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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 졌다면

by 태연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싶어 졌다면,

심지어 자신까지 포기하고 싶어 졌다면,

그건 삶이 보내는 신호다.

삶은 언제나 조용히, 때로는 너무도 가혹한 방식으로 신호를 보낸다.

우리는 그것을 절망이라고 부르고, 한계라고 부르고, 끝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것은 삶이 말하는 또 다른 방식의 시작이다.


출근길이 버겁고, 회사 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퇴근을 기다리게 될 때, 모든 걸 걸고 준비했던 시험에서 떨어졌을 때, 밤을 새우며 노력했지만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했을 때, 온 힘을 다해 쌓아 올린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모든 일이 다 무의미하게 느껴진다면 그건 삶이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이 길이 진짜 내 길이 맞는 가?"


사랑한다 여기는 사람과 함께 있어도 공허한 기분이 들며 같은 공간에 있지만 마음은 다른 곳을 향해 있을 때,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현실 앞에서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할지조차 모르겠을 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 그 생각이 점점 익숙해지며 별다른 감정도 들지 않게 될 때, 이제는 더이상 하루를 버티는 게 의미 없는 일이 되어버릴 때, 우리는 이런 순간들을 애써 외면하거나 받아들이기 싫다며 저항할 수도 있다. 지금의 이 모든 것이 무너지고 사라져야만 새로운 삶의 방향이 드러난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껏 쌓아 올린 것들에 대한 미련 때문에 그 문을 열지 못한다. 그 문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속에서 이미 무너지고 있는 것들을 끝까지 붙잡으려 한다. 그저 조금만 더 버티면 나아질 거라고,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스스로를 속인다.


하지만 마음은 알고 있다. 나는 알고 있다. 이 길이 더 이상 내 길이 아니며, 이제는 멈춰야 한다는 것을. 삶이 보내는 신호를 외면하려 하지만, 결국 마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 신호는, 내가 전환점 앞에 서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는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을 때,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처럼 느껴질 때, 그저 삶에 모든 것을 내맡기고 나를 흐르도록 자유롭게 놓아주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의 끝은 전환의 순간이기에.


삶의 끝이라 믿었던 자리에서, 길이 열렸다.

이별이든, 실패든, 포기든, 죽음이든. 우리가 끝이라 부르는 모든 것은 결국 새로운 길을 알려주는 메시지이다. 가진 것을 내려놓을 때, 손이 비워질 때, 그 손안에 또 다른 무언가가 쥐어진다. 바닥까지 내려간 줄 알았던 순간, 더 내려갈 곳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제야 보인다. 위로 올라갈 길이.

그러니 만약 지금,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서 있다면,

모든 걸 저버리고 싶다는 그 지점에 있다면,

당신이 서 있는 그곳이

새로운 시작이 될 자리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이제 당신은 진짜 당신을 향한 길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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