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점의 단어가 종이에 내려앉자
캔버스가 열렸다
빛은 그림자의 경계를 허물고,
푸른 강물이 흘러들어
낯선 바다가 되었다
붉은 단어는 하늘을 태우고
노란 문장은 바람을 남겼다
그 사이, 작은 쉼표 하나가
풀잎 위에 이슬처럼 떨렸다
밤이 되자 단어들은 별이 되었고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 빛이
어둠을 가로질렀다
소리 없이 흩어진 한 줄의 문장은
아무도 보지 못한 길을 열어
바람처럼 지나갔다
나는 붓을 들지 않았지만
단어는 풍경이 되었고,
풍경은 또 다른 이야기를 품었다
마침표조차 찍히지 않은 그 끝에서
단어들은 여전히 새로운 빛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