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내가 우리 집만큼이나 많이 머물렀던 공간이 바로 도서관이다. 부장을 하게 되었고, 두 개의 부서가 하나로 통합되면서 7년간 봉사하셨던 공 선생님이 그만 두시며 4월부터는 나를 주도로 도서관이 돌아갔다. 그때 당시는 엑셀을 잘 다루기 못해 1, 2학년 출석부를 만드는 것으로도 하루 종일 걸렸었는데 올 한 해를 돌아보면 엑셀을 만질 수 있게 된 것이 나에게 생겨난 새로운 능력이라 스스로를 위로한다.
매일 도서관 잠겨있던 셔터 문을 올리고, 냉난방기를 켜놓으며 자율학습 준비를 했었는데 이제 그 일도 어제로써 마지막이 되었다.
어제는 학교 축제날이기도 했고, 불금에, 크리스마스 전전날이라 아마도 자습하기 위해 남을 아이들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일찍 퇴근할 수도 있겠네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평소에 열심히 하던 그 아이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서 자신의 공부를 묵묵히 하고 있었다.
사실 아무도 없는 도서관을 정리하고 퇴근하는 모습을 상상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아무도 없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날이었고 누군가는 이런 날도 자습감독을 하냐며 도서관을 향해 가는 나에게 말씀하시기도 했지만 난 정말 개인적으로 도서관 자습 끝을 마무리할 수 있어 좋았다.
자습 전 셔터 올리고 도서관 불을 켜고 들어갔던 날들
청소시키다 열받았던 날
이름표 하나하나 붙이다 멘탈이 나간 나를 도와준 그대들
이제는 웃으면서 추억할 수 있다.
많은 학생들이 앉아서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도 참 좋지만
몇 명이 되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하겠다고 자발적으로 앉은 이의 모습도 좋다.
나의 고교동창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야자를 도망가던 네가 이런 글을 쓴다고하면 웃을 수도 있겠지만, 요즘은 야자 도망가는 아이들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모든 것이 자율이기 때문에 야자를 안 하고 가는 것이지 도망가는 것은 아니다.
오늘 남아있는 아이들이 너무 예뻐서 간식도 나눠주고, 마지막으로 남아 심자를 하는 아이에게는 문상도 주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누군가는 효율성을 따지면서 도서관 자율학습의 남아있는 학생 수를 이야기하며 요즘 자기 공부 공간이 없는 아이들이 어디 있냐며 도서관 자습 운영에 대해 회의적인 선생님도 계셨지만, 그 말씀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난 그것이 교육인 것 같다. 단 한 명이라도 공부하고 싶어 하는 아이를 위해 불을 켜주고 그곳에 함께 있어 주는 사람이 교사라고 생각한다.
암튼, 올 한 해 참 많이 애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