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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타 Aug 09. 2016

달빛그네

은색 실을 엮어 오르네

색이 없었다. 흰빛, 은빛과 금빛, 무어라 말하려 하면 도망치고는 투명한 달가루들만 남겨대는 탓에 나는 잡을 수가 없었다.

초생은 저녁 일찍 떠올라 깊은 밤이면 저물고는 했다. 그믐의 밤 그대는 잠들어 있을 것이 뻔하였다. 매일 그믐이 저물 때까지도 그대 이름을 부르다 잠들고는 했지만 그럼에도-

온하늘에 은빛의 별가루들을 남기며 동그랗게 자리한 보름에 나는 하늘을 올랐다. 작은 상자 안 소복히 쌓인 달가루들 허공에 던지면 은빛의 고운 실은 엮여 나에게 동앗줄을 내밀어주었다. 기꺼이 손을 잡고 올랐을 때, 그곳에는 그대처럼 반짝이는 별들이 총총 박힌 계단이 있었고-그 앞엔 더 새하얀 그네가 있었다.


그네에 앉아 발을 구르면 그대 있는 곳 닿나요?


나는 달님에게 물었고 달님은 말없이 빛을 낼 뿐이었다. 눈길 닿는 곳엔 그대의 밤이 있었다. 그대의 밤에 나 건너가지 못하고 다시 떨어져내렸지만-몇 번이고 다시 발을 구르고 몇 번이고 다시 도둑처럼 그대 달빛에 닿아 바스라질 듯 빛남을 훔쳐 사랑했다.


달이 빛나는 밤 나 그대를 아주 조금씩 조각으로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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