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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평 Jun 23. 2022

님아 그 식물은 키우지 마오

17. 편견의 올리브 나무




식물을 키우다 보면, 키우기 쉽지 않다는 소문이 자자해 선뜻 집에 들여놓기 어려운 반려 식물이 있다. 내게는 올리브나무가 그랬다.


올리브 나무 키우기의 난이도를 검색해보면 어떤 사람은 올리브나무가 키우기 쉽다고 했고, 또 어떤 이는 굉장히 어렵다고 했다.

불특정 다수 모두가 증언하는 지랄식물 3대장(유칼립투스, 율마, 마오리 소포라)은 조금만 환경이 맞지 않아도 금세 죽어버리기로 유명한 반면, 올리브나무는 여론이 조금씩 나뉘는 모양이었다.


나는 어딘가에서 주워들은 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올리브 나무 입양을 고민하는 나의 친구에게 서슴없이 나의 개똥철학을 끄집어냈다.

‘그 나무 키우기 쉽지 않대. 빨리 죽는다던데 차라리 다른 나무를 데려오는 게 어때?’라고.


웃기지 않은가.

올리브나무 한 번도 키워본 적도 없으면서.


그거 키우기 힘들다던데? (화난거 아닙니다.)


식물들은 각각 자생지가 다르며, 대부분의 식물들은 그들의 자생지와 비슷한 환경을 선호한다. 지중해 출신인 올리브나무는 바람과 빛이 잘 들고 적당히 촉촉한 습도의 선선한 환경을 좋아한다고 했다.


올리브나무를 키우기 시작한 우리 집은 지중해의 환경과는 매우 거리가 멀지만 그만큼 자주 공중 분무도 해주고, 선풍기 바람으로 통풍도 시켜주며 키우다 보니 벌써 어른 머리 높이 만치 금방 키가 자랐다. 오히려 나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어 조금 당황스러울 정도이다.

나는 어쩌면 올리브나무의 단면만 보고 어렵다고 쉽게 단정을 지어버리려고 한 건 아닐까

.


여전히 올리브나무가 어렵다는 편견을 가지고
키울 용기조차 내지 못했다면,
건강하게 연둣빛 잎을 내어주는 올리브나무의 예쁜 모습은 결코 보지 못했을 것이다.


나의 올리브나무는 키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나의 얕은 편견을 사뿐히 즈려 밟고, 신엽을 여기저기 뽑아주며 아주 잘 크고 있다. 나도 올리브 나무의 이면을 봤어야 했는데, 반성한다.




과연 나의 편견은 이게 다였을까?

비단 올리브 나무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 주변의 사람들만 하더라도 그렇다.


표정과 행동 하나하나가 무뚝뚝한 목석같은 고등학교 친구 A는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게 눈물이 정말 많다. 내가 조금이라도 감동적이거나 슬픈 이야기를 하면 나보다 더 크게 울어준다. 또 다른 친구 B는 온실 속의 화초 같이 여리고 청순한 이미지의 소유자인데, 뭐랄까. 조금 어울리지 않게 호탕한 성격을 지녔다. 새로운 일에 잘 도전하고 심지어 즐기기까지 한다. 그녀는 내 친한 친구들 중 유일한 사장님이기도 하다.

이렇듯 내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들 어느 정도는 의외성과 양면이 존재한다. 


앞으로는 사람이든 식물이든, 입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나의 올리브 나무가 그랬듯, 사람도 평소 알지 못했던 의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고 그 의외성이 너무 매력적일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미안하다 올리브나무야. 너는 생각보다 강한 아이였는데, 내가 오해했어 너를.



참고: 혼자 온 손님, 올리브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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