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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민 Feb 19. 2020

두 개의 고구마

삶의 뿌리

"앗!! 고구마에 싹이 났어." 슈퍼에서 싸게 파는 고구마를 한 상자 사 왔는데, 어찌나 그냥 무심히 두었던가 그것에 싹이 나있다. 너무 죄스러운 마음이 들어서, 고구마 저 녀석 살고자 했던 욕망이 대견하다 싶어, 테이크아웃 커피 잔에 물을 담고 넣어 두었다.


나는 결혼한 지 햇수로 8년이 지나가지만, 솔직히 살림 실력은 정말 형편없다. 슈퍼에 가면 손이 커서 필요 이상으로 사고, 만들 때도 너무 많이 만들어서 버리는 것이 더 많다. 워킹맘이라 핑계를 대며 시어머님의 음식 솜씨는 좋아서 자꾸자꾸 어머님에서 의지했던 것 같다.


싱크대 위에 한 동안 잊고 있던 고구마 두 개가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기게 했다. 무심했던 부엌살림에 대한 책망과 살고자 하는 고구마의 의지를, 그리고 두 개의 고구마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두 개의 고구마를 보고 무슨 차이점이 보이는가? 하나는 무성한 잎의 차이만 보이는가? 처음 고구마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두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올라오지만 나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처음에는 두 고구마의 차이는 없었다. 둘 다 똑같이 싹이 나 있었다는 것,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차이의 중요한 포인트는 뿌리였다.


하나는 뿌리가 무성하게 힘차게 쏟아나와 있지만 하나는 뿌리가 거의 없다. 하지만 뿌리가 거의 없는 저 고구마도 스스로 열심히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저 고구마를 응원한다.


저 두 고구마를 보고, 내 삶에 적용해 보았다. 나는 내 삶에 어디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가? 나에게도 두 개의 고구마가 있다.  교사랑 나의 직업과 아내, 엄마라는 고구마, 하나의 고구마는 잎이 무성하게, 하나의 고구마는 형편없게 잎이 나와있지만 그 잎보다 뿌리에 관심을 두고 싶다.  뿌리가 확실히 내려야 흔들림 없이 뻗어나갈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가 없다고 속상해하지 말자, 뿌리가 내려야 성과가 있다.


삶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가? 뿌리를 내리고는 있는가? 혹시 뿌리도 내리지 않고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투덜 되지는 않는가? 다른 사람의 성과만 보고 부러워, 자꾸 뿌리를 내릴 시간을 두지 못하고 이곳저곳 방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나의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한 살림이라는 고구마에 뿌리를 제대로 내릴 수 있도록 관심을 두고, 정성을 쏟을 것이다.


삶의 뿌리를 내리려면, 앎의 뿌리도 잘 내려야 할 것 같다. 그 앎의 뿌리는 무엇일까? 그건 책 일 것이다. 당신 삶의 뿌리를 어디로 내려야 할지 모르겠다면 앎의 뿌리를 내려라. 책 속에 진리가, 책 속에 길이 있다는 그 진리를 붙들고 당신의 삶의 뿌리를 잘 내리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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