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게이머가
스포츠 에이전트로 (2)

에이전트가 되어 보자.

by 안방

1편은 여기에.




'에이전트가 되면 돈을 엄청 잘 벌 수 있는 것 아니야?'


내 머릿속에는 온통 장밋빛 미래뿐이었다.

(지금 다시 돌이켜보면 정말 현실 모르는 20대 초반의 치기였다.)


그 이후에 에이전트가 될 수 있는 방법들을 찾기 시작했다.

검색엔진을 통해 정보를 찾아보니

에이전트가 되려면 매년 1번 개최되는 에이전트 시험을 통과해야 했고,

문제는 총 20문제, 70점을 넘어야 합격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지금은 달라진 것 같다. 이 기준은 당시 기준이다.)


문제 20개 중 15개는 전 세계적으로 FIFA 규정집에서 나온 문제를 풀어야 하고,

5개는 각 국가의 민법 문제를 출제하는 걸로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4월 시험을 보고 있었다.


'가만 보자. 지금 1월이니까.... 딱 3달 남았네.'


시험 범위로 정해진 규정집을 받아보니 대략 영어로 된 약 700페이지....

아까까지만 해도 나 이제 부자 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눈앞이 캄캄해진 기분이었다.


'쉬운 방법 좀 없나...'


그러던 차에 에이전트 시험 준비를 위한 강좌가 눈에 들어왔다.

한국에서 에이전트 자격을 취득하신 분이 규정집에 대한 해설을 해주시고, 역대 기출문제들을 같이 풀어보는 강좌가 있다는 걸 알아냈다.


'당장 등록해야겠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서 강좌를 등록하고 양재동에 있었던 학원으로 월/수/금 출근을 시작했다.




일반 보습 학원을 잠깐 빌린 것 같았다.

B 강사님은 전년도 합격자였고, 에이전트가 되고 싶은 분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었다.


나이도 천차만별이었다.


이미 사업체를 운영 중이신 40대 중반의 형님부터 나 같은 20대 초반의 학생까지

에이전트라는 공통분모로 사람들이 모여 앉아있었다.


그리고 각자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22살 방태욱이라고 합니다.

저는 풋볼 매니저라는 게임을 하다가 이 학원에 등록했습니다.'


순간 웃음이 터졌던 것 같다.


다른 분들은 이 직업이 만들어낼 수 있는 축구 선수 거래의 사업성을 보고 뛰어든 분들이 많았는데

어린애가 게임하다가 등록했다고 하는 게 당연히 어이없을 수밖에.


그렇게 하루하루 공부를 시작했다.




하다 보니 꽤나 재밌고 어려웠다.

규정집이다 보니 같은 영어라도 단어의 수준이 꽤나 높았던 것 같다.


수능 공부할 때처럼 단어장을 만들어서 들고 다니며 중얼중얼 단어를 외우고

공무원들이 본다는 민법 강의도 인강으로 하나 들으려고 했다.


우리는 월/수/금 반이었기 때문에

가끔 화/목에는 스터디를 하기도 했다.


강의실을 하나 빌려서 삼삼오오 모여 전날 배운 내용을 서로 얘기하면서 공부한 내용을 복습했다.


스터디를 하는 날에는 서로 술도 한잔 하면서 사람 사는 얘기들이 곁들여지기 시작했다.


'태욱아, 넌 서울대 다닌다며. 이 정도 영어는 너한테 쉽지 않냐?

나는 이 나이에 영어 공부를 첨부터 다시 하는 느낌이다.'


'어우 형님, 안 그래요. 그리고 저 공대 다닌다니까요. 전 영어랑 담을 쌓고 살았어요.

수능 이후로 영어에는 근처도 안 가려고 한글 번역본 책 사서 공부한다고요.

근데 형님은 에이전트 왜 하시려는 거예요?

이미 사업도 잘 되시는 거 아니에요?'


'사업 하나 하고 있는데, 이제 성장이 잘 안 되는 거 같아.

사업 다각화하려고 알아보다가 스포츠 쪽이 우리나라에서 유망하다 싶었어.

그리고 간지도 좀 나지 않냐.'


책은 꽤나 두꺼웠는데, 진도는 무척이나 빨랐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고 완연한 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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