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
내가 가장 관심있어하고 간절히 원하는 단기 목표를 만천하에 까발리는 독후감인 것 같다. 말로만 살뺀다고 하는 것처럼, 언젠가는 회사에서 독립할거야! 라고 공허하게 외치던 나에게 말만 나불대지 말고 뭐라도 좀 하라는 일침을 가하는 책이었다.
광고대행사 AE로 커리어를 시작해서 마케팅으로 밥을 먹고 산지 햇수로 5년이 되었다.
주말출근에 하루 12시간씩 미친듯이 일하는 대신 돈을 많이 주는 회사에 3년정도 있었고, 빨간날은 무조건 쉬고 철저히 9 to 6를 보장하는 회사에 2년 정도 있었다.
중견기업이었던 광고 대행사에서는 업무의 범위가 넓었다. 직급을 달기 전에는 어느정도 영업을 해야 했기에 열심히 광고 영업을 했고 월 최소 1~2회 정도 서울을 오가며 수많은 광고주들을 만났다. 고양이 사료부터 시작해서 아기 유산균, 여행사, 다이어트, 쥬얼리, 리퍼가구, 지게차(?)까지 다양한 카테고리의 광고를 맡아 진행했다.
중소기업 브랜드의 마케팅 담당자가 된 후에는 업무의 범위 자체는 약간 좁아졌다. 한 브랜드에 한정된 광고운영을 했으니까. 하지만 월 6~7억에 달하는 마케팅 예산을 집행하는 회사였기에 정말 다양한 매체를 운영해볼 수 있었다. 특히 메이저 매체인 구글, 카카오, 페이스북 쪽으로 심도깊은 광고 운영을 할 수 있고 또 많이 배웠다.
5년이라는 기간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지만, 중견/중소기업을 경험했고 광고 대행사와 광고주 포지션을 모두 경험했다. 그닥 길지 않은 커리어에서 나름 알짜배기와 같은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요즘 평생직장은 없다
말 그대로다. 시기의 문제일뿐 우리는 회사에서 독립할 준비를 해야 한다. 모든 준비는 빠를수록 좋다. 대책없이 있다가 회사에서 밀려 나오게 된다? 평생 해온 직무와 아무 관계없는 치킨집이나 카페 같은 레드오션 시장에 떠밀려가는 것이다.
내가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입사했다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회사에서 주는 보상이 중소기업과는 비교조차 안되고 보상을 떠나 명예나 과시를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마지막 순간까지 회사에 붙어있으려고 했겠지.
하지만 모든 기업, 그중에서도 특히 중소기업은 절대 평생직장이 될 수 없고 중소기업 근로자는 그저 소모품이다. 경력이 쌓이면 부품 주제에 몸값이 올라가서 교체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그런 소모품. 수 많은 중소기업 사장님들을 힐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스스로 소모품이라고 생각하니 회사를 통해 성장하고 싶은 생각이 없고 출근해서는 그저 최대한 데미지를 적게 입고 퇴근하길 바라는, 소위 말하는 '몸 사리는'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사장님께도, 근로자에게도 둘다에게 최악의 상황이다. 이 얼마나 비참하고 별 의미없는 관계인가.
시간에 묶이기 싫다
일전에 경험했던 일이다. 회사에서 나를 포함 2~3명을 제외한 모든 직원들이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야근을 했다. 17시 40분에 퇴근인데 기존 직원들이 18시 30분 전에 퇴근하는 것을 본적이 거의 없다. 심지어 영업팀 팀장님은 퇴근하시는걸 단 한번도 본적이 없다. 과장이 아니다. 그정도로 야근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들 야근을 할까. 정시퇴근이 일반적인 상황이고 야근이 특별한 케이스여야 하지않을까. 나라면 어떻게든 야근하지 않도록 원인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했을 것 같다.
하지만 3개월 뒤, 야근하는 사람들이 이상한게 아니라 야근을 하지 않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 "주 1회 정도는 사무실 분위기를 생각해서 할 업무가 없어도 20시 정도까지는 사무실에 앉아있어라" 라는 해괴망측한 말을 들었다.
난 일을 해서 성과를 내고 싶고 그 성과에 따른 보상을 받고 싶은 거지 출근해서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것이 곧 성과가 되는 삶을 원하지 않는다. 성과를 평가할 역량이 없어 의자에 붙어있는 시간이 평가 기준이 되는 조직이라면 더더욱 사절이다.
진심으로 몰두해보고 싶다
일이 걷잡을수 없이 쌓이거나 직무와 무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면 이런 생각이 든다. "어차피 받는 월급은 정해져있는데." 이렇게 위에서 말한 '하루하루 몸사리는 직장인'이 되어간다.
어떤 사람들은 본인의 수입을 생각하지 않고 그냥 일 자체에 사명감을 느끼며 자신을 갈아넣는다. 일을 열심히 하면 돈은 따라온다, 와 같은 이야기를 한다. 너무 멋진말이다.
정말 미안하지만 난 최대한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도둑놈 심보를 지향한다. 그렇다고 범죄를 저지르거나 사기를 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한번 사는 인생, 일보다 재밌는게 훨씬 많아서 한살이라도 어릴 때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싶을 뿐이다.
그게 어려우니 적어도 하는만큼 정직하게 소득이 발생하는 일을 하고 싶다. 일을 하는 만큼 돈이 들어오는것을 보면서, 몸사리는 부품이 아닌 책임감을 갖고 전력을 다하는 프리랜서가 되고 싶다.
나는 노트북 한대만 있으면 일할 수 있는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취미인 글쓰기도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다. 회사에서 독립해야겠다는 생각을 2018년도 즈음부터 했고 '월 10만원이라도 월급 말고 직접 만들어보자' 라는 생각을 계속 했었다.
아직 모르는것이 많다. 아니 아는것이 없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니까. 당장 시작해보려고 해도 일감은 어디서 받아오는지. 종목은 글쓰기로 할지. 광고로 할지. 마케팅으로 할지. 종목을 정한다고 해도 과연 내가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을지.
물론 엄청 힘들거다. 취업에 성공해서 직장인만 되면,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고 이쁜 각시 만나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 행복하게 남은 여생을 살아야지! 했던 나였다. 근데 막상 직장인이 되고 불과 5년 뒤 하루빨리 직장을 졸업할 궁리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도 마찬가지로 힘들겠지.
막상 경험해보니 아닌 것 같아서 기를 쓰고 직장으로 되돌아가려고 할지도 모른다. 근데 뭐 어떤가. 어쨌든 해보고 싶은 일을 해보면 지나서 후회는 안할 것 아닌가.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가려는 길은 편하려고 가는 길이 아니기에 상관없다.
대책없이 퇴사하고 시작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못해도 3년 정도는 직장생활을 더 하려고 한다. 업무시간엔 회사 업무에 집중하고 당분간은 업무시간 이후나 주말을 활용해서 부업 형태로 시작할 것이다. 소득이 어느정도 꾸준히 발생하고, 업무시간까지 할애할 경우 더 큰 퍼포먼스를 내겠다 싶으면 프리랜서의 삶을 과감히 시도해보려고 한다. 무섭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기위해 계획하는 건 언제나 신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