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에이전트 시험.
이전 이야기는 여기로.
몇 백 명 정도가 지원한 시험이었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대한축구협회 직원분들이 시험지를 나눠주고 시험이 시작됐다.
'시험지 뒤로 넘겨주세요.'
사삭. 사삭.
시험지를 받아 들자마자 뒷장으로 넘겼다.
나는 민법이 가장 중요했다.
민법에서 하나라도 맞출 수 있는 환경이면, 합격 가능성을 급격히 상승시킬 수 있었다.
'오 마이갓. 민법이 거의 사법 1차 수준으로 나온 거 같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아, 민법 하나도 모르겠다. 어떡하지. 일단 다른 거라도 풀자. 14개만 맞추면 된다.'
손에 잡히는 대로 문제를 풀어나갔다.
'형 어땠어요? 민법 너무 어렵던데.'
'야 말도 마라. 나는 민법이 문제가 아니라 피파 규정도 제대로 못 푼 거 같다.'
'형은요?'
'나도 별반 다르지 않아. 아 그래도 일단 끝났다.
같이 술이라도 한잔 하실 분들은 같이 가시죠.'
'여기 약수동 쪽에 괜찮은 집이 있어. 거기로 가자.'
시험은 아침이었는데,
점심 나절부터 술판이 벌어졌다.
몇 달 동안 동고동락했던 사람들이 술을 마시며 시험 문제에 대해 얘기했다.
기분이 묘했다.
붙을 것 같으면서도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나는 14문제를 맞혔거나, 13문제를 맞힌 것 같은 느낌이었다.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려 술을 그만큼 들이붓고 잤다.
다음 날 아침 숙취에 정신 못 차리고 있을 시점에 전화가 왔다.
'야 축하한다! 너 70점 딱 맞췄어!'
비몽사몽 대한축구협회 사이트에 들어가서 시험 결과를 확인해 봤다.
두둥,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있었다.
혼자서 각종 세리머니를 한 후에 같이 공부했던 형들과 통화를 했다.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
애써 나를 축하해 주는 분,
부러워하는 분.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위로하고 축하했다.
며칠이 지나고 에이전트 보험비용을 납입하고, 에이전트 자격증을 두 손에 받아 쥐었다.
붙었을 때는 너무 좋았는데... 막상 붙고난 다음에는 왠지 모르게 막막했다.
근데 내 인생이 달라진 느낌은 딱 그 자격증 크기만 했다.
달라진 게 아무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그랬다.
내가 아는 축구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막막했다.
그때, 합격하면 서로 연락하자던 그 형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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