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게이머가
스포츠 에이전트로 (3)

너 붙으면 나랑 같이 해볼래?

by 안방

전 편은 아래의 링크로.




강좌가 시작할 때만 해도 두꺼운 패딩을 입고 다녔는데,

시험 볼 때가 거의 다 되니, 봄이 되어 옷차림도 얇아졌다.


얇아진 옷차림만큼 조급함은 더해갔다.


시험 1주 전, 이제 월수금반과 화목토반 상관없이 다 같이 모여서 기출문제를 주말 내내 풀었다.


다른 반에 계시던 분들은 초면이다 보니 어색하긴 했지만,

에이전트가 되겠다는 목적으로 모인 분들이다 보니 말은 잘 통했다.


정답과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 주는 강사님의 이마에 송골송골하게 땀이 맺히고,

우리의 펜은 쉼 없이 움직였다.


그러다 쉬는 시간이 되었다.




화목토반이었던 어떤 한 분이 나에게 다가왔다.


'너 에이전트 되면 어떻게 할 생각이야?'


'글쎄요. 막상 강사님 얘기 들어보니 선수랑 인연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면서요.

면허가 있어도 영업이 안 되면 아무도 못 데려온다고 하셔서

지금은 아직 잘 모르겠어요.'


'너 만약에 붙으면, 나랑 따로 한번 만나서 얘기 한번 하자.

내가 혜화동에서 카페를 하고 있는 게 있는데, 거기 한번 찾아와 줘.'


'네, 형. 근데 일단 붙고요 ㅋㅋ.'


나보다 한 살 많았던 그 형은

학교를 다니면서 테이크아웃 커피 카페 2개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형은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보이는 축구 업계에 젊은 피가 들어와서

업계 전체가 체계화되고 선진화되길 바랐다.

그게 본인이 되려고 했고.




정작 나는 꽤나 조급해졌다.

민법 공부를 너무 소홀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만큼 규정 공부를 많이 해서 자신 있긴 했지만,

16문제 이상을 맞춰야 합격하는 시험에서

(만약 민법 5문제를 다 틀린다면) 무조건 탈락이었다.


그때부터 함께 공부하던 분들 사이에서

민법을 몇 번으로 찍어야 그나마 많이 맞출 수 있는가에 대한 얘기가 농담처럼 나오기 시작했다.


'야, 3번으로 일단 다 넣으면 1개는 맞지 않겠냐.'


'그래도 좀 리듬감 있게 3, 4, 2, 5, 3 같은 방식으로 가면 더 많이 맞지 않겠어요?'


전국의 각종 미신들이 등장했지만, 덕분에 긴장되었던 분위기가 다소 풀어지기도 했다.




드디어 2010년 4월 15일. 명동에 있는 로얄호텔.

에이전트 시험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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