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그 앞에 놓인 장애물들

자기만의 이유, '자유'라는 그 이름

by 파랑새의숲


오래도록 살던 주류의 거주형태인 아파트를 떠나,

비주류의 단독주택으로의 이주를 결심했던 때였다.


어느 날, 나는 혹독한 꿈을 꾸었다.


한겨울, 샷시 틀까지 뜯겨져 버린 집.
철거가 시작되어, 새로 지어 올리기 위해

안의 것들을 모두 비워낸 텅 빈 공간.


나는 그 집 안, 틀 하나 없는 창 앞에 서 있었다.
바람이 불어오는 바깥을 바라보는 순간,

갑작스러운 두려움과 막막함이 몰려왔다.


지금껏 나를 지켜주던 방패막이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는 홀로 벌판 위에 서 있는 듯했다.



아파트를 떠나 비주류의 주거형태 단독주택으로의 이사는,

그저 단순히 주거형태를 바꾸는 일이 아니었다.


규격을 떠나는 일, 거의 모든 것이 그러하듯

많은 것들이 나를 가로막아서서 나를 흔들었다.


첫 번째 장애물은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지금같이 아파트 부동산 불패 시대에

단독주택으로의 이주 결정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들,
그리고 남편에게조차 지지받지 못했다.


노골적인 반대보다 더 견고한 건,
걱정과 충고의 얼굴로 건네지는 은근한 반대였다.


“왜 굳이? 지금 같은 때에?”
“단독주택 집값 안 오르는 거 알지?”
“너 그거 집 관리 얼마나 힘든지 알아?”
“단독주택 벌레 엄청난 거 알지?”
“보안은 어쩔 건데?”


나의 결정을 이야기할 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너의 선택은 틀렸다’는 메시지였다.


아파트를 떠난 사람들의 리뷰를 찾아보고 또 찾아봐도
이상하게 만족스러운 이야기를 찾기 어려웠다.


그럴수록 내 안의 두려움은 점점 커졌다.


늘 규격 속에 살아온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길은 언제나 불안을 몰고 왔다.


반면, 아파트는 안전했다.
이미 설계된 도면, 똑같은 크기의 방, 일정한 층간 소음.
그 익숙한 패턴이 나를 보호해준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그 안전한 규격으로부터 단독주택을 꿈꾸는 순간,
나는 그 모든 안전망이 사라진 벌판 위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새로 집을 짓기 위해선

먼저 기존의 집을 철거해야 하는 것처럼,
나를 지켜주던 울타리가 걷히자
갑작스러운 막막함과 공포가 몰려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바로 그 확신 없는 불안 속에서
비로소 내 삶의 집을 스스로 짓는 일이 시작된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


규격을 떠난 삶은 여러면에서 불안하고 불편하다.
하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만 나의 흔적이 남고,
나의 선택이 아로 새겨진다.


아파트는 누군가 이미 설계한 삶이었다.
반면, 단독주택은 내가 다시 그려내야 하는 삶이었다.

그리고 내가 그린 삶이기에 다른 이들을 탓할 수가 없는

그런 종류의 ‘온전한 나의 선택‘이 될 터였다.


다수와 다른 삶은,

필연적으로 불안과 혼란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내리는 선택이 지지받지 못한다는 건,
앞으로 펼쳐질 불편과 단점들까지
온전히 내가 책임지고 감내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내가 붙들어야 할 건 주변의 동의가 아니라,

내가 정말 원하는 삶에 대한 스스로의 확신이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묻고 지지를 구할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내 안에서 물어야 했다.


“이 길이 정말 내가 원하는 길인가?”


그 대답을 찾는 나 자신과의 대화만이
그 순간 나를 버티게 했고,
비규격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내 발걸음을 응원해주었다.


문득, 자유(自由)라는 말의 한자 뜻이 떠올랐다.


스스로의 이유(自), 나만의 이유(由).


그랬다. 나의 자유를 위해서라면,
나는 내 결정의 근거를 외부에서 찾을 수 없었다.
오직 내 안에서, 내 이유로부터만 찾아야 했다.

아마 그것이야말로, 자유가 가진 진짜 뜻일 것이다.


그렇게, 결코 쉽지 않은 여정 끝에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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