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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대만, 가족과 함께한 특별한 겨울 여행 ②

by 대미녀

Day3 : 타이베이 근교 투어

(한 해의 마지막 날)

바리 (八里) – 단수이 (淡水)


한 해의 마지막 날, 우리는 노을이 아름다운 단수이(淡水)에 가기로 했다.

지난번 여행에서 단수이에 대한 기억이 너무 좋았기에 이번에도 꼭 다시 가고 싶었고, 지난번에 가지 못했던 바리구까지 함께 들르기로 했다.


바리(八里)는 자전거 타는 곳으로 유명한데, 바람이 너무 거세서 결국 자전거는 포기하고 잠시 구경만 했다. 이후 페리를 타고 단수이로 이동했는데, 이지카드 사용이 가능해서 편리했다.

단수이에 도착하니 곳곳에 카메라 삼각대를 세워둔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다. 위런마토우(漁人碼頭)에서 불꽃놀이가 열린다고 해서 모두들 자리를 잡아둔 것이었다. 우리도 계획대로라면 밤까지 머물며 불꽃놀이를 볼 생각이었지만, 추웠다 더웠다 반복하는 강바람에 가족들 체력이 점점 떨어져 그냥 돌아가기로 했다.




호텔로 돌아와 잠깐 쉬었다가 반차오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하고, 맛있는 간식을 사서 방에서 쉬기로 했다. 엄마와 나는 같은 방에서 호텔 TV로 카운트다운 방송을 봤는데, 무대에 제시(Jessi)가 등장해 깜짝 놀랐다. 무대 장악력이 정말 대단했다.

엄마와 나는 서로 새해 덕담을 나누며 하루, 아니 한 해를 마무리했다. 오빠와 아빠는 많이 지쳤는지 카운트다운도 넘긴 채 다음날 아침까지 푹 잠들었다.

한 해의 마지막날은 항상 설레지만, 뭐가 아쉬운 건지 쉽게 잠들기 어렵다. 오늘을 행복하게 마무리했으니, 2024년 한 해도 분명 행복할 것 같다.





대만 편의점, 마트 먹거리 3가지 추천해 드릴게요!!!


이미 너무 유명한 것들이지만... 이 날 먹었어서 올려봅니다.

제가 쩝쩝박사라 먹을 것 사진 정말 많아요. 먹어보고 맛있었던 것 모아서 다음에 한 번 올려보겠습니다�



Day4 : 타이베이 그리고 근교 투어

(잉거 도자기 마을, 중정기념당, 용산사)



4박 5일 일정이었지만 마지막날은 귀국 준비만 남아 있었기에, 사실상 여행의 마지막 날이었다.

우리는 잉거(鶯歌) 도자기 마을에서 도자기를 구경하고 찻잔 세트를 구입한 뒤, 반차오 숙소로 돌아왔다.


잉거에서 여유롭게 구경하고 사진도 찍으며 즐거웠지만, 일정이 마무리될 즈음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아빠의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진 것이다. 결국 중정기념당과 용산사 일정은 잠시 미뤄두고, 숙소 근처 한식당으로 향했다. 모든 음식을 잘 먹던 아빠가 대만 음식이 맞지 않다니,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특유의 간장 조림 향신료향이 아빠에게 맞지 않았던 것이다.


따뜻한 국물로 회복을 기대하며 감자탕 집에 들어갔는데, 들어가자마자 또 다른 해프닝이 벌어졌다.

아빠가 식당 벽걸이 TV에 머리를 부딪힌 것이다. 순간 피가 나는 건 아닌지, 구급차를 불러야 하는 건 아닌지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이 스쳤다. 직원분도 너무 놀라 급히 아빠 머리를 감싸 안았고, 오빠와 나는 놀람과 동시에 엄마의 눈치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 여직원이 너무 정성스럽게 꽉 안아 주는 바람에, 상황이 웃기기도 하고 당황스러웠기도 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고, 음식도 맛있게 먹었다. 역시 한국인은 한식을 먹어야 하는 것인가?

(나는 아니지만 �)

대만에서의 첫 한식당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맛도 좋았고, 서비스도 훌륭했으며 가격도 나쁘지 않았다. 나는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데, 현지 사람들에게도 한식이 인기가 있다는 것을 보고,

‘대만에서 한식당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는 국물 하나까지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드셨고, 한국 음식 덕분인지 컨디션이 회복되어 용산사와 중정기념당도 무사히 방문할 수 있었다.



용산사는 연말이라 그런지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현지인들로 붐볐고, 향과 기도 소리로 가득했다. 우리는 가볍게 둘러본 뒤, 중정기념당으로 향해 교대식을 관람했다. 밖으로 나오니 하늘은 핑크빛 노을로 물들고 있었다. 꼭 여행의 끝자락을 따뜻하게 물들이는 듯했다.

주황빛이 아닌 핑크빛 노을이라니. 분홍색은 편안한 안정감의 색이 아니라, 순수하고 두근거림이 가득한 색 같다. 꼭 첫사랑처럼 설레고 떨리는 감정. 그 순간, 내가 대만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하늘도 눈치챈 듯 색으로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여행을 마치며


짧지만 알찬 4박 5일이었다.


가족과 함께한 시간이 소중했고, 변수가 많았던 만큼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을 여행이 되었다. 11개월 만에 비슷한 코스로 다시 찾은 대만이었지만, 여전히 즐겁고 행복했다.


단 두 번의 방문만에 이렇게 푹 빠지게 될 줄은 몰랐다. 나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늘 카메라 용량 걱정을 하는데, 대만은 그 ‘용량’을 끝까지 다 채우고 싶게 만드는 여행지다. 언젠가 한 달 이상 여유롭게 머물며, 나의 메모리카드가 꽉 찰 때까지 기록하고 또 기록하고 싶다. 용량이 다 찬 그 시점에도 나는 여전히 대만을 사랑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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