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주작은행성 Mar 05. 2024

무언가가 박혀있을 때

손미 - 못

 손미 시인 / 민음사 - 양파 공동체 수록


 

못에 걸렸다

뛰어넘다가

목에 걸린 못 때문에

여기까지 


키가 자라면

저걸 뽑아야지

박힌 자리를 더듬더듬 기억하며 


저것만 빼면 살 것 같다 


다시 만나자

사람들은 작별을 고하며 갔다 


목에 걸린 못 때문에

나는 여기에 있고

너를 사랑한다 


점점 피 냄새가

없어지고

속을 파내면서

발버둥 칠 때 


툭--

목이 뜯기는


나는 못에 걸렸다

뛰어넘다가 


키가 자라면 못을 뽑을 생각이었는데

박힌 자리를 더듬더듬 기억하면서

내 못을 잊지 않고 있었다 


목에 박힌 못만 빠지면

좀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사람들은 작별은 고하며 간다

나는 못에 걸려 잡을 수 없다

여기에서 당신을 바라본다 


나의 일부가 된 못

빼낼 수 없이 

목 속 깊은 곳에 들어간 못 


내 속을 계속 파내면서 

발버둥 쳐도

어쩌면 이미 뽑혀 사라진지도 모를 못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 나는 못을 뽑기 위해

목을 뜯는다. 


자유롭다.



매거진의 이전글 송승언 사랑과 교육 리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