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 자리마다
얼어붙은 이야기가 생겨났습니다
당신의 목소리는 숨결이 되어
차가운 창을 흐리게 하고,
그 흐림 속에서 나는
당신을 몇 번이고 새롭게 만났습니다
길모퉁이를 돌아온 바람이
옷깃에 남긴 추위가
당신의 손끝에 닿을 때,
나는 묵은 시간이 녹아내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마치 계절이 입김처럼 녹아내려
눈꽃이 지는 순간처럼
겨울의 심장은 멈춘 듯 보이나
그 안에서 당신은 고요히 춤추고 있었지요
얼음 아래 흐르는 강물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쉬지 않고
당신의 이름을 부르면
눈발 사이로 사라지는 것 같아서
나는 침묵 속에
천천히 당신을 새겼습니다
새벽에 얼어붙은 가지가
빛을 품듯,
가슴에 당신을 품었습니다
겨울은 사랑을 잃는 계절이라지만
나는 여기서 당신을 찾습니다
찬 바람 속에서도 숨을 고르는
나무의 뿌리처럼,
내 마음은 깊이 내려가
당신을 붙들고 놓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