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나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말에 너무도 익숙해졌다. 강해져야 하고, 흔들리지 말아야 하고, 실수해서는 안 되고, 누구에게도 약해 보이면 안 된다는 말. 그 말들을 믿고 살아오면서 나는 내 안의 어떤, 한 존재를 말없이 어둠 속에 앉혀두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던 그 존재는, 사실 나였다. 어린 나, 세상을 두려움과 설렘으로 바라보던 그 눈빛을 가진 나였다.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려본다. 눈이 부시게 맑았고, 호기심으로 가득했으며, 작은 일에도 크게 웃고 쉽게 울던 나. 별것 아닌 일에도 세상이 무너지는 듯 아파하다가도, 금세 무지개를 발견한 듯 행복해하던 나. 그때의 나는 가식도 위장도 없이, 있는 그대로 세상을 마주했고, 사람들을 사랑했고, 나 자신을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렀다. 사회는 나에게 질서를 가르쳤고, 규칙을 지키라고 했으며, 경쟁 속에서 이겨야 한다고 속삭였다.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철벽을 세웠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내 안의 진짜 마음을 감추고, 때로는 웃지 않아도 웃는 법을 배웠다. 그렇게 하나하나 벗어났고, 결국 나도 모르게 내 안의 어린 나를 등진 채 살아가고 있었다.
문득, 혼자 있는 방에서 조용히 눈을 감으면 어린 내가 말없이 나를 바라본다. 말하지 않지만, 그 눈빛 속엔 묻고 싶은 것이 많다.
“왜 나를 잊었어?”
“왜 웃지 않아?”
“왜 그렇게 힘들어?”
그 아이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나를 지켜보는 그 시선은 다름 아닌, 내가 나를 바라보는 눈이었다.
그제야 나는 알았다. 내가 나를 버린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잊고 있었던 것임을.
나는 그 아이에게 손을 뻗는다.
“미안해. 오래 기다리게 했구나. 나도 참 많이 힘들었어.”
어린 나는 웃는다. 그런 나를 안아준다. 나는 그 품 안에서 울음을 터뜨린다. 그 아이는 나에게 용서를 바란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나를 다시 사랑해 주기를 바랐을 뿐이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엔 어린 내가 있다. 그 아이는 아직도 구석에서 조용히 나를 지켜본다. 나의 무거운 어깨를, 나의 지친 눈동자를, 나의 떨리는 숨결을 느끼며, 그저 기다린다. 나의 사랑을, 나의 관심을, 그리고 나의 미소를.
때로 우리는 너무도 멀리 가버린다. 이룬 것도 많고, 겪은 것도 많지만, 어느 순간 나는 내가 아닌 듯한 공허함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럴 땐 멈춰야 한다. 삶의 모든 짐을 내려놓고, 고요히 나 자신 안으로 걸어가야 한다.
어린 나는 말한다.
“괜찮아, 네가 울어도.”
“괜찮아, 네가 넘어져도.”
“괜찮아, 네가 나약해져도.”
그 작은 아이는 세상이 가르친 그 어떤 기준보다 넓은 마음으로 나를 품는다. 그 품에서 나는 다시 웃을 수 있다. 다시 용기를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시 나로 돌아올 수 있다.
우리는 종종 외부에서 사랑을 찾으려 애쓴다. 누군가 나를 인정해 주길, 누군가 나를 안아주길, 누군가 나를 이해해 주길 바라며 헤맨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내가 나를 안아줄 때, 내가 나를 웃게 해 줄 때 시작된다. 내 안에 있는 그 아이에게 미소 지어줄 때, 모든 갈증은 조금씩 사라진다.
거울 앞에 서서 내 눈을 들여다본다. 어쩌면 오래전부터 그 아이는 내 눈빛 속에서 신호를 보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 좀 바라봐줘.”
“나 좀 웃게 해 줘.”
나는 그 아이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웃는다. 아무 말 없이, 이유 없이. 그 미소 하나에 아이는 기뻐한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고, 눈시울이 젖는다.
지금, 그 아이와 함께 걷는다. 내가 가는 길 위에,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어린 나는 나의 손을 잡고 있다. 세상이 아무리 거칠어도, 그 손만 놓지 않는다면 나는 괜찮을 것이다.
자신 안에 어린 나를 향해 웃어주세요.
그 미소는 단순한 위로가 아닙니다.
그것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가장 깊은 표현이며, 삶을 다시 시작하는 첫 번째 걸음입니다.
그 아이는 말없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은 이미 사랑입니다.
당신 안에 그 작은 사랑을 깨워주세요.
그리고
자신을 향해,
세상을 향해
웃어주세요.
당신의 그 웃음은 세상을 비추는 빛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