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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 Feb 05. 2022

우리가 말하는 꼰대는

커서 이런 어른은 되지 말아야지의 '이런 어른'

꼰대는 본래 나이 많은 사람들을 가리키는 청소년들의 은어였으나 요즘은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남에게 강요하는 어른들'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17살에 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지금까지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많은 어른들을 만났다. 그리고 10명의 어른 중 6명의 어른을 보며 ‘저런 어른은 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다.


18살과 19살 때는 일주일에 6일 하루 10시간씩 서서 일하기도 했다. 주말에는 쉴틈이 없이 바쁜 매장이었다. 그러나 일이 힘들진 않았다. 물건을 집어던지고, 욕하고, 삿대질을 해대는 사장이 힘들었다. 감정 조절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란 걸 알지만 그 사람에게 왜 그런 문제가 있는지 어린 내가 이해할 필요는 없었다.


그 사장은 내게, 성공하면 자기를 꼭 잊지않고 언급해달라고 말했다. 나는 사장님을 잊지 못한다. 내 인생 최악의 어른이었으니까. 그 말을 들은 후부터 꼭 성공에서 내게 너무 나쁜 어른이었다고 말하는 상상을 했다.


사장은 돈이 없으니 월급을 늦게 준다고 얘기했다. 일을 관두고도 한참 월급이 들어오지 않았다. 언제쯤 돈이 들어오냐는 한 마디에 사장은 전화로 소리를 질렀다. 자기가 돈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본인의 사정을 어린 내가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 사장은 내게 어른이 아닌 꼰대였다.


지금은 레스토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우리 가게는 손님이 각자 자리에서 태블릿 PC로 직접 주문하고 결제까지 한다. 젊은 사람들은 척척 해내지만 나이드신 분들은 어려워하신다. 이런 분들은 주문이 어렵다고 하시면 당연히 도와드린다.

 

아무리 바빠도 주문이 어려워하는 분을 도와드리는 건 내게 전혀 성가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음식만 나르는 서빙 업무 속에서 유일하게 손님과 소통할 수 있는 즐거운 부분이다. 물론 그 손님이 태블릿PC 이용의 어려움을 잘만 말해준다면. 도움을 요청하는 손님은 두 유형으로 나뉜다.


우리가 잘 못하는데 도와줄 수 있어요? (도움을 드린 후) 도와줘서 고마워요. 우리가 늙어서 잘 몰라. 우리가 배워야지.


나 이거 못하는데 어떡하라고! 네가 주문 받아! (주문을 대신 해드린 후) 이런거 너무 별로네.


어른과 꼰대의 차이는 애매할 것도 헷갈릴 것도 없다.


코로나19로 식당에 영업제한이 이랬다저랬다 반복되는 상황이었다. 일일이 백신접종을 확인해야하는 것도 번거롭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란 걸 알았다. 가장 힘들었던 건, 수많은 화와 짜증을 정부가 아닌 알바생들이 들어야 했다는 것이다. 한 번은 정부에서 정한 출입 기준보다 많은 사람이 와서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렸더니 한 할아버지가 내게 ‘우리 입장 가능 해. 가서 공부나 더 하고 와.’라는 말을 했다. 이 할아버지도 나에겐 어른이 아니다. 이런 어른이 되지 말아야지의 '이런 어른'일 뿐이다.


물론 나이와 상관없이 남을 배려하는 사람과 배려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꼰대라는 말은 나보다 더 많이 살아온 어른임에도 어른답지 못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사용했다.


어른들이 MZ세대를 보며 우리가 이기적인 세대라고 생각하지 않길 바라는 것처럼 나 역시 나이 많은 어른들을 다 꼰대하고 생각하지 않는다. 요즘은 젊은 꼰대라는 말도 생겨났다. 사실은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의 경험만을 토대로 내가 옳아, 너가 틀려. 그러니 너가 배우고 와. 이런 걸 나는 꼰대라고 생각한다.


나의 소심한 성격 탓에 다가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아쉬운 어른도 있다. 내가 만약 작가로 성공한다면 꼭 첫 책을 드리며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 어른.


한 방송국 라디오 팀에 막내로 들어갔다. 작가님을 보며 ‘저런 어른이 되어야지’라고 생각했다.

작가님은 무슨 말을 꺼냈다가 꼰대라고 생각될까봐 말을 아끼게 된다고 하셨다. 그런 조심스러움과 배려부터 작가님은 꼰대가 될 자격이 없으셨다. 작가님은 언제든 불합리하다고 느껴지는 일이 있으면 말하라고 하셨고, 힘든 점을 이야기 했을 때 그동안 힘든 걸 몰라줘서 미안하다고 하셨다. 그리고 내가 라디오를 그만두는 날, 봉투에 용돈과 편지 한 장을 넣어주셨다.


이런 어른들에겐 나도, 그리고 내 또래들도 다가가고 싶어하고, 곁에서 배우고 싶어한다.


MZ세대들도 나이가 있다고 무조건 꼰대 취급을 하며 멀리하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극적인 기사들이 세대차이와 세대갈등을 만들어내고 있다.


세월의 노하우가 쌓인 멋진 어른과 방금 어른이 되어 서툴지만 희망은 가득한 어린어른의 만남은 그 누구보다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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