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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MDJAI Nov 17. 2019

취업 vs. 대학원

세상이 원하는 것 vs. 내가 원하는 것 

     취업과 대학원 진학 사이에서 진로 결정은 대학교 입학부터 대학원 졸업까지 계속되었다. 대학교에서는 취업과 대학원 진학 사이에서 고민했고, 대학원에 들어가서는 취업과 대학원 중퇴에 대한 생각이었다. 놀랍게도 주변의 많은 대학원 동료들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다. 경제학과에 재학 중일 때는 대학원 진학 외에 취업을 하는 것은 전공 특성상 쉽지 않은 듯했다. 당시에는 대학원 진학에 마음이 더 가 있었지만, 취업의 길이 어려운 전공에 있는 것 자체가 만족스럽지 않아서 좀 더 취업에 유리한 전공을 찾아보기도 했다. 수학을 좋아하는 일관된 마음을 만족시키면서, 대학원 진학과 취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전공은 통계학이었다. 그 후에, 수학과 관련이 있고, 대학원 진학과 취업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전공인 수학으로 옮기게 되었다. 최종적으로 졸업장은 컴퓨터과학과 수학 학위로 마무리되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과 세상이 좋다고 하는 것을 따라가다 보니 이 학위에 도달하게 되었다. 

     컴퓨터과학과 수학 전공을 가지고 졸업이 다가왔다. 프로그래밍을 다루는 전공 특성상 취업 관련해서는 큰 걱정이 없었고, 주변 대학교 동기들은 모두 취업 준비에 한창이었다. 분명히 1학년 때는 대학원이 답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취업이 당연한 것이 되어 있었다. 과거의 나와 취업을 눈 앞에 둔 나 사이에서 심각한 갈등을 일으키고 있었다. 선배들을 보니, 회사에 들어가게 되면 마음먹은 대로 학계에 돌아오는 경우는 드물었다. 회사일을 멈추고 나올 타이밍을 찾는 것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에서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던 것 같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대학교 근처에서 작은 회사를 다니면서 대학교내 연구소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밤에는 교수님이 준 프로젝트 과제를 했고, 주말에는 수학과에서 나온 과제들을 채점했다. 동기들처럼 취업을 향한 진로가 확실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겠지만, 나는 어느새 회사일, 연구, 과제 채점의 세 가지 다른 일을 하면 밤과 낮, 평일과 주말 없이 근 1년을 보냈다. 이 1년의 과정에서 내가 내린 결론은 대학원 진학이었다. 그전에 내가 해왔던 컴퓨터과학과 수학의 세계에서 또 다른 세계의 대학원으로 발을 뻗는 것이었다. 컴퓨터과학과 수학을 이용해 다음 세대의 새로운 도전 분야인 의료과학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은 전에 없이 흥미로운 일이었다. 의료과학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나는 보이는 대로 의료과학과 연결된 분야에서 수강을 하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뇌과학, 분자생물학, 유전학, 면역학 등을 거쳐서 내가 도달한 곳은 중금속과 대사산물을 연구하는 의료과학 분야였다. 기존의 컴퓨터 과학자들에게는 환경의 영향을 연구하는 의료과학 분야는 주요 분야가 아니었다. 수학이론과 프로그래밍만 보던 나에게 이 새로운 분야는 너무나도 새로웠지만, 끊임없이 외우고 내가 개발한 알고리즘을 적용하다 보면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이 분야에 의미 있는 공헌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이 의료과학 분야도 컴퓨터과학 분야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나에 대해 달가워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대부분의 의료 과학자들은 내가 컴퓨터과학 분야에서 갑자기 왜 나왔는지 의아해했다. 나는 의료센터 내에서 나의 필요성을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것은 의료센터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스마트했는지, 혹은 나의 알고리즘이 얼마나 특별한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고, 내가 나의 연구를 얼마나 명확하게 설명하는지, 내가 누구인지를 명쾌하게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한 발 나아가 사람의 언어로 말할 수 있기를 의료센터의 모두가 원했다. 세상이 원하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 편했던 나는 의료센터의 의료 과학자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나아갔다. 그 과정에서, 심각하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대학원에서 졸업까지 써야 할 시간과 내가 바로 취업을 해서 얻는 이익을 비교하는 버릇이 생겼다. 결과적으로 나는 박사 졸업까지 묵묵히 나아갔지만, 졸업은 또 그다음 커리어를 위한 시작을 의미하고 있었다. 컴퓨터과학과 의료과학을 묶을 수 있는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즐거우면서도 외로운 고민의 시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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