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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엽시계 Aug 07. 2022

어르신! 사랑에 나이는 있습니다만

그대를 사랑합니다

몇 해전 흥겨운 박자의 한 트로트 노래가 큰 인기를 얻었다.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 가사가 노년의 사랑을 이야기해서인지 어르신들 사이에서 인기 폭발이었고 어르신들을 위한 공연에 빠지지 않고 불렸다.

특히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라는 가사 부분은 나이 때문에 새로운 사랑을 주저하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제대로 담아내서 더 인기를 얻은 것 같다.          


젊은이의 사랑은 아름답게 보지만 노년의 사랑은 어색하게 보는 사회적 시선 때문인지 노년에 자신의 새로운 반려자를 찾는 사람들은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애들 보기 부끄럽게 이 나이에 뭐 하는 짓인가”

“내 나이가 몇인데 남보기 창피하게”

“하늘나라에 있는 그 사람한테 미안해서 어떻게” 등등...

대개 그러한 사유로 노년의 사랑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더 많겠지.     




인생 말년에 새로운 반려자를 만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살다 보니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얼마 남지 않은 삶이지만 이 사람과 나의 여생을 같이 보내고 싶다.

자녀들에게 이 사람과 여생을 함께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데 나의 편을 들어줄 줄 알았던 자식들의 반응은 예상과 다르다.


“아버지! 잘 사시다가 도대체 왜 그러세요?”

“다른 사람들 보기 창피하지도 않으세요?”

“돌아가신 어머니한테 미안하지도 않으세요?”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밤새도록 반대한다.     


자식들의 결사반대에 서운한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로 생각하니 괘씸하다.

이제 자신의 사랑을 반대하는 자녀들과 전쟁을 선포하며 외친다.


“도대체 너희들이 언제부터 내 생각을 그렇게 했냐?”

“내가 너희들을 어떻게 키웠는데 감히 반대해?”

“나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 재산이 탐나는 거겠지!”     


제법 긴 시간 동안 공격과 방어를 해가며 전쟁은 계속된다.

하지만 자녀들은 아버지를 무장해제시킬 무기를 이미 가지고 있다.

바로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극강의 무기.

극강의 무기를 앞세운 자녀들의 공격을 버텨내지 못하고 결국 아버지는 무릎을 꿇고 만다.

전쟁에 패한 아버지는 한 마디 말로 자신을 위로한다.

“내가 앞으로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반대로 자신의 새로운 사랑을 녀들이 적극 지지하고 축하해.

여생을 같이 하고 싶은 상대를 만났고, 든든한 지원군을 등에 업었음에도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삶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 자신의 나이 때문에 그러는 것은 아닐까?     




1세대 웹툰 작가 “강풀”의 만화를 소재로 제작한 노년의 사랑을 다룬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까칠한 성격에 버럭 소리를 질러대는 노인 “만석”.

어느 날 길에서 폐지를 줍는 송씨 할머니를 알게 된다.

매사 까칠하게 송씨를 대하지만 송씨는 마음 따뜻하게 만석을 대한다.

그런 송씨에게 연민을 느끼고 자신의 성격에 맞지 않게 질투를 하기도 한다.

마음 따뜻한 송씨를 만나면서 만석은 자신이 잊고 살았던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만석의 새로운 사랑을 눈치챈 손녀는 만석에게 송씨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라고 말한다.

만석은 나이라는 체면 때문에 망설이지만 손녀의 조언대로 송씨에게 고백한다.

송씨의 생일날 만석은 고백한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송씨가 고향으로 돌아가 만석은 송씨와 사랑의 결실을 맺지는 못한다.

몇 년 후 만석이 삶을 마감하는 임종의 순간,

만석은 송씨와의 사랑을 회상하며 웃으며 하늘나라로 떠난다.


송씨와는 이별을 했지만 “그대를 사랑합니다.” 고백 한 순간 만석의 새로운 사랑은 이루어진 것이다.

자신의 새로운 사랑을 이루었기에 만석은 웃으며 떠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노년의 사랑은 너무나 어렵다.

이미 나의 자녀들이 있기에, 먼저 세상을 떠난 배우자에게 미안하기에, 새로운 사랑을 하기에 이미 나는 나이가 너무 많기에..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새로운 사랑이 눈앞에 찾아와도 애써 눈감고 외면하기도 한다.     


왜 당신 앞에 찾아온 소중한 사랑을 애써 외면하시나요?

외면하지 마시고 지금 눈앞에 서 있는 당신의 새로운 사랑을 향해 고백하세요.

“그대를 사랑합니다.”라고..

    



당신이 처한 상황이 힘들어서 고백을 못 하시나요?

남들 보기 창피해서요?

당신의 생각만큼 남들은 당신한테 아무런 관심도 없습니다.


먼저 간 그 사람한테 미안해서요?

당신의 그 사람도 당신이 새로운 사랑을 찾길 원할 겁니다.


자식들이 반대해서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지만 잘 찾아보시면 자식 이기는 부모도 의외로 많습니다.

부모 뜻대로 크는 자식 없듯이 자식 뜻대로 살아가는 부모 없다는 것도 가르쳐 주세요.   

  

흔히 말하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에 그러시나요?

당신이 세계 최장수 할아버지, 할머니 기록을 세울 수도 있습니다.      


사랑에 나이가 있냐고 유행가는 말하지만 사랑에는 나이가 있다고 생각해서 주저하시나요?

네! 맞습니다.

사랑에는 분명 나이가 있습니다.
그 나이는 바로 지금 어르신의 나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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