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MZ세대가 말하는 MZ세대는?
자꾸 회사에 나이 많으신 분들이 MZ세대 타령하시는데 정작 당사자인 저랑 동기들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도대체 어디서 무슨 의미로 나온 말인가요?
지식인에 올라와 있는 질문이다. 먼저 MZ세대란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흔히 '요즘 애들'이라고 칭해지는 사람들이다.
언론에서 MZ세대를 긍정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만큼 내게도 MZ세대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다. 어느 소속이든 이상한 사람은 존재하고, 더욱이 30년이라는 넓은 세대가 포함되어 있는 단어에 이상한 사람은 더 많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람들로 우리 전체를 평가하면, 나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고 싶다.
어느 순간부터 여러 매체들을 통해 ‘MZ세대’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사용되기 시작했다. 내가 포함되어 있는 용어를 정작 나는 너무 늦게 알았나 싶었다. 그러나 MZ세대의 아이콘인 래퍼 이영지가 '라디오 스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정작 MZ세대는 우리가 MZ인걸 모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대부분이 모르고 있었고, 뒤늦게 알았기에 해명할 기회도 없었던 것이다.
MZ세대가 현재 경제활동이 활발한 세대고, 디지털에 능숙한 세대인 것은 맞다. 그래서 마케팅을 하거나 기사를 쓸 때 우리를 편하게 통틀어 칭하기 위해 MZ세대가 아닌 사람들이, MZ세대를 만들었다.
먼저 어른들이 말하는 MZ세대 특징에 대해 알아보면서 나의 생각을 덧붙여 말해보고 싶다.
1. 개인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다.
개인주의라고 말해주는 거에 감사할 만큼 실제로는 이기주의라는 말이 더 많았다. 이기적인 사람은 세대와 상관없이 존재한다. 일단 나는 나보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더 편하다. 그동안 일하면서 만난 또래 친구들도 힘든 일이 있으면 먼저 나서거나 도움을 주며 지냈고, 대학에서 만난 동기들 역시 나보다 남이 원하는 걸 해주는 걸 편해했다. 이기주의는커녕 개인주의적인 사람도 별로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본인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를 떠나 개인주의 자체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MZ세대 대부분의 생각인 것은 맞다.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MZ세대는 개인주의적인 것이 아니라, 개인주의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이기적이냐 개인만 생각하느냐 이타적이냐는 하는 것들은 성향이지 세대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2. 정치에 관심이 없다.
선거철이다 보니 친구들을 만나면 정치 얘기를 한다. 욕만 한다. 그러다 다른 얘기로 빠지기 십상이다. 나도 함께 욕을 하긴 하지만 적어도 후보자가 내세우는 공약이 무엇이고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노력한다.
투표권이 있는 사람들이 정작 어떤 공약을 내세우는지 조차 모르는 모습을 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공약이 지켜지지 않을 걸 알기에 미리 포기하고 있는 모습이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친구들과 만나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허경영을 뽑아 각자 1억씩 받고 다시 사퇴시키자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대화가 우리에게만 있는 모습일까? 나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MZ세대가 사회적 문제에는 관심이 많다. 아니다 싶은 것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도 적극적이다. 부모님이 뽑으라고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통령을 뽑으려는 친구가 사회 문제에 목소리 높이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대한민국은 좁지만 거대한 나라다. 우리는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 부르면서도 우리나라를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한다. 어른이든 아이든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아베 총리가 집권하는 일본처럼 된다.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것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쁜 점까지 닮을 필요는 없다. 투표는 늘 최악이 아니라 차악을 뽑는 행위였다.
3. 명품을 좋아한다.
내 주변 사람들은 명품을 갖고 있다거나 특별히 좋아하거나 하지 않는다. 나 역시 관심이 없기 때문에 주변에서 갖고 있어도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이 새벽부터 명품 매장 앞에서 명품을 사기 위해 긴 줄을 서 있는 것은 분명히 실존하고 있는 현상이다. 나는 이런 현상의 중심이 비싼 명품에 있는 게 아니라 '희귀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수량이 정해진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고, 물건은 공개와 함께 품절되어 희귀해졌고, 희귀해진 만큼 사람들은 더 원했다. 우리의 소비력은 명품이 아닌 희귀함에 있다. 아직 크게 자리 잡진 않았지만 대체 불가능한 토큰인 NFT 역시 점점 떠오르고 있다.
4. 쉽게 포기한다.
내가 퇴사했다고 하니 친구가 축하한다고 답했다. 덧붙여 퇴사는 입사보다 더 축하받아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요즘 사람들은 직장을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든 다른 걸 도전해보기 위해 퇴사하고, 더 나은 곳이 있다면 언제든 이직할 준비가 되어있다.
이런 현상을 보며 어른들은 MZ세대를 쉽게 포기하는 세대라고 표현한다. 조금만 어려워도 포기하고, 끈기가 없고, 힘든 일은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착각이다.
내 친구들은 덕질하기 위해 쿠팡 물류 아르바이트, 배달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는다. 제주도에서 유명한 돈가스를 먹기 위해 새벽 2시부터 줄을 서는 친구만 봐도 놀랍다. 우리는 원하는 것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한다. 이런 우리가 포기했다는 것은 원치 않은 길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나에게 가치 있는 일에는 과감하게 나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힘들어도 버텨내던 어른들의 눈에는 쉽게 퇴사를 결정하거나 쉽게 회사를 옮기는 모습을 보며 끈기가 없고 힘듦을 버티지 못해서 어쩌나 걱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도 책임질 가족이 있다면 어른들처럼 어떻게든 버티게 돼 있다. 어른들이 한 것처럼 우리도 해낼 것이다. 지금은 내게 맞는 일을 찾는 여정일 뿐이다.
특성이란 것은 어떻게 해석하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정말 많은 것이 달라진다. 또 모든 일엔 원인이 있다. 이 세대가 이런 성향을 가지는 것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세대 탓만 한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의 긍정적인 부분을 바라보아야 하고, 어떠한 특징이 문제가 된다면 그 원인을 찾아 함께 바꿔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