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오빠와 나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떠난 가족여행이었다. 오빠와 나는 두 번째 대만 방문이었고, 부모님은 첫 방문이었다.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 떠난 해외여행이라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설레었다. 같은 해 1월에 다녀왔는데, 이렇게 12월에 다시 오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우리는 연말과 신정을 대만에서 보내기로 했기에, 모든 게 기대로 가득했다.
젊은 세대와 부모님 세대의 체력과 여행 스타일은 아무래도 다르기에, 어떤 코스를 좋아하실지 고민이 많았다. 결국 첫 번째 여행에서 경험했던 코스를 중심으로, 일부만 조정하기로 했다. 숙소는 지난번에 있던 지역인 완화가 아닌 반차오(板橋, Bǎnqiáo)로 변경했다. 한국인들에게 평이 좋은 숙소였지만, 나는 로컬 감성을 선호하는 편이라 살짝 아쉬웠다. 그래도 이번 여행은 부모님의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기로 했다.
크리스마스가 끝난 뒤였지만, 반차오에는 아직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고 있어 여행 일정에 넣기로 했다. 101 타워 새해 카운트다운은 직접 보러 갈까 했지만, 인파와 호텔 가격 때문에 포기하고, 대신 호텔 TV로 대신 보기로 했다.
역시 부모님과의 여행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체력’과 ‘식사’다.
예전 홍콩 여행에서 엄마가 향신료가 강한 음식을 잘 못 드셨던 기억이 있어 이번 여행도 걱정이 되었다. 아빠는 식성이 좋아 대부분의 음식을 문제없이 드시는 분이라 딱히 걱정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여행 당일.
인천공항을 떠나 타오위안 공항에 도착했고, 우리는 공항철도를 타고 반차오 숙소로 이동했다. 그리고 짐을 풀자마자 바로 타이베이 101 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에 오르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니, 귀가 먹먹했다. 이전 방문과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안개 때문에 야경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관광객이 많아 정신도 없었고, 일부 한국 관광객의 무례한 행동 때문에 잠시 분노가 치밀었다. 새치기는 기본, 너무 시끄럽게 떠들던 모습... 이런 장면이 누군가에게 대한민국의 이미지로 남지 않길 바라며, 마음속으로 숨을 고른다.
저녁은 원래 계획했던 딘타이펑 대신, 신이구 신광미츠코시 A4 구역 근처에 있는 푸드코트 우육면집으로 향했다. 우연히 발견한 곳이었지만, 볶음밥과 만두, 우육면 모두 맛있었다. 부모님도 아주 만족스러워하셨다. 항상 여행 첫날은 여유롭게 잡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나 보다.
이 날도 마찬가지였다. 101에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 피곤함에 택시를 탔다. 그런데 택시 기사님이... 마치 우리 가족 전용 중국어 과외 선생님 같았다.
그것도 말이 끊이지 않는 아주 열정적인 과외 선생님말이다.
“오늘 101 타워 다녀왔다고 했죠? 101 타워는 대나무 구조로 만들어졌고,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동전도 붙어 있고, 금괴 모양도...”
“아, 취두부를 먹어봤나요? 김치 취두부를 꼭 드셔보세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예요!”
택시를 타고 오는 20-30분 동안 쉬지 않고 반복해서 알려주셨다. 차선을 넘어갈락 말락 하면서도 기사님의 중국어 강의는 계속되었다. 심지어 부모님은 중국어를 거의 못하시는데, 기사님의 반복 학습 덕분에 ‘꽁시파차이 완스루이’ 만큼은 완벽하게 따라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치 새해 인사를 배우는 특별한 수업 같았다.
반복되는 이야기에 처음엔 조금 지쳤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웃기다. 이런 소소한 예상치 못한 상황은 자유여행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재미다.
아, 그리고 기사님이 강조한 김치 취두부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도전하지 못했다. 취두부를 아예 안 먹어본 건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니다...
나름의 첫 시도는 있었으니까.
나의 첫 취두부 시식기는 나중에 자세히 풀 예정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썰이 있으니까!!!!!
조금은 시끄럽고 정신없었던 하루가 끝나고, 호텔로 돌아와 잠자리를 준비하며 창밖을 바라봤다.
도시의 불빛 사이로 스며드는 반차오의 밤 풍경. 이제야 대만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오늘을 마무리하고, 나는 내일을 기대하며 침대에 몸을 맡겼다.
둘째 날, 호텔 근처에 있는 자오찬디엔 (早餐店, 아침식사가게)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하루를 시작했다.
이 날은 예류-스펀-진과스, 일명 ‘예스진투어’다. 지우펀은 체력 부담과 취두부 냄새 때문에 제외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다. 호텔에서 버스를 타고 예류로 이동한 후, 티켓을 구매했다. 여왕머리 바위를 꼭 봐야 한다지만, 사진 찍으려 대기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사진 하나 찍으려고 기다리기보다, 주변 바위들을 천천히 감상하며 바람과 파도 소리를 즐겼다.
이후 택시를 타고 스펀으로 이동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풍등을 날리며 소원을 빌었고, 유명한 닭날개 볶음밥과 샹창(대만식 소시지)도 맛봤다. 부모님도 만족스러워하셨다.
그리고 내가 예스진지 투어 중 가장 좋아하는 진과스로 향했다. 스펀에서 진과스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해서 황금폭포를 볼 수 있었다. 진과스 박물관을 둘러보고, 박물관 내부에 있는 광부도시락집에 가서 점심을 해결했는데, 두 번째 방문임에도 여전히 맛있었다.
점심 식사 후, 소화도 시킬 겸 박물관 옆 산책로를 걸었다. 조금 걷다 보니 웅장한 관우 사당이 나타났다. 대만에 도교와 민간 신앙으로 관우를 모시는 사당이 많다고 들었지만, 직접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마음속으로 모든 일이 순조롭게 되길 빌고 사당을 나섰다. 사당 근처에는 현지인들로 북적이는 작은 식당이 있었다. 메뉴는 잘 모르겠지만, 그 활기만으로도 이미 맛집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렇게 오늘 예스진투어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