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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속의 온기처럼

by 김태양 Dec 28. 2024


이미 겨울이다. 그저 차가운 바람이 내 얼굴을 스쳤을 뿐인데, 어쩐지 그 속에서 너의 기억이 더 선명해진다. 겨울은 내게서 너를 빼앗았다. 추위가 내게 가까워지면서, 내가 알던 모든 온도는 사라져버린 것 같다. 우리는 서로 멀어졌고, 그 거리를 메울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제는 너무 잘 알게 되었다.


너와 함께 있던 시간들이 겨울의 찬 공기처럼 내 마음 속에 박혀 있다. 그때는 몰랐다. 우리가 이렇게 멀어질 줄은. 우리가 공유했던 온기가 점점 사라지고, 나는 그저 너의 이름을 겨울 속에서 되뇌이게 된다. 겨울은 사람을 이토록 무감각하게 만든다. 너를 놓친 손끝에서 느껴지던 마지막 열기가 이제는 그저 과거일 뿐, 내 손에 닿지 않는다.


길을 걷다가 내 옷자락이 바람에 휘날릴 때, 나는 문득 너를 떠올린다. 우리가 함께 걷던 그 길에서, 아무런 말 없이 너와 나만의 시간을 나누었던 그 순간들이 마치 꿈처럼 흐려진다. 왜 그때 더 가까워지지 못했을까. 왜 그토록 멀어질 가능성을 모르고, 그냥 그렇게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겼을까. 이제 와서 그 순간들이 다르게 느껴지기만 한다. 겨울은 내게 묻는다. 사랑은, 그저 스쳐가는 것일까? 그 온기는 정말로 존재한 것일까?


내가 너를 사랑했었음을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끝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알 수 없다. 너와 나, 우리 모두는 결국 이 겨울 속에 녹아들어 가는 눈송이 같았다. 언젠가는 사라지고, 또 다시 덧없음을 반복하는, 그런 존재들처럼. 너와의 시간이 내겐 너무 길었던가, 아니면 너무 짧았던가. 그럴싸한 답을 내리기엔 내가 너무도 혼란스럽다. 모든 것이 얼어붙은 지금, 나는 그저 그 순간들에 대한 그리움만을 품고 살아갈 뿐이다.


이 겨울을 지나면 봄이 오겠지, 너와 나를 다시 마주칠 기회가 오겠지, 그렇게 기대하지만, 결국은 그 기대마저도 부서지고 말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은 변한다. 우리도 그저 흘러가던 시간 속에서, 어떤 순간의 그리움으로 남게 될 것이다. 겨울 끝자락에서 나는 너를 잃어버린 듯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다. 그리운 마음, 하지만 그것이 나에게 무엇을 남길지 알 수 없어서, 더 아프다.


겨울이 지나가면, 나도 너를 놓아줄 수 있을까? 아니면 이 그리움 속에서 죽을 때까지 너를 끌어안고 살아갈까? 이미 차가운 바람 속에서 내 모든 감정은 얼어버린 것 같다. 하지만 이 얼음 속에서만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기도 한다. 너는 내게 따뜻한 기억을 주었고, 그 기억은 겨울이 지나가도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너를 떠올리는 한, 그 온기는 내 안에서 계속해서 존재할 것이다.


추운 날들이 지나가면, 나는 다시 너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도, 너는 아마 나의 겨울 속에 있을 것이다. 내가 너를 사랑했던 그 날들이, 겨울 속의 온기처럼 나를 감싸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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