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보니 괜찮지 않아

7. 어느 순간 -30,000,000

by taeyimpact

시작할 때 분명 목표가 있었다. 300억 기업가치를 가진 기업을 만들겠어! 글로벌 기업이 돼야지. 직원 300명 고용하는 고용주가 돼야지. 회사 유치원도 만들어야지. 이런 거창한 게 절대 아니다.


"내 통장에 마이너스 30,000,000이 찍히는 날, 그만두겠어!"


가족들에게 공표한 나의 목표다. 창업해서 내가 그동안 번 돈을 다 쓴다면, 창업을 접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나왔다. <대학>에 나온 '멈춤을 알아야 뜻을 정할 수 있다' 말처럼 멈추는 목표를 세웠다.


그런데, 6개월 만에 목표를 달성했다. 이렇게 쉽게?

하긴 돈을 버는 것이 아닌 쓰는 구조로 회사 시스템을 만들었으니, 당연하 결과였다.


기획자,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구해서 플랫폼을 만들었다.(무려 6개월이나 걸려버림..!)


그리고 거기에 넣을 콘텐츠를 위해 비건, 친환경 제품을 사고 식당에 갔다. 부산 비건 맛집을 알리기 위해 부산에 갔고, 제주도 비건 맛집을 알리기 위해 제주도를 갔다. 소개를 해달라고 연락이 온 업체에겐 제품을 받았지만, 소개하고 싶은데 연락이 닿지 않은 곳의 제품을 직접 구매를 했다. 스튜디오를 빌려 촬영하고 콘텐츠를 업로드할 직원을 채용했다. 체험단 서비스를 오픈하면서는 더 품과 돈이 들어갔다.


돈을 조금이라도 벌 요량으로 내가 잘하는 치트 키인 제품을 만드는 걸 시도했다. 예전 회사가 가진 인프라에 익숙한 나는, 개인사업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제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예전처럼 영광의 결과를 가져올 수 없었다.


재료비와 인건비, 협업을 위한 운영비 등을 모조리 다 제하고 나면 마이너스였다.


물론 정부지원사업에 운 좋게 선정되어 사업비를 지원받았다. 그러나, 5명의 인건비를 충당하기엔 부족했고, 정해진 예산에 써야만 할 항목들이 정해져 있어 결국 다 쓰지 못했다.


가족은 꽤나 자주 물었다.

"이제 통장 마이너스 얼마야?"

"마이너스 얼마야."

"오, 얼마 안 남았네?"


매번 성실히 대답하던 나는 이 대답을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답하지 않고 있다.


"빚도 능력이래."


스크린샷 2022-09-29 오전 12.51.27.png 내 휴대폰 사진첩 44,823장 중 팔 할인 일 사진


말은 이렇게 하지만, 속은 늘 까맣다.

태어나길 낙천적으로 태어났고, 거기에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습성이 더해져 웬만한 스트레스에는 타격을 덜 받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하고 나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낸 적이 몇 번 있다. (몇 번이라고 하면, 친한 대표들은 몇 번? 몇십 번이나 몇 백 번인걸! 소리쳤지만, 나에겐 꽤나 놀라운 숫자다.)


망해보니 괜찮지 않다. 세상에 망하려고 사업하는 사람은 없다. 망하지 않으려면, 망했던 이유를 샅샅이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어떤 이유로 생각했던 대로 진행되지 않았는가를 오답노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우격다짐 중이다.



야심 차게 준비했지만, 실패했던 이야기


1. 비건 레시피 (영상)

엄마 집밥 느낌으로 비건 레시피 영상을 제작하려고 15편 정도 촬영하고, 편집했는데 보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영상미 있게 잘 찍고, 편집하는 것이 중요한데 비전공자에 리소스를 투여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선택과 집중을 위해 영상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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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건 비누와 업사이클링 석고 방향제

뜻이 맞는 파트너사와 협업해 만든 제품이다. 펀딩 결과는 303%를 달성했다. 98명의 후원자가 있었지만, 그 이후 구매하고 싶다는 사람은 없었다. 후기 중에는 창의적이고, 특별하고 의미 있다고 했으나 판매 수량이 많지 않아 실패에 가까웠다.


이 경험을 계기로, 나는 화장품 책임 판매업자를 등록하게 된다. (오히려 좋은 경험이 된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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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알프로 판매 대행

쿧비마켓을 열어 비건 밀크와 비건 베이커리를 연결해 판매하고, 정기구독 서비스로 운영해보려고 1달 시험 운영을 했다. 당시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5,000명이 넘었고 이 중 최대 10%가 구매할 거란 가설과 목표를 세웠는데 목표 물량의 20% 밖에 판매하지 못했다.


유통 기한이 길지 않은 편이라, 판매에 어려움이 있었다. 또, 베이커리 파트너사들이 열심히 준비해주셨는데 많이 판매하지 못해 너무 죄송했다. 내가 타기팅한 고객과 핏이 맞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뒤로도 여러 가지 상품을 판매 연결해보았는데, 판매는 잘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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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실패 사례들이 수두룩하지만, 여기까지 작성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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