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문장안에

by 아무개


너라는 문장 안에

나는 오래 있다


이름은 부르지 않는다

불러서 달라질 것이 없어서


우리는

무언가를 확인하지 않고

하루를 건넌다


말을 줄인 뒤로

남은 것들이

더 또렷해졌다


마당에 세워 둔 자전거

갈색 바구니는

오래전부터 비어 있었다

무엇을 실을지 정하지 않아서


저녁이 오면

어둠이 먼저 들어차고

우리는 그 안에서

서로의 윤곽이 된다


나는 쓴다

끝까지 숨길 생각이었던 문장들을

너에게서만

천천히


펼친다기보다는

네가 읽기 시작했다는 쪽으로


이 시가 끝난 뒤에도

너는 남아 있을 것이다


떠나지 않아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여기였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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