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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민 Dec 28. 2021

엄마의 나이가 되어보니

기적은 행동하는 자에게 찾아온다.

방학이다.

늦게까지 늘어져서 자도 되지만

아침 일찍 눈이 떠진다.


애정 하는 커피를 한잔 내리고,

커피를 마시기 전 재빨리 사과 한 입 베어 물고

건강 검진 결과가 좋지 않아, 아침 챙겨 먹기를

22년 다짐으로 넣고, 12월부터 지키고 있다.


아침 일찍 눈이 떠진 이유는 브런치에 글을 쓰고 싶어서였나 보다. 사는 것이 바빠, 아니 잠깐의 마음 여유가 나지 않아 브런치 글을 안 쓴 지가...

출근해야 하는 방학이지만, 출근 시간에 압박이 없어 그런지

미루고 미루었던 글을 쓴다.


21년이 빛의 속도로 지나가고 있는 것 같다.

내 나이가 마흔이 넘었다는 생각을 한 번 씩 잊어버릴 때도 있지만, 둘째가 내년 학교를 들어간다니 감회가 새롭다.


마흔이란 나이가 되면, 어떤 유혹에도 안 흔들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마흔이란 나이는 참 많은 나이일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마흔이 되니, 나는 아직 하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은 많지만 이룬 것이 없는 나이더라.


내가 초등학교를 입학했을 때를 생각해 본다.

그때 엄마는 세상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었는데, 예쁜 옷을 입고 출근하는 엄마가 참 자랑스러웠었는데, 막상 내가 그때의 엄마 나이가 되고 보니

참 우리 엄마 힘들었겠다 싶다.


첫째 때는 휴직을 했었지만,

둘째 때는 휴직을 낼 수 없는 상황이라 일을 하며 나를 학교 보냈어야 하는 그때의 엄마가 자꾸 생각난다.


예전의 나는, 바빴던 엄마를 아프셨던 아빠를 원망했었나보다  내가 가지지 못했었던 것을 갈망했었나보다. 그런데 이제는 그 자리에서 나름 최선을 다하셨던 부모님으로 기억된다. 워킹맘으로 아이 셋을 키운 엄마, 사고 전까지 열심히 사셨던 아빠, 사고 후 아프셨지만 그래도 그 자리에서 존재해주셨던 아빠, 이제 내가 그 시절의 엄마의 나이가 되고 보니 보이는 관점이 달라진다.


가지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에 감사하는 것이 행복임을 아는 나이가 된 것 같다. 마흔이란 불혹이 아니라 내가 가진(남편과 두 아이) 것을 위해 다른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나이란 것을 알았다. 어린 나의 목에 아파트 열쇠를 걸어주시며, 일하러 나간 엄마의 마음을 아주 조금은 안 것 같다.


아침, 수첩에 적혀있는 '기적은 행동하는 자에게 찾아온다.'라는 글귀가 남다르게 느껴진다.

받아보아야 줄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면

받지 않았지만 줄 수 있는 것이 기적인 것 같다.

칭찬보다는 격려를, 미안해함보다는 사랑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용기를 통해, 나를 더욱 큰 사람으로 만들어 보는 기적을 발휘해보련다. 아주 작은 행동들을 통해서 말이다.


나는 그 다짐을 글로 적고,

브런치에 올리는 작은 행동들을 한다.

글을 써 내려가는 행동을 자주 하지는 못하지만

아주 천천히 하고 있다면 멈춘 것은 아니니

나는 오늘도 행동하는 기적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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