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씩 덜어내다 보니, 결국 나를 만났다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의 주인공 여성이,
아무 연고도 없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조용히 식당을 열며 한 말이다.
어느 날 문득,
이 대사가 내 삶 전체를 꿰뚫는 문장처럼 느껴졌다.
나는 오랫동안 ‘유별나다’는 말을 들으며 살아왔다.
고집이 세다, 제멋대로다,
속을 알 수 없다는 말도 자주 들었다.
대충 남들과 비슷하게 맞춰 살면 될 것을,
왜 그리 힘든 길을 자꾸 돌아가냐는 시선 속에서
격한 외로움에 그냥 익숙한 길을 갈까도 망설인 적 많다.
하지만 이젠 안다.
그 말들이 보통 '넌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는
그 뜻대로 되지 않기 위해,
나로 남기 위해서
천천히 그러나 단호하게 거리를 두었다.
돌이켜 보니,
나는 무언가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
더하는 플러스 방식이 아니라,
나 아닌 것, 감당하기 힘든 것들을
덜어내는 마이너스 방식으로
그렇게 나를 향해 걸어 왔다.
그렇게 숨 막히고 버거웠던 엄마의 사랑,
시댁의 불편했던 관심과 개입,
남편과의 형식적인 관계
그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홀로 서보니,
그제야 비로소 '나'라는 사람이 보였다.
그 ‘나’는 생각보다 단단했고,
생각보다 진짜 나와의 만남을 오래 기다려온 사람이었다.
나는 여전히 내가 누군지,
무엇을 좋아하며 어떠한 사람인지 다 알지 못한다.
내가 흐르는 삶의 방향에 맞춰,
그 삶의 롤러코스터를 그저 '느끼고 경험할 뿐'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건 진짜 못 하겠다 싶은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으며
그 빈자리에 나를 놓아왔다는 것.
더하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기.
그게 지금까지 내가 지켜온 삶의 방식이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자기 삶이란
멋진 무언가를 이루는 것일지 몰라도,
나에게 자기 삶이란
덜어내고 남은 것들을 조용히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내 삶의 경계를 직접 그어가며
나 자신을 지키는 삶.
이제는 싫은 감정들을 묵인하지 않는다.
그리고 작은 욕망들을 놓치지 않는다.
조용한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문단 써 내려간 글,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아도 좋은 내 마음의 정리.
그건 작지만, 내가 남아서 하는 선택이다.
누가 요즘 “무엇을 하며 지내세요?” 묻는다면
이제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싫은 건 안 하려고 노력하며 살아요"
그리고 물론, 그것이 얼마나 큰 자유인지도 문득 깨닫는다.
최근,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과거에서 물러나, 나를 살게 하는 작은 시도들.
그동안의 나의 삶 전체를 버무려
내 삶의 색을 직접 칠해 넣고 있다.
‘나’를 중심으로 세운 새로운 이름, 파랑새의 숲.
멋지거나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서툴고 소박하지만, 온전한 힘으로 그려낸 나의 자화상.
나는 나의 그림이 매우 마음에 든다.
노부부의 외동딸,
한 남자의 아내,
한 집안의 며느리,
그리고 세 아이의 엄마.
그 모든 옷을 벗겨내고 마주한 진짜 내 이름.
그 이름을 온전히 살리는 삶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나는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사랑이 필요하지 않다.
사랑받기를 포기하니, 비로소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흘러넘친 물로 다른 이를 채울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제 나는 억지로 쥐어짜는 사랑이 아니라,
나를 가득 채운 뒤 흘러넘친 마음으로
나의 존재를 건네는 사랑을 할 것이다.
그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머무름을 허락하는 것.
붙드는 것이 아니라, 함께 흐르는 것이다.
이제, 나는 새로운 그 길 위에 서 있다.
사람은 '나와 너'의 관계를 맺음으로써,
너와 더불어 현실에 참여한다.
나는 너와 더불어 현실을 나눠 가짐으로 말미암아
현존적 존재가 된다.”
— 마르틴 부버, 『나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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