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트렌드
온라인 경제 활동이 활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마케팅하기 위해 수많은 온라인 광고 속에는 'MZ'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그러나 무작정 'MZ세대'라는 단어를 만들어 붙인다고 해서 우리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게 아니다. MZ세대들에 대한 이해와, 그들 사이에서 어떠한 것이 '왜' 유행하는지 궁금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미 서점에는 'MZ' 그리고 '트렌드'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들이 무수히 많다. 책마다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세상이 워낙 빠르고 다양한 길로 흐르는 만큼 같은 세대를 살고 있음에도 내가 알지 못하거나 이해되지 않는 트렌드도 있다.
언론에서 말하는 '요즘 사람들의 트렌드' 중에서도 MZ세대인 내가 실제로 관심을 갖고 있는 것들에 대해 적어보겠다.
1. 해외여행
코로나가 터지기 전엔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매년 동남아 여행을 떠났다.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내 주변에도 해외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이 많았다. 아빠는 국내에도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 많은데 왜 굳이 해외로 나가냐고 물었다. 국내도 아름다운 곳이 많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당장 우리 집 앞도 밤만 되면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풍경이 그렇게 황홀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비즈니스석을 타고 최고급 호텔을 즐기는 여행 유튜버보다 동남아, 인도를 여행하는 유튜버가 더 인기 많다. 그들은 현지인과 몸으로 대화하고, 낯선 음식들을 먹기도 하고, 좁고 딱딱한 침대에서 자기도 하고, 소매치기나 인종차별을 당하기도 한다. 젊을 때 가는 여행은 냄새나고 불쾌한 곳에서 잠을 자도 다 경험이 된다. 우리에게 해외여행이란 단순히 풍경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또 해외는 언어가 다르고 인종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다. MZ세대가 활발하게 생산 활동을 할 때쯤 해외와 국내의 경계선은 더욱 허물어져 있을 것이다. 우린 더 이상 우리의 고객이 국내에만 있지 않다. 몇 년 뒤 대한민국은 더욱 빠르게 세계로 뻗어나갈 것이다. 자연스레 언어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고, 회사에서는 다른 문화를 잘 흡수하고 이해하는 개방적인 사람, 외국인 친구가 많은 사람을 인재로 찾을 것이다. 해외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나를 더 성장하게 만들어주는 경험이 되어준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 후 돈의 여유가 될 때 가도 늦지 않았다는 어른들에게 늘 반박하고 싶었다. 물질적 여유가 되면 시간이 없을 것이고, 시간이 있으면 아이가 있어서, 아이가 크고 나면 관절이 아파서, 혹은 시차적응이 힘들어서 지금의 여행과는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이 안 되는 핑계는 늘 있고 모든 게 완벽한 때는 늘 없다.
코로나19가 터지고 우리는 몇 년째 해외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언제 다시 열릴지도 모르고, 평생 코로나 19 이전처럼 마스크를 벗고 다양한 사람과 부대끼고 여기저기 활발하게 다니지 못할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내가 반박하지 않아도 어른들도 이젠 깨닫지 않았을까 싶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미루면 안 된다. 지금 당장 해야 한다.
2. 파이프라인
파이프라인은 기존 소득 이외에 잉여소득을 말한다. 트렌드 용어 중 하나인 N잡(한 사람이 여러 직업을 갖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제는 몇십 년 동안 월급을 아끼고 저축해도 집을 산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연봉이 높은 대기업에 다닌다 해도 빠르게 은퇴를 당하기 때문에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 이런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월급 이외의 돈벌이 수단을 찾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파이프라인으로는 전자책 출간, 블로그 광고 수익, 유튜브, 주식 배당금, 부동산 등 정말 다양한 방법이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에게도 주식 붐이 불었다. 더 이상 주식은 어머니 아버지 세대만의 재테크 수단이 아니다. 우리는 주식뿐 아니라 ETF, 가상화폐 등 더 다양한 재테크 방식에 관심을 갖고 있다. 능동적으로 일을 해서 버는 돈이 아닌 수동적으로 돈이 스스로 내게 들어오는 방법들을 찾고 있는 것이다.
MZ세대에게 이런 방법을 알려주는 어른들은 벌써 강의, 강연, 출판 등을 통해 많은 수익을 얻고 있다.
3. SNS
우리는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다. 한 사람당 SNS 하나씩은 기본적으로 있는 게 아니라, 세네 개씩은 기본으로 있다. 우리는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종류도 다양한 SNS에서 소통한다. 또 SNS 마다 특성이 달라서 SNS 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기에 자연스레 멀티 페르소나라는 말도 생겨났다.
요즘은 SNS를 하지 않으면 친구들의 소식을 알기 힘들다. 굳이 내가 글을 올리고 자랑을 하지 않더라도 다른 친구의 소식을 보고 좋아요를 눌러주기 위해 SNS를 한다. 이젠 팔로우 수가 개인의 자산이 되어주기도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SNS가 '시간낭비서비스'의 줄임말이라는 말도 있었다. 나는 SNS가 시간낭비서비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곳에서 친구들과 놀고, 트렌드를 읽고, 인사이트를 얻는다. 이 좋은 SNS를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모든지 잘 활용하느냐 못하느냐는 내가 하기에 달려있다.
4. 코드 커터족
코드 커터족(Cord Cutters)이라는 말이 있다. 코드로 연결된 것을 끊어 낸다는 의미로, TV 방송을 이용하지 않고 인터넷 등으로 방송을 보는 소비자를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TV가 아닌 OTT 서비스를 이용한다. OTT(Over The Top)는 인터넷을 통해 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초고속 인터넷의 발달과 보급으로 우리는 동영상 서비스를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다.
내 주변만 보아도 넷플릭스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OTT 서비스는 저렴한 비용으로 전 세계의 콘텐츠를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다.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비용이 오르고 있긴 하지만 여러 사람과 함께 돈을 나누어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선택하면 여전히 저렴한 편이다. 또한 몇 편을 보든 추가 요금 없이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 역시 큰 이점이다. 우리는 OTT를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능동적으로 골라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유행하는 것은 너도 나도 아는 것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아무리 유행하는 것이 있다고 해도 그쪽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전혀 모르는 일이 되어버렸다. 이젠 트렌드도 직접 공부해야 하는 시대다.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지만, 그만큼 마음만 먹는다면 여러 매체들을 통해 트렌드에 대해 쉽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경제책을 읽는다고 주식을 잘할 수 있는 게 아닌 것처럼, MZ세대에 대한 글들을 백 번 읽는다고 해서 MZ세대에 대해 제대로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서로 꾸준히 소통하며 감을 잡아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