 내가 꼭 나이가 되게 많이 든 거 같네. 참.) 좋은 일이 여기도 생기고 저기고 생기고 없으면 내일도 생길 수 있는데 왜 지금 당장 생기지 않는 거야하고 짜증 낼 수도 있겠지만, 이제 그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지 않는 나이가 되다 보니 그 잘 생기지 않는 '좋은 일'들이 생기는데 너무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50이 다 된 나에게 선물같이 찾아온 그 좋은 일이 바로 브런치북 출판이었다. 특별상이라는 과분한 선택을 받고, 다시 출판으로 가는 과정은 원작을 만든 것에 두 배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었지만 행복한 순간이었다. 말 그대로 내 안에 있던 꿈을 실현해 가는 과정이었으니까. 또 그 과정에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과 '독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책을 만드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체험하며 스스로가 조금 성장한다는 느낌도 가질 수 있었다. 50에 성장이라니. 이 얼마나 큰 선물인가. 올해 8월까지 가족들과 휴가 한 번 내고 제대로 놀러 간 적 없이 퇴근과 주말의 대부분을 그 과정에 쏟아 넣었지만 너무나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러던 중, 드디어 아래아 한글로만 편집되었던 내 글이 출판되는 책의 형태로 편집이 되어 도착했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감사용 투수가 던진 공이 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이렇게 표현하면 과할지 모르겠지만, 15년 전 병원에서 막 태어난 아들을 보았던 그 느낌이랄까.   

15년 전, 내 자식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신기해서 하루에도 수십 번을 보고 또 보았던 것처럼, 출판사에서 보내 준 초판본을 보고 또 보았다. 내 책이 나왔다니. 그리고 출근하면서 집사람에게도 읽어보라고 했다. 뭐 책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내가 글 쓰는 거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큰 기대를 안 했는데, 퇴근해서 물어보니 "처음에 그 장면들이 상상도 되고 해서 집에서 혼자 푸하하하 웃었지만, 뒤로 가면서 좀 슬펐어. 내 남편이 이렇게 살아가고 있었다니."라는 의외의 답변을 들었다. 


출판사에서 보내온 초판본 파일과 함께 책 표지에 대한 시안도 5개를 준비했다며 골라보라고 했는데, 원래 브런치북에는 스웨덴 산중턱에 있는 자갈밭을 표지로 했었건만 시안에는 내가 그린 아내의 초상을 넣었다. 출판사에서는 나를 특별상으로 뽑아줄 때 내가 그린 만화를 높게 평가해서 그런지 책표지도 그렇게 만화로 선정했는데, 자갈밭보다는 이게 더 어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전문가의 감각은 달랐고, 나는 그 표지를 보며 이 초상을 그렸을 때 아내의 모습을 생각하고 또 한 번 웃었다. 

내 책의 표지


마지막 보강 내역, 표지에 대한 의견, 작가에 대한 소개 멘트, 출판 일정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나의 출판 일정은 거의 마무리되었다. 이제 8.25.(금)에 인터넷 서점에 소개되고 일주일간 오프라인에 전시된다니 내 손을 떠나 정말 대중 앞에 서게 되었다. 


날개가 있어 한국에 날아갈 수 있다면 서점에 가보기도 하고 뭔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겠건만, 브라질에 있다 보니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마치 시집간 딸이 애를 낳는데 가보지도 못하고 집에서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랄까. 누군가의 선택을 받고, 서평을 남겨준다면 정성스럽게 답을 하고 싶다.   


그날, 우리 아파트에는 애니메이션 '리오'(실제로 배경도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루라고 한다)에나 나옴직한 커다란 앵무새 무리가 날아왔다. 브라질이니까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실제 브라질에 산 지 1년이 되도록 보기 드문 장면이다. 우리 집이 6층 꼭대기인데 독수리만 한 앵무새 5마리가 날아와 울더니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날아갔다. 뭔가 좋은 게 아닐까. 뭔가 말하려는 그들의 눈빛이.

아파트에 날아온 앵무새 떼



요즘 들어 퇴근할 때 차에서 들으면 울컥하는 노래가 있다.


인순이의 '거위의 꿈'


이 노래가 원래는 김동률과 이적의 프로젝트 그룹 '카니발'이 처음 부른 노래이고, 노래를 만든 이유도 젊은 청년들이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꿈을 키웠으면 하는 소망에서 만든 노래였다고 한다. 그런데, 인순이가 부르면서 '거위의 꿈'은 현실에 눌려 꿈을 누르고 살아왔던 중장년들이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이뤄가길 바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노래로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아예 중장년의 희망을 노래하는 인순이의 노래로 자리 잡았다.


2020년 6월 말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계획 없는 떠났던 나의 여행이 

3년 만에 지면으로 소복이 쌓여가고 있다. 

나같이 평범한 사람의 자취도 작가로 탄생할 수 있도록 도와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며

앞으로의 나의 길도 희망과 꿈으로 다시 한번 거위처럼 날아가고 싶다.  



난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숙이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혹 때론 누군가가 뜻 모를 비웃음

내 등뒤에 흘릴 때도 난 참아야 했죠

참을 수 있었죠 그날을 위해


늘 걱정하듯 말하죠 헛된 꿈은 독이라고

세상은 끝이 정해진 책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라고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언젠가 난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 순 없죠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날을 함께해요..


https://youtu.be/Mx_5SAaRPc0

거위의 꿈은 인순이의 인생 그 자체다. 나도 그처럼 꿈과 희망을 가지고, 그리고 실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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