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색 실을 엮어 오르네
색이 없었다. 흰빛, 은빛과 금빛, 무어라 말하려 하면 도망치고는 투명한 달가루들만 남겨대는 탓에 나는 잡을 수가 없었다.
초생은 저녁 일찍 떠올라 깊은 밤이면 저물고는 했다. 그믐의 밤 그대는 잠들어 있을 것이 뻔하였다. 매일 그믐이 저물 때까지도 그대 이름을 부르다 잠들고는 했지만 그럼에도-
온하늘에 은빛의 별가루들을 남기며 동그랗게 자리한 보름에 나는 하늘을 올랐다. 작은 상자 안 소복히 쌓인 달가루들 허공에 던지면 은빛의 고운 실은 엮여 나에게 동앗줄을 내밀어주었다. 기꺼이 손을 잡고 올랐을 때, 그곳에는 그대처럼 반짝이는 별들이 총총 박힌 계단이 있었고-그 앞엔 더 새하얀 그네가 있었다.
그네에 앉아 발을 구르면 그대 있는 곳 닿나요?
나는 달님에게 물었고 달님은 말없이 빛을 낼 뿐이었다. 눈길 닿는 곳엔 그대의 밤이 있었다. 그대의 밤에 나 건너가지 못하고 다시 떨어져내렸지만-몇 번이고 다시 발을 구르고 몇 번이고 다시 도둑처럼 그대 달빛에 닿아 바스라질 듯 빛남을 훔쳐 사랑했다.
달이 빛나는 밤 나 그대를 아주 조금씩 조각으로 사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