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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타 Aug 11. 2016

잠자는 숲속의 공주

불면증

쉿, 조용히 해. 다들 잠들었잖니.


늙은 고양이 늘어지게 하품을 하다가

젊은 근위병 창에 비친 자기 얼굴에 감탄하다가

막내 하녀 흘깃흘깃 쳐다보다 쿠키바구니 꼭 쥐고

아버님 서류에 도장을 쾅 찍다가

어머님 거울을 몇 번이고 돌아보며 화장을 고치다

그대로 그대로 그대로

모두가 그대로 시간에 갇혀 잠에 들었는데

모두가 잠든 밤 나는 잠이 오지 않네

진실한 사랑의 키스를 받아야 잠에서 깨어난다고

꼬마 요정님이 축복 아닌 축복의 가루를 뿌렸다지


모두가 잠든 밤 나는 잠 못 이루고

이 회색의 시공에서 얼마나 많은 무한을

갇혀 지내야 하는가

사랑이 오지 않으니 억겁의 시간을 잠 못 이루고

차라리 잠을 훔쳐 프시케마냥 죽어 아름다워질까


마녀의 저주는

잠드는 것이 아니라 잠 못 이루는 것이었네.


쉿, 조용히 해야지. 다들 잠들었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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