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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백

문득 느낀, 사랑

by 파랑새의숲

앞집에서 선물이 왔다.

언뜻 봐도 꽤 비싸고 정성 들인 선물들이라 의아했는데

웬걸 봤더니,

내가 사랑해서 돌봤던 앞집 고양이 미유를

맨 먼저 구조하고 키웠던 일본 분이셨다.

그 미유를 예뻐하고 마지막 가는 길까지 잘 돌봐주셔서

너무 너무 감사하다며 내게 고급진 선물을 보내왔다.


나는 정말로.. 미유라는 고양이를 많이 사랑했던 것 같다.

나는 원래 고양이는 무서워하고, 그 날카로운 눈이 싫었었는데

미유를 만나고서는 달라졌다.

내가 힘들 때마다 저 고양이가

내 곁에서 뭔가 무심하지만 깊은 눈빛으로

내 영혼까지 위로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힘들 때, 맥주를 한 캔 마당에서 따먹으면

네 마음 다 안다.. 라는 느낌으로 항상 곁에 있어줬다.


우스운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그 미유 때문에 작년 오천만 원이 넘는 썬룸 공사를 맘먹고 시작했다.

사실, 내게 돈은 상관없었다.

그저 추운 겨울 고양이가 뜨뜻하게 쉴 수 있는

그런 따스한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

그만큼 그전 해, 그 추웠던 겨울에

미유에게 그런 따뜻한 베란다 공간을 제공할 수 없는 것에

너무 미안함을 느꼈었다.



그 추웠던 겨울, 썬룸 베란다라도 있었더라면

미유가 덜 힘들었을까..

그런 애잔한 마음이 아직까지 남아 있어서.

그 다음 해 엄청난 썬룸 공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공간이 나의 공간이 되었다.

나는 지금 다른 고양이 남매를 두 마리 입양해 키우고 있다.

예전에 무섭다고 기피했던

고양이들의 깊은 그 눈동자가

지금은 정말 좋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자기를 좋아하고 아끼는 것은

정말 본능적으로 알아차린다.


나는 미유를 좋아하고 사랑했고,

미유도 나를 좋아했던 것 같다.


미유 덕분에 내가 고양이들을 좋아하게 되었고,

지금은 다른 고양이들이 와서 밥을 먹지만..

오늘따라 미유의 그 깊은 눈빛이.. 보고 싶다.


마음이 깊게 그 힘들었던 어느 날, 나는 네 마음 다 안다며 위로하던 것 같은 내 곁에 말없이 꼬리 흔들며 머물던 그 깊은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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