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미 - 못
손미 시인 / 민음사 - 양파 공동체 수록
못에 걸렸다
뛰어넘다가
목에 걸린 못 때문에
여기까지
키가 자라면
저걸 뽑아야지
박힌 자리를 더듬더듬 기억하며
저것만 빼면 살 것 같다
다시 만나자
사람들은 작별을 고하며 갔다
목에 걸린 못 때문에
나는 여기에 있고
너를 사랑한다
점점 피 냄새가
없어지고
속을 파내면서
발버둥 칠 때
툭--
목이 뜯기는
나는 못에 걸렸다
뛰어넘다가
키가 자라면 못을 뽑을 생각이었는데
박힌 자리를 더듬더듬 기억하면서
내 못을 잊지 않고 있었다
목에 박힌 못만 빠지면
좀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사람들은 작별은 고하며 간다
나는 못에 걸려 잡을 수 없다
여기에서 당신을 바라본다
나의 일부가 된 못
빼낼 수 없이
목 속 깊은 곳에 들어간 못
내 속을 계속 파내면서
발버둥 쳐도
어쩌면 이미 뽑혀 사라진지도 모를 못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 나는 못을 뽑기 위해
목을 뜯는다.
자유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