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속에 아기가 생겼다는 걸 안게 D-245일이었다. 임신 확인을 하려고 갔던 병원에서의 그날 하루가 아직도 내 기억 속에 너무도 생생한데 어느덧 그 뱃속에 있던 조그마 낳던 생명인 우리 뚜기를 만나기까지 D-50일 남았다. 정말 힘들 때 찾아와 준 아기였고 힘든 과정 속에서 지켜내며 여기까지 오게 됐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지킨 거라 표현하기보다 우리 뚜기가 힘든 날 지켜줬다. 그게 정말 컸다. 충분히 안 좋은 선택을 할 수도 있었지만 뚜기가 있어줬기에 내가 안 좋은 선택을 할 수 없었다. 생명의 소중함을 잘 알기에. 이 아기가 나에게 정말 귀하고 날 살게 해 줬던 버티게 해주는 그런 존재 이상의 아기였으니까.
아직도 엄마가 된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뚜기가 잘 태어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가 없다. 하나하나 생각하자면 정말 머리가 터져오고 복잡해지기만 한다.
"태어나서 자가호흡만 잘해줘도.. 다행인데.." 출산예정일이 다가올수록 시간이 정말 빨리 흘러가고 있음을 체감하게 된다. 자연스레 몸으로도 마음으로도.
이제 다음 주면 34주 막달검사를 앞두고 있다. 벌써 막달검사라니.. 그동안의 많은 산전검사와 병원진료과정들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간다. 결코 쉽지 않은 기간이었고 시간들이었다. 첫 초음파 사진을 받아 들고 병원 갈 때마다 받아왔던 여러 장의 초음파 사진들을 모아논 앨범을 오랜만에 열어봤다.
초기 때 한창 열어보다가 뚜기 아프고 나서는 한동안 안 열어봤다가 요 근래 다시금 꺼내어 보고 있다. 나는 꾸미는 솜씨가 없어서 그냥 초음파앨범만 정리해서 붙여놓기만 했다.
다른 엄마들은 펜으로 글씨도 쓰고 스티커도 붙여가며 예쁘게 꾸미던데.. 그런 소질이 잘 없는 나는 그냥 사진만 빛바래지 않게 깔끔하게 정리만 해놨다. 초음파앨범을 열어보니 따로 기록을 해놓지 않아도 그날의 진료가 생각이 나고 기억이 어찌나 다 새록새록 하나하나 선명하게 떠오르던지..
처음 다니던 병원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이 하시던 말씀이 생각이 난다 32주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버텨야 한다. 그 32주가 지나 33주라는 주수를 보내고 있다. 2나 3이나 무슨 차이겠냐 하겠지만 나에겐 차이가 크다. 왠지 모를 혹시 모를 희망을 나는 품고 있다.
혹시 알아? 태어났는데 정말 큰 이상 없이 자가호흡도 잘해주고 양호하게 태어날지 그건 정말 어떻게 될지 그 아무도 모르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
난 의사가 아니니까 전문적인 의학지식은 하나도 모르니까. 그런 거 다 내려놓고 엄마가 느끼는 그런 직감적인 느낌으로만 놓고 봤을 때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요즘 부쩍 하고 있다.
"잘 될 거야!"요새 비슷한 주수의 예비엄마들이 빨리 출산을 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우리 뚜기도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나면 교수님 말씀대로 니큐에 들어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아직까지 조기 출산 기미 없이 뱃속에서 잘 버텨주고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는 생각에 정말 감사함으로 임신 막바지 기간을 보내고 있다.
30주가 넘어오면서 뱃속에서 움직임 또한 활발하고 잘해주고 있어서 평소에 잘 느끼지 못했던 내가 이제 정말 잘 느낄 정도면 정말 잘 움직여준다는 의미인데 움직임으로 "잘 있어주고 있구나." 그 거 하나로 엄마는 다행이라고 정말 다행이라고 하루에도 수도 없이 생각하고 긍정회로를 그려보고는 해.
다음 주 막달검사가 사실 많이 걱정되고 긴장되고 두렵기도 하지만 엄마는 씩씩하게 진료 잘 받을 거야. 우리 뚜기 믿으니까.
예정일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50일 정말 끝까지 잘 있다가 만나자 우리 뚜기. 엄마의 이 간절한 바람이 우리 뚜기한테도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엄마랑 우리 뚜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이 세상 더없는 소중함으로 이어져 있으니까. 우리 뚜기뚜기 오늘도 엄마한테 잘 있어줘서 정말 너무너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