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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기맘 Nov 16. 2024

21장. 우리 뚜기를 무사히 출산할 수 있을까?



임신 주수 33주 5일 뚜기 만나기까지 44일 남은 시점 임신 9개월을 보내고 있다. 어느 보통날처럼 평범한 것 같지만 평범하지 않은 내 인생에 있어서 정말 다시없을 특별한 나날들을 지켜나가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게 말은 사실 이렇게 하지만 나는 이 과정이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님을 느끼게 됐고 느끼며 살고 있다. 물론 감사도 하면서..


이런 말 하면 정말 웃기겠지만 나는 애초에 엄마가 될 생각이 없었다. 정확히 내 인생에 있어서 결혼이라든지 가정을 이룬다든지 아기를 낳는다는 건 생각조차 해본 적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는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럴 거 같았으면 애초에 남자를 만나서도 연애를 해서도 같이 살아서도 관계를 가져서도 안 되는 일이었겠지만 모든 일이 사람 맘대로 생각대로 안된다고 나도 내가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도 안 해본 일이기에...


그래서 임신이라든지 미혼모라든지 엄마라든지 이런 수식어 단어가 아직도 낯설기만 하다. 아직 엄마라는 단어는 어찌 보면 이른 감은 있다.


예비엄마라는 단어는 몰라도 아니지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내가 과연 엄마라는 단어를 써도 될 그런 엄마 자격이 되는 사람일까? 걱정이 되고 불안감도 생긴다. 낳는다고 해서 다 엄마는 아니기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던 내가 한순간에 미혼모가 되기로 결심했고 생각지도 못했던 그런 임신 과정을 보내고 있다. 그것도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소중한 사람을 잃고 덜컥 아기가 생겨버린 상황에서 모든 걸 다 잃은 현실 속에서.


이것저것 재고 따질 생각조차 없이 심장이 뛰기 전인 그 조그마한 생명을 지키겠다는 그 하나만의 이유만으로.


심장이 안 뛰던 시기를 넘고 폐에 혹이 생겨 아기 상태가 건강하지 못함을 안 순간부터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무사히 건강하게 출산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임신기간을 유지하고 있다.


하루하루 살얼음 길을 걷는 거 같다. 어쩔 때는 시간만 허송세월 보내는 것만 같기도 하다. 내가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기 때문에 혼란스럽기도 하다. 그리고 막달 검사를 앞두고 그 잘 버텨왔던 감정들이 다시금 흔들리고 있다.


마지막 초음파를 본 지가 9월 3일이었으니까 불안할 수밖에 없다. 어찌 안 그럴까? 임신 초기 때야 정기검진 받는 병원이 아니더라도 내가 궁금할 때마다 개인 산부인과 찾아다니며 잘 있는지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 병원이나 갈 수도 없는 상황이니까.


병원 가는 날에만 가는데 뚜기 상태나 컨디션이 좋지가 않음을 알기에 불안감이 이 시기에는 날로 더 커지고 있다. 비슷한 시기 출산을 앞두고 있는 엄마들보다 내가 느끼는 불안감은 2배 그 이상인 거 같다.


임신기간을 겪으며 나의 핸드폰 검색창이나 sns 연관 알고리즘들이 전부 임신이나 출산 그리고 우리 뚜기 상태와 관련된 단어들로 도배가 되어있고 그런 관련 알고리즘들로 가득 차 있다.


최대한 안 좋은 건 안 보려고 하는데 블로그 글 넘겨보다가 "막달 사산"이라는 글을 보고 불안감이 최대 맥스치로 불어와 오늘도 무너져 내릴 뻔했다. 나도 그런 이야기를 그런 예후를 진료받으며 매 순간 들어왔기 때문에..


태어날 때 사산되어 태어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하는데 우리 뚜기가 그러면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거지? 생각이 드는데 눈앞이 정말 아찔했다.


이젠 진짜 운명에 맡겨야 하는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데 이런 현실 속에 불안감에 웃고 있어도 웃는 게 아니고 숨을 쉬고 있어도 숨 쉬는 것 같지 않다.


내가 얼마나 큰 잘못을 하며 살았기에 나에게 온전치 못한 이런 불안감을 매번 매 순간 느끼며 살게 만드는 건지..


막달 검사를 앞두고 있는 시점 우리 뚜기가 얼마나 자랐을까라는 생각보다는 우리 뚜기 무사할까? 무사히 잘 있는 걸까? 하는 생각들이 먼저 든다. 제발 그래줘야 할 텐데.. 무사히 잘 태어나는 거밖에 이 아기한테 바라는 게 없는데 이게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욕심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 마음대로 되는 거 하나 없는 게 사람 인생이라고 하는데 나는 욕심을 부리고 싶다. 우리 뚜기만큼은 내 뜻대로 꼭 무사히 태어나 만나서 "뚜기야." 하고 불러주는 날이 꼭 오게 해달라고...


다른 욕심 안 부릴 테니까 뚜기엄마로만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엄마가 되는 길이 나에게는 멀고도 머나먼 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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