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남에서 결혼까지
나는 남편과 프랑스 파리 Paris 에서 사랑에 빠졌다.
나름 좋은 회사를 때려치고 ,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떠났었던 4개월간의 여행 중 프랑스 4박 5일을 그와 함께 하는 동안, 나는 내 향후 인생 계획 전체를 변경해버렸다.
이대로 살다간 죽을 것 같아서 때려친 직장이었고, 살기 위해 계획하고 떠났던 여행이었다. 그래서 나는 여행하는 동안 내 인생을 통틀어 최고로 생기가 넘치고 발랄한 상태를 유지했고, 진정으로 '나' 자신으로 돌아간 것 같은 해방감을 맛보고 있을 때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핸드폰도 두고 온 지라 나는 이전 삶과 연결 고리가 전혀 없어진 상태였다. 심지어 부모님께도 안부인사를 드리지 않고 혼자 유럽을 쏘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한 남자가 맘 속에 자꾸만 떠올랐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고, 내가 여행을 떠나오기 전에 '딱 세 번' 만난 남자였다.
물론,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만났고, 내 고등학교 친구의 소개이기도 했고, 다시 돌아와 만나자는 뉘앙스를 풍기며 헤어지기는 했지만 , 그 당시 나는 4개월의 여행이 끝난다 해도 한국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은 아직 미지수였다. 유럽이 마음에 들면 아예 유럽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라도 더 버틸 각오까지 하고 떠나온 상태였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세 번 만나고 떠나온 남자에게 자꾸만 전화가 하고 싶었다. 너무너무 마음에 걸리고 보고싶고 사랑의 감정을 느꼈냐 하면, 또 그런 건 아니었던 거 같다. 그냥, 이상하게 뭔가를 그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내가 느끼는 이 생동감과 살아있음을 '그 남자' 와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공중전화로 가서, 그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여기, 이스탄불이에요! 너무 좋네요! 아하하하
그렇게, 나의 염장질이 시작되었다.
매일 매일, 여행지가 옮겨질 때마다 나는 부모님이나 친한 친구들 대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못하는 날도 있었고 하지 않는 날도 가끔 있었지만, 거의 매일 나는 그의 생각이 났다. 그리고 그와 지금 나의 이 활기차고 살아있다는 느낌을 '함께 하고' 싶었다.
그것이 '사랑' 이라는 감정이었음을 깨달은 것은 나중의 일이다. 그 때는 열정이 가득한 것도 아닌, 서로 미치도록 그리워하는 것도 아닌, 그저 그에게 '생기' 를 불어넣어주고 싶고 나의 '생동감' 과 이 행복한 삶의 현장을 '함께하고 싶은' 그 감정이 무엇인지 조금 헷갈려 하면서 계속 전화를 해댔다.
그 남자는 그 당시, 한국의 여의도, 갑갑한 고층 빌딩에서 하루종일 컴퓨터만 두들기고 있었다. 그런 답답한 현실의 그에게 나는 신선한 활력소 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그의 개인적인 과거사를 보더라도 (전 여자친구들이 모두 외국으로 나가서 헤어졌다) , 나는 외국에서 들려오는 '반가운 소식'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현실을 박차고 뛰어나간 멋진 여자이며, 세계 여행을 혼자서 감행하고 있는 용감한 여자. 그런 여자가 자신에게 매일 전화를 해서 유럽여행기를 읊어댔다고 상상해보자. 그는 내 전화를 손꼽아 기다렸다고 한다. 내가 돌아올 그 날도.
그렇게 매일 매일 통화를 하던 그 때,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나는 그에게 하나의 대담한 (?) 제안을 했다.
여름 휴가를 여기 유럽으로 와요! 내가 일정 맞춰 어디든 그리로 갈께요~
사실, 나는 그가 오리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8월 극성수기라 비행기표가 비쌀 테다가, 누가 세 번 만난 여자를 만나러 유럽까지 올까. 아무리 내가 전화를 매일 해서 비둘기처럼 유럽 특파원 노릇을 하고 있다 한들, 잘 모르는 여자를 만나러 며칠 안되는 휴가를 희생해서 유럽까지 날아오기란 쉽지 않은 일임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좀 더 마음 편하게 더 꼬셔댔다. 여름 휴가 내고 이 낙원같은 유럽으로 와서 같이 여행하자고. 그리고 얼마가 지났을까? 그가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자고 했다.
제가 여름 휴가를 프랑스 파리로 갈께요. 거기서 만나는 게 어때요?
1년에 한 번 뿐인 여름 휴가에, 8월 중순 그 극성수기에 비싼 '에어 프랑스' 비행기를 타고 4박 5일 휴가를 감행해서 파리로 오겠다고. 자기가 숙소를 예약할 테니, 그 기간은 숙소 걱정하지 말라고.
난 적잖이 당황했다. 그러면서도 좋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혼란스럽고. 내가 꼬셔놓고 뭔 불여우같은 짓이야?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나는 그 사람을 내가 유혹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나보다.
세 번 만났던 여자를 만나러 유럽까지 고작 4박 5일을 보내러 날아온다고?
그건, 나와 관계를 일단 시작해보겠다는 가장 강력한 사랑 고백이 아닐 수 없었다고 생각했고, 정말 그랬다. 그 날 이후 나는 그 프랑스 일정만을 손꼽아 기다렸고, 그가 올 4박 5일간을 기다리느라 여행에 집중하기가 힘이 들었다. 그리고, 그가 프랑스에 도착한 날부터 사랑에 빠져 내 인생 후반기를 전면 수정하여 손보기까지는 4박 5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가 파리로 날아오기 전까지는 난 독신주의자였으나, 이 남자와 결혼해서 인생 후반부를 살아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독신주의자가, 그 남자와의 연애를 위해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돌아간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결혼식을 올렸다.
그렇게 그 남자와 그 여자의 현실 이야기, '결혼 생활' 이 시작되었다.
세 아이의 엄마로서의 그 여자의 삶의 시작을 알리는 서막이기도 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이미지>
#81년김아무개
#그여자이야기
#세아이엄마
#한사람의아내
#전부버리면난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