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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엽시계 Jul 23. 2022

화려한 시절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

써니 SUNNY

바쁘게 세상을 살아가다 보니 어느덧 중년이라는 나이대에 접어들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중년의 나이에 접어드니 문득 그런 생각이 났다.

“나에게도 젊고 화려한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는 무엇을 해도 두렵거나 겁이 나지 않았다.

친한 친구가 있다면 세상 두려울 것이 없었던 그 시절.

나의 인생 앞에는 탄탄대로만 있으리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가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이제 그 시절의 패기는 온 데 간데없다.

패기 부렸다가는 그나마 밥 벌어먹고 사는 직장에서 잘리기 딱 좋다.

패기는 고사하고 비겁해지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힘든 현실을 살아가다 보면 불현듯 겁 없던 젊은 시절이 생각난다.

그때의 친구들이 보고 싶어지고 고마웠던 사람도 생각나고 나를 시름에 잠기게 했던 원수 같은 놈도 찾아보고 싶어 진다.     


사람마다 기억하는 화려했던 시절은 다르겠지만 대개는 10대, 즉 고등학생 시절이 아닐까?

아직은 어리기에 친구를 사귀는 것에 별 조건을 따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평생의 친구는 대개 고등학생 때 친구들인 경우가 많다.     

그때는 친구만 곁에 있어도 좋았다.

지금 이 친구는 나와 평생을 함께 할 좋은 친구다.

함께 있을 때, 우린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는 유행가 같은 말도 있지 않은가.     


생각해보니 화려했던 그 시절은 언제나 친구와 함께였다.

친구가 잠시나마 없는 시간은 어둠의 시간이었던 같다.

그때가 나의 가장 화려한 시절로 회상되는 것은 무엇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나의 소중한 친구가 함께했기에 그런 것은 아닐까?     




한국 명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써니(Sunny)”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하춘화”는 나미에게 고등학교 때 친구들인 써니 멤버들을 찾아 달라고 부탁한다.

죽어가는 친구의 부탁으로 다른 친구들을 찾아가는 나미.

그녀는 써니 멤버 한 명, 한 명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잊고 살았던 그 시절로 돌아간다.     


남편과 딸의 뒷바라지에 자신을 잊고 살았던 나미.

자신도 잊고 살았던 시절로 잠시 돌아가 딸아이의 교복을 입어 보기도 하고,

과거의 불량소녀로 돌아가 딸을 괴롭히는 아이들과 쌈박질도 한다.

하지만 나미는 무섭지 않다.

바로 그 순간에는 자신의 소중한 친구들이 곁에 있기에...     


비록 하춘화의 부탁이었지만 나미친구들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이 잊고 살았던 추억을 발견 시간은 하춘화가 자신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 되었다.     


하춘화가 만나고 싶었던 건 “써니” 멤버들이 아닐 수도 있다.

그녀가 찾고 싶고 만나고 싶었던 건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에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친구들과 함께 했던 추억의 시간이지 않았을까?     


써니 멤버는 한자리에 모여 “하춘화”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다.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을 배웅하는 마지막 길에 그녀는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웃으며 마지막 길을 떠나는 그 시간이 그녀의 가장 화려한 시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어가다 보면 누구나 젊은 시절을 회상한다.

젊었던 그때가 내 인생에 가장 화려했던 시절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었던 그 시절이 정말 화려했던 시간이었을까?

지금의 나는 나이가 들었기에 그때가 화려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30대 때는 20대의 나를 그리워했다.

40대 때는 30대의 나를 그리워했다.

50대가 된 지금은 40대의 나를 그리워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나의 화려했던 시절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였다.


젊은 시절이 화려했다고 느끼는 것은 소중한 나의 친구들과 함께했기 때문이었다.

친구와 함께라면 즐거웠고 두려운 것이 없었으니까.


지금의 나는 화려하지 못하다고 느는 것은 지금 나의 주위에 소중한 친구가 없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다면 당장 당신의 소중했던 친구를 찾아 추억 여행을 떠나시길 권해 드린다.

만일 아무리 찾아도 친구들을 찾을 길이 없다면 앞으로 나의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해 줄 친구를 지금이라도 사귀어야겠지.


물론 나이 들어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는 쉽지 않다.

상대의 환경을 보고, 그가 가진 배경을 보고 친구를 맺기도 한다.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가도 나를 보험 모집인 취급해 그가 꺼리기도 한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다.

나부터 마음의 문을 열고 상대를 진심으로 대한다면 그는 소중한 친구가 되어 나와 함께 할 테니까.     




당신이 젊었던 시절이 당신의 가장 화려한 시절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젊었던 그때로 다시 되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시나요?     


언젠가 저보다 연배가 있는 어르신이 저한테 말하셨습니다.

“자네는 젊어서 좋겠네. 내가 자네 나이만 되어도 바랄 것이 없겠는데...”     


당신이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이 당신의 가장 화려한 시간입니다.

지금의 소중한 시간을 알지 못하고 지난 시간만을 그리워한다면 당신은 10년 후 20년 후 이 시간을 화려한 시간으로 회상할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화려한 시절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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