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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새의숲 Dec 13. 2023

터키 셀축, 에페스, 파묵칼레, 안탈리아, 보드룸

- 때로는 혼자, 때로는 같이. 환대받는 이방인. 

셀축


셀축은 내가 원하는 걸 가지고 있는 도시다. 역사와 유적. 

서울 시내에서만 살던 내게, 길거리에 버티고 있는 성벽들은 환희의 대상이다.  


고대 유적에 "다가가지 마시오"라는 팻말이 없는 게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 신기하면 만져봐도 되고, 주위를 가까이 빙글빙글 돌아도 제지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좋을 따름.  과거 유적들이 그냥 사람들 삶 속에 그대로 녹아있다.  


저 귀한 유적들 위에 집 짓고 사는 새들. 자기들이 얼마나 비싼 집에 살고 있는지 알긴 한 걸까 ㅋ  


우리나라 같으면 난리 났을 텐데, 당장 새집 철거 들어갔을걸?  


하지만 터키인들의 생각은 좀 다른 듯. 사람들이 분주하게 뭔가 일하고 있길래 철거하나? 라며 자세히 보니, 

새집을 단장해 주고 있었다.... 유적을 대하는 태도뿐만이 아니라, 동물을 대하는 태도 또한 이리 다르다..  


그러고 보면, 오히려 동양보다 서양이 자연과 어울려 사는데 더 친숙하지 않나 싶다. 

몇천 년 전에 지어진 건물을 계속 보수해서 쓰고, 동물들이 자유롭게 그 건물 위에 집을 짓고 살게 내버려 둔다.. 

과거의 유물, 동물, 현재. 모두 그냥 어울려 살고 있다는 느낌.  


에페스까지는 3km 거리다. 난 버스 대신 걸어가기로 한다. 걷는 거 좋아하는 데 뭐. 길가에 늘어져 있는 개가 정겹다.  


가는 길에 만난 아르테미스 신전. 나 아르테미스 좋아해. 나랑 좀 성격이 닮은 거 같거든.  반가워라 들어가 본다.  


고대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신전이었다는 아르테미스 신전. 지금은 늪지대로 바뀌어 버려 건물의 대부분이 전부 허물어졌다.  


그나마 온전한 건 돌기둥 하나 달랑.. 나머지는 모두 질퍽한 늪지대라서 오리나 철새들의 집터로 변해버렸다. 

저 원기둥 맨 꼭대기에도 새가 둥지를 틀고 살고 있다.. 정말 비싼 집에 살고 있는 운 좋은 새.  


예전에는 얼마나 화려했을까. 그냥 하나 남은 돌기둥이 수십 개 이어진 거대 신전이 있었다 하니, 돌기둥 하나로 머릿속에 크기를 짐작해 보는 수밖에.. 아마도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보다 살짝 작은 크기 정도의 웅장한 신전이 아니었을까 싶다.  


돌덩이 하나가 저만했으니.. 고대 그리스어가 쓰인 돌덩이들이 깨져서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다.. 

읽고 싶다... 역사 복원 작업은 마치 퍼즐 맞추기처럼 재미있을 것 같아. 속도도 느릿느릿 진행되고.. 

생각해 보니, 어릴 때 꿈 중에 고고학자가 끼어 있다. 단, 돈이 아주 많아야 할 수 있지... 라며 포기했었던 기억이.   


돌아 나오는 길. 공동묘지가 눈에 띄어 또 들어가 본다.  


내가 여행 중 자꾸 묘지에 들어가는 이유는, 어릴 때 제대로 오빠를 떠나보내지 못했기 때문임을 알고 있다. 

상실에는 애도과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울며 불며 악을 써서라도 힘든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의 일정 시간과 고통의 과정을 겪어야만 평온이 찾아온다는 걸 너무 어려서 몰랐던 듯.  


그냥 참고 버티면 세월에 무뎌져  사라지는 줄 알았으나, 천만에. 제대로 겪지 않고 넣어두면 언젠가 한 번은 화산이 되어 폭발하고야 만다. 그래서 슬플 때는 슬픈 감정을 꼭꼭 씹어  느끼고, 이별 후에는 상실의 고통을 인정하고 애도의 기간을 꼭 거쳐야 한다는 걸 배웠다. 나 자신에게 애도의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나. 공동묘지를 보면  발걸음이 저절로 향하더라.  


에페스로 올라가는 길. 맑은 하늘 구름 보며 시골길을 따라 걷는 것도 참 좋더라. 셀축에서 에페스 3km 걸을만하다.  


따각 따각 소리가 뒤에서 들려오길래 봤더니 예쁜 빨간 마차다.  


부리나케 달려가보니, 말들이 벌써 저런 자세로 뭔가를 먹고 있었다.. 밥 먹니?  


부서진 성벽. 한쪽면이 그냥 날아갔네. 

내가 정말 가보고 싶던 고대 대도시, 에페스가 가까워져 오나 보다.  

셀축에서 에페스는 3km 정도라 보통 관광버스를 타고 가는데, 난 그냥 걸어가는 걸 권한다. 

버스를 타고 가면 많은 걸 놓친다. 아름다운 풍경, 사색의 시간, 아르테미스 신전, 경건한 공동묘지들을 모두 놓치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들은 목적지에 있는 게 아니라,
 가는 도중에 만나는 길에 있다는 걸 알려준 셀축-에페스 트랙킹.



에페스는 완전 고대 대도시였다. 터키에서 유명한 에페스 맥주의 이름도 이 도시에서 따 온 거라고. 

클레오파트라와 율리우스 시저가 함께 시찰 겸 거닐었다는 대로변도 아직 남아있다. 오호~  

입구에 석관들이 전시되어 있다. 만져볼 수도 있게 아주 오픈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섬세하게 부조가 되어 있는데, 거의 신화적인 내용이다. 닳고 닳았지만, 당시에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정말.. 대단해.  


내가 좋아하는 원형 극장. 시데의 원형 극장보다 더 크다. 아마 현존  최대규모라지. 

그리스의 원형극장보다 허배 큰 것 같다.  


들어가면 정말로 어마어마하다. 앞에 쭉 난 대로변이 예전에는 엄청난 조각상들로 화려함의 극치를 자랑했을 메인 도로다. 

클레오파트라와 율리우스 시저가 함께 거닐었다는 그 유명한 길.  


어마어마.. 여기 사람 다 들어오면 5만 명인가 8만 명 수용 가능하다고 들은 것 같다. 8만 명...  


복원을 끝낸 하드리아누스 도서관. 이 건물을 보고 거의 넋을 잃었었다. 너무 아름다워서.  


목 없는 대리석상이 조금 섬뜩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대리석으로 이렇게 정교한 장식을 깎아 넣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 기술도 기술이지만, 정성이 정말 보통이 아니다. 빈틈없이, 어디 허전한 구석 한 군데 없이 빼곡한 장식.  


어마어마하다.  


모든 건물들이 아직까지 그 화려함을 희미하게 가지고 있었다.  


텅 빈 도시. 예전에는 수많은 사람들과 마차들이 지나다녔을 대도시.  


길 양 옆에 저런 대리석이 쭈욱 늘어서 있었다고 상상해 봤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압도당한다. 뜨허 ~  


도시 뒤편의 작은 원형 극장. 소규모의 공연이나 집회가 열렸겠지. 아담 사이즈인 게, 나한테 꼭 맞다.  


저녁이 되자, 관광인파들이 모두 빠지고 또 나 혼자 남았다. 쓸쓸한 내 그림자와 모두 떠난 빈 도시가 꽤 잘 어울린다.  


혼자 텅 빈 고대 도시를 걷는 느낌이란.... 허전하면서도 살짝 설레기도 하고.. 너무 좋았다.  


난 이런 쓸쓸한 느낌을 즐기는 경향이 있는가 보다. 아니면, 내가 그 당시 마음 상태가 저랬던가.. 

그렇게 고대 도시를 혼자 걸어가는 동안 이상 야릇한 쾌감에 휩싸였다는. 에페스에 나 혼자 있는 거야??라는 떨림.  


난 맘에 들면 일단 손부터 들이댄다. 촉각이 유일하게 발달한 오감이기 때문이지.. 

돌아오는 길에 신기한 마음에 유적에 슬쩍 손 한 번 대서 만져보고. (죄송합니다~)  


되돌아 나오니, 오늘 저녁 특별 콘서트가 있는가 보다. 대 원형 극장을 바라보며 하는 행사라... 근사하다.  


돌아가는 길 3km , 저녁이 되고 배가 고파서 버스를 타고 갈까 했더니, 막차가 이미 떠났다고.. 

할 수 없지, 걸어가야지..라고 포기하고 걸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봉고차가 하나 서더니 한 기사 아저씨가 경쾌한 목소리로 "레이디! 셀축? 컴 컴. 프리 프리  "이라고 차에 타라고 한다.  


차 안을 들여다보니 관광버스기사단으로 보이는 아저씨들이 가득 타고 있다. 웃음들이 모두 해맑다. 안전한 사람들이구나. 

그래서 올라탔다. 아저씨 왈, 


우리는 전부 기사들이야. 셀축으로 돌아가는 중이야. 넌 어디서 왔어?


한국이라 하자, 기사단 아저씨들이 신나서 모두 외친다. 


오 꼬레아~ 가라데 쉬~~~ 
컴 히어 레이디! 


 터벅터벅 3km 다시 걸어서 돌아오려 했던 여자애를 픽업해서, 친절하게 셀축 중심가까지 태워 내려준 고마운 아저씨들. 걸어왔으면 오는 길에 배고파 쓰러질뻔했다. 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아....


필요할 때 척척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보내주는 느낌... 


누군가 내 여행을 돌봐주고 있다는 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나 이제 신을 믿어야 되는 건가.  

숙소에 돌아와 '가라데 쉬'가 뭐예요?라고 물어보니, Brother라는 뜻이라고. 

터키 사람들이 정말 '형제의 나라'라고 우릴 부르는구나.



파묵칼레


터키에 여행할 때 꼭 가봐야 한다는 파묵칼레로 가는 길.  


하늘이 파스텔 톤으로 너무 예뻐서 넋을 잃었다. 정말 예쁘다~~~  

  

뭉게뭉게 정말 예쁜 하늘과 흰 소금빛 돌들.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미끄럽고 온천물이 나오기 때문에.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니 이렇게 좋을 수가 있나.. 냐하하하하  


사람들도 전부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하늘과 이어진 소금빛 언덕을 바라본다.  


온천물이 너무 좋아서 고대 로마 병사들이 집단으로 온천욕을 즐기곤 했던 역사적인 장소. 난.. 이상하게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 역사와 관련된 곳을 좋아한다.. 특히 로마 시대의 건축물이나 사상들이 현대사회보다 더 매력적이다.  


정말 그림 같은 풍경. 보고 있으면서도 눈을 믿을 수 없는 예쁜 풍경이었다...... 이걸 나 혼자 봐야 하다니.  


물이 정말 따뜻한 데다, 딱 몸 담그기 좋은 깊이라서 나도 수영복 갈아입고 온천욕을 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잠시 꾹 참는다.. 발 담그는 것으로 만족하자. 그리고 난 오늘 안탈리아까지 가야 해.  


파묵칼레 맨 꼭대기에는 원형극장을 비롯해 고대 로마시대 유적들이 남겨져 있다. 어떤 이들은 돌덩이라 하지만, 내게 저 돌들은 하나하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나 같은 사람들이 열심히 실어 나르고 쌓고 사용했을 어떤 따스한 온기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 같아서 하나라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꼭.. 만져본다. (죄송)  


내려오는 길. 이런 좋은 풍경을 나 혼자 보는 게 조금 아깝다.  


부모님과 함께 봤으면 정말 신기해하셨을 텐데,  내 친구들이 보면 꺄르르르 정말 좋아할 텐데, 상수엉아도 같이 봤었으면.. 이제까지는 혼자 신나게 노는 여행이었다면, 이때부터인가 내 마음속에 사람들이 속속 떠올라 자리 잡기 시작.  


여행 후 한국에선  이런 그리운 이들로 내 인생을 채워야겠다.. 


라는 어렴풋한 예쁜 사람들과의 미래 청사진을 그렸다. 

내 인생의 그리운 사람들이 윤곽을 잡아 내 마음속에 채워지기 시작한 곳. 파묵칼레 안녕. 



안탈리아


파묵칼레를 들려오느라고 새벽에 도착한 안탈리아. 

무작정 한 줄 호텔정보를 택시기사에게 들이밀고 숙소 도착. 


밤새 자고 일어나 나와보니, 꽃의 도시처럼 화사한 안탈리아. 



무작정 걷다 보니, 우와와와와와~~~ 너무도 아름다운 바다가 지척에 있었다. 그때의 환희란.... 



저 멀리 보이는 산과 구름, 이국적인 요트. 그리고 쪽빛 바다..... 



정말 너무 아름다운 곳. 말로 형용할 수 있는 가슴 벅찬 느낌이 밀려와서 다리에 힘이 풀렸다. 



남부 도시 안탈리아는 터키에서도 부유한 도시다. 터키 본연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유럽에 훨씬 가깝다. 



곳곳에 유적들이 즐비한 것도 딱 내 스타일. 보통 안탈리아에 볼 것 없다는 사람들 후기 때문에 살짝 걱정했었는데, 정말 오길 잘했다... 너무 한적하고 여유로운 풍경. 



내가 그리 꿈꾸던 유럽을 터키에서 발견하다니. 터키는.. 참 이상한 곳이다. 이슬람과 그리스 로마문화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문화의 짬뽕 지라고나 할까? 그만큼 볼거리가 많고, 문화도 다양하고, 사람들도 이상하리만큼 친절한 곳. 



트램을 보니 정말 내가 유럽 대륙에 벌써 와 있는 느낌. 



그러고 보니, 터키에 온 지 3주가 훌쩍 지나가는 시점인데도, 아직 박물관은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았었다. 

여행오기 전에는 박물관은 모조리 훑어주리라 다짐하고 왔건만, 일단 다른 게 너무 하고 싶은 게 많았으니까. 

안탈리아에서는 박물관이 끌리더라. 일단, 터키에서 손꼽히는 큰 박물관인 안탈리아 박물관으로 간다. 



고대 무덤을 통째로 옮겨놨다. 파이프관 같은 곳에 잠들어 있는 조상의 뼈. 



살의 가감 없는 형태의 해골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가진 외모의 부질없음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해골이 되기 전에 내 육체와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야겠다..라는 다짐이 몰려온다. 내 살과 육체는 정말 소중하다.... 



사진으로만 만나보며 탄성을 질렀던 고대 대리석 석상들을 난생처음으로 본 날 온몸에 흘렀던 전율을 잊을 수가 없다. 입이 딱 벌어지고, 눈이 땡그래지면서 심장 박동이 요동친다. 



그리고 이렇게 벌거벗은 조각상을 대하는 것도 처음이다. 사람보다 더 정교해서 살짝 민망할 정도. 

하지만 여자가 봐도 예쁜 여성의 나체들.. 난 이때부터 조각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헤라클레스의 업적을 묘사한 석관. 서구 역사에서 헤라클레스를 빼면 신화의 반 정도가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발견한 아리아드네. 미궁에서 테세우스를 구해낸 아리아드네 공주는 고국을 떠나 영웅과 함께 하려 하지만, 낙소스 섬에서 잠들어 버린다. 그 사이, 테세우스는 그녀를 버리고(?) 출항해 버리는데, 잠들어 있는 아리아드네에게는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다.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 내게도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겠지..라는 묘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신화라서 좋다. 


눈부신 아리아드네와 말이 튀어나올 것 같은 정교한 모양의 석관. 



육체들이 마구 섞여 있어 어지러울 정도의 석관 옆면. 한참 보고 있노라면, 인생이 이런 거지.. 세상이 이렇게 어지러운 거지..라는 생각이 든다. 한 인물 인물들이 개개인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신화의 내용을 묘사한 거지만, 신화는 인간의 역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는, 이 석관 앞에 서서 '원래 세상은 이렇게 복잡하고 치열한 거야'라는 생각을 했다는. 



그리고 내가 반해버린 조각상 '댄서'. 그녀의 자태가 얼마나 생동감 있고 우아한지, 지금이라도 움직일 것만 같다. 치맛자락을 살포시 흔드는 자태 하며, 어깨선, 다리 모양.. 정말 댄서다. 멈춰있지만 동적이다. 살아있는 나보다도 더. 



인간의 육체는 아름답다.....라는 걸 깨닫게 해 준 고대 조각상들. 나는 너무 내 몸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되돌아보게 된 계기. 생동감 있게 움직이고, 아름답게 가꾸고, 사랑하는 사람과 스킨십 하고, 그렇게 좋은 일에 육체를 쓰는 것이 살아 있는 동안 해야 할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싹트기 시작. 난 이제까지 너무  죽어있었다. 



이제.. 살아나야겠다. 



내 몸의 소중함을 깨닫자마자 몸 쓰러 놀러 갔다. 


래프팅. 과감하게 혼자. 


뒤에 앉은 터키 친구들이 음악 틀어놓고 장난치고 춤추고, 즐거워서 어쩔 줄을 모르더라. 너무 유쾌해서 나까지 즐겁더라. 



혼자 래프팅 하러 가는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던 친구들이 말을 건다. 

어디서 왔어? 


그러다가 자연스레 그들 팀에 끼어버렸다. 푸하하하 



터키 제일의 래프팅 명소. 산골짜기로 들어가자 물빛이 참 청명하다. 




물이 엄청 차가워서 들어가면 깜짝 놀랄 거라고 터키 친구들이 겁을 준다. 



영어 그룹은 따로 팀을 짜서 진행했지만, 나는 터키 친구들을 믿고 터키어 강사가 진행하는 래프팅 팀에 들어갔다. 


"너 터키어 할 줄 알아?" 

"응.. 아.. 아니." 


라고 대답하니, 옆에 있는 터키인들이 모두 깔깔대며 웃는다. 

뭐.. 위험하면 니들이 살려주겠지. 그냥 나는 그렇게 터키팀이 되었다.


 물에 빠지고 빠뜨리고 뛰어내리고 다이빙하고 엄청 격렬하게 놀고 나니 무릎이 다 까지고 멍들어 있더라. 



난 정말 과감하게도... 등산화를 신고 래프팅 했다. 

애들이 너 신발 정말 좋은 거 신었노라며 부러워하더라... ^^; 


아쿠아 슈즈가 따로 있남. 난 등산화를 아쿠아 슈즈로 용도변경해서 사용할 수 있다규. ㅋㅎㅎㅎㅎ 



그렇게 즐거운 래프팅. 혼자 온 이방인을 내버려 두지 않고 자기 팀에 끼워서 챙긴다. 


"TJ 이리 와, 우리랑 같이 놀자.
터키어 우리가 번역해 줄게. 그냥 우리랑 같이 타자. "


혼자 있는 사람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고 항상 친구가 되어 주려 애쓴다.. 배울 게 정말 많은 민족이다... 

그래서 터키에서는 혼자 여행해도 절대 외롭지 않다. 마음만 열면 친구들이 우수수 붙는다. 


그리고 옆 도시 페르게. 에페스보다 훨씬 큰 유적지다..... 아직도 복원 중인데, 아마 복원해 놓으면 어마어마하게 클 것 같아. 


로마에 필적하는 대도시 아녔을까? 



성문 뒤로 보이는 게 전부 신전 기둥들이다. 많이 파괴되고 남은 게 저 정도.. 



엄청나게 많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돌덩이들까지 다 끼워 맞추면.. 정말 어떤 모습일지! 



화려한 문명의 흔적. 목욕탕. 열탕, 온탕, 냉탕, 수영장 순으로 되어 있는 종합 체육 콤플렉스 시설이다. 

위에는 위치로 보아 아마도 온탕이었던 듯. 



열탕 돌바닥 밑에는 이런 아궁이의 흔적들이 있다. 



불을 때서 물이 데워지면 순서대로 흘려보내면서 열탕 -> 온탕-> 냉탕 -> 수영장 순으로 자리 잡고 있으니. 그 시대의 목욕탕 문화는 참.. 지금의 찜질방에 비할 바 못 되는 듯. 




맑은 물이 도로 중앙을 따라 흐른다. 그 당시에는 수로로 쓰였을 듯. 



아직 복원 중인 데다가, 흙만 파면 유적이 나오는 실정인 고대 도시. 염소들이 풀을 뜯고 있다. 



맑은 물을 흘려보내는 곳. 저 계단이 이어진 곳을 파기만 하면 전부 유적이다. 아직 흙더미에 묻혀 있다. 



대 전차 경기장. 안에 들어가 보면 그 크기가 실로 정말 크다...... 



다만, 저렇게 돌들이 흩어져 있는 게 아쉬울 따름. 

복원되면 정말 큰 유적지로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한 도시. 페르게. 


이런 값진 유적들이 지천에 깔려있음에도 지원 부족으로 발견이나 복원이 더디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올림포스 


안탈리아 인접 도시 페르게를 거쳐, 근처 올림포스를 다시 갔다.  


그리고 전에 왔을 때 수영을 못해서 아쉬웠던 회포를 맘껏 풀었지..  


올림포스는 터키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손꼽힌다.  


물의 투명도가 정말 다른 곳과는 다른 듯. 깊은 곳까지 정말 투명하게 다 보이기 때문에 몸매를 감출 수가 없다.  


꽤 깊은 곳, 옆에서 봐도 물 바닥이 다 보인다.  


속에 수영복 입고 다니길 잘했지. 난 정말 신났다.


물 맑은 것 좀 봐.... 해수욕장으로는 터키에서는 올림포스가 단연 1등인 듯. 

사람도 없고, 물도 맑고.  


돌아오는 길, 시데에 들러 석양을 봤다. 아쉽게 카메라에 담지는 못했지만, 과연 이 도시에서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가 목욕하며 석양을 봤다는 게 왜 그런지 알 수 있을 듯. 눈부시게 아름답더라............  


그리고 아스펜도스로 오페라 <카르멘>을 보러 종종 바삐 달려갔다

. 오후 9시부터 오전 1시까지 이어지는 고대 원형 극장에서의 음악 페스티벌이다. 이런 때 아니면 언제 고대인들의 삶을 엿보리. 표도 5만 원 정도밖에 안 한다. 로마나 유럽에서도 이런 음악 페스티벌이 있긴 한데, 원형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잘 없는 데다가 엄청 비싸다. 

이런 기회는 무조건 잡아야 해.. 
  

망설임 없이 표를 지르고 달려갔다. 

극장 내부 통로. 내가 새하얀 토가를 입어야 할 것만 같아.  


사람들이 꽉 들어찼다. 시간을 몇천 년 거슬러 올라간 느낌이랄까. 

고대 극장은 그냥 시설이 필요 없이 돌바닥에 앉기만 하면 된다. 둥근 반원형이기 때문에 소리가 잘 울려 퍼져서 예술의 전당 못지않은 효과를 낸다.  


공연자의 목소리가 들릴까 걱정했는데, 마이크 없이도 완전 쩌렁쩌렁 잘 들린다. 반원형이라 소리가 메아리쳐서. 게다가 더 낭만적인 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새가 날아다니고 까만 하늘에 반짝반짝 별들이 수없이 박혀 있다는 것.  


정말 멋진 밤.. 

역시 경험은 사람의 영혼을 키우고 단련시킨다..  


안탈리아에서 몸이 충분히 만족하게서야  놀고 나서야.. 이제 그리스로 슬슬 떠날 때가 되었어..라는 원래 일정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터키에서 근 꼬박 1개월을 신나게 뛰어놀았다.. 그러고도 아쉽다니. 참 신기한 나라야.



보드룸


터키 일정이 생각보다 길어져 한 달을 꼬박 있었다. 아쉽지만 이제 그리스로 넘어가야지. 

배를 타고 그리스 섬들로 가기 위해 보드룸에 도착. 


흰색 건물들이 지중해 풍이다. 다른 터키 도시들과는 또 사뭇 다른 분위기. 



지중해. 


가슴 설레는 에메랄드 빛. 


스킨 스쿠버를 하기 위해 배를 타고 깊은 바다까지 들어갔다. 물 색깔이 깊이에 따라 변한다. 

산호초 위로 놀고 있는 고기들.



이제 바다에 조금 질릴 만도 한데, 난 그래도 물이 있는 곳이 좋다. 계속 물가만 다닐까 봐.. 



보드룸에서는 스킨 스쿠버 외에는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고 바에서 맥주 한 잔 마시고 늘어져 있었다. 

바 주인에게 한국말을 가르쳐 주면서. "뭐라고?" "안녕?" "잘 가" 


내일 떠나게 되는 그리스는 또 어떤 모습일까 

마음 가득 설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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