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들어서고 임신 주수 32주 차가 시작되는 주가 시작이 되었다. 그리고 9개월이 드디어 시작이 됐다. 9라는 숫자.... 참 어색하지만 내게는 반가운 숫자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영영 오지 않을 숫자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숫자가 아니었던가.. 임신 4주 차 2개월에 임신임을 알고 안 간다 안 간다 했던 시간들이 흘러서는 어느덧 막달 시기를 코앞에 앞두고 있었다.
예정일은 11.5일 점점 예정일이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아직 예정일까지는 넉넉잡아 한 달 하고도 보름 이상 시간이 남아있었다. 초기에 비해서 내가 미혼모 시설에 와서 지낸 시간에 비례하면 정말 출산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직 실감이 나는 시기가 아님에는 충분히 느껴지고도 남았다.
32주가 시작이 되고 20주가 지나 시작하던 태동이 한층 더 잘 느껴졌다. 임신 중기 때 시작되는 태동을 나는 사실 뒤늦게 알아챘다. 내가 "이게 태동일까?" 하고 무심코 넘겼던 태동도 간호 선생님이 제일 먼저 알아채 주셨다. 그래서 그 이후 나도 조금씩 태동에 정신을 집중하고 움직임을 더 느끼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엄마라고 내 뱃속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에 대해 바로 다 알아채는 건 또 아닌가 보다.. 나도 처음 겪는 일이다 보니까. 그렇게 조용히 그리고 툭툭 움직이며 나의 부름에 반응해 주는 뚜기와 교감을 해가며 병원 가는 날을 기다리며 하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밥 먹고 쉬고 또 밥 먹고 쉬 고를 무한 반복하면서...
그리고 11일 피부과에 검사 결과 들으러 가는 날이 밝아왔다. 검사 결과가 어떨지 괜찮아야 할 텐데.. 근데 막 엄청 불안하거나 그러지 않았다. 아침 일찍 예약이 돼있어 일찍 병원에 갔고 진료 또한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역시 사람 촉은 무시를 못 하는 건지.. 피검사 결과는 괜찮았다.
뱃속에 뚜기가 복수가 줄어들고 있는 양상이 아기도 치료가 되고 있어 그런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지금은 피검사 결과는 괜찮다고 하셨다. 24일 날 산부인과 검진 올 때 그때 피검사를 다시 한번 하고 가라고 하셨다. 그렇게 일사천리로 피부과 진료가 끝이 났다.
그리고 12일 이날은 산부인과 진료가 있었다. 이날은 담당 교수님 진료가 아닌 다른 교수님 진료를 보는 날 오후에 발 빠르게 움직여 병원에 도착해 늘 하던 대로 접수하고 혈압과 체중을 쟀다. 이날은 두 번째 태아 안녕검사를 하는 날이었다. 초음파 보러 간 거라기보단 뚜기가 잘 움직이는지 보려고 병원에 갔던 날이었다.
큰 기다림 없이 태아 안녕 검사(태동 검사)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날도 20분 정도 태동 검사를 했고 우리 뚜기는 열심히 잘 움직여 주고 있었다. 간호사 선생님도 아기 잘 놀고 잘 움직이고 있네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안심하며 끝난 후 교수님 진료를 보기 위해 잠시 동안 대기하며 있다가 교수님 진료를 보았다.
담당 교수님 과는 또 다른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교수님이셨다. 오늘 태동 검사하셨죠? 우리 꼬맹이는 평소에 움직임이 어떠냐고 물어보셨다.
잘 움직이는 것 같긴 한데 제가 이번이 처음이라 얼마나 자주 움직여야 잘 움직 이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씀드렸더니 한 시간에 6~7회씩은 움직여야 한다고 하셨다. 움직임 안 느껴지면 분만실로 꼭 와야 한다고 하셨다.
"오늘 꼬맹이 움직임은 너무 좋은데요? 잘 움직이고 잘 놀고 있어요." 잘 움직이고 잘 논다니 그 말 한마디가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그렇게 오랜만에 큰 힘듦 없이 산부인과 진료를 마치고 병원을 나섰다. 잘 움직여주는 뚜기가 정말 기특했다.
이쁜 시키.. 지금 주수까지 잘 커주고 잘 버텨주고 와준 것만으로도 엄청난 기적이고 기특한데 잘 움직여주고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정말 큰 위안이 되고 안심이 되었다. 정말 고마워 우리 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