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거북 Aug 19. 2020

기상과 출근 사이에 무언가를 끼워넣기

인생을 바꿀지도 모르는 아침 20분

 아침 공복 달리기를 시작한지 2년이 되었고 달린 거리는 600km가 넘었다. 사실 어디 가서 달리기한다고 말하기도 민망한 정도의 기록들이다.


 2년간 한결같이 한번에 달린 거리는 3km를 넘지 못하고(딱 한번 8km 뛴적이 있긴하다) 속도는 키로미터당 6분 정도. 그것도 혹한기는 안하고, 봄/여름/가을에도 보통 주 4회 정도만 달렸다.


 3km로 시작해서 지금은 한번 뛰면 10~15km는 사뿐히 뛰는 수많은 러너들이 이 글을 보고 비웃진 않을까 무섭다.


달리기를 시작한 목적


 달리기를 시작한 최초의 목적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살을 빼기 위해서이다. 결혼을 앞두고 있던 나는 다이어트가 필요했고, 아침 달리기와 식단 조절, 저녁의 근력운동을 통해 6개월만에 8kg을 감량하고 결혼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이어트라는 목적은 옅어졌고 그냥 습관적으로 달린다. 살을 빼겠다던가 마라톤에 나가보겠다던가 하는 구체적인 목적이 있었다면 더 빡세게 달렸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냥 부담없이 얄풀하게 달린다.


지금은 왜 달리는지


 난 회사에 가는걸 정말 싫어한다. 일이 싫은게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어딘가로 꼭, 세상이 무너져도 이동해야 한다는게 싫다. 줄에 매여있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난 TV 드라마도 안본다. 정기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TV앞에 가야만 하니까.


 그런 나에게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지옥과도 같았다. 피곤해서 더 자고 싶은게 아니다. 하루의 시작이 나의 의지가 아닌 "출근"이라는 강제행위를 위해 시작된다는 것이 너무 싫었던 거다.


 그래서 일부러 "출근"앞에 더욱 고통스러운(?) "달리기"라는 행위를 끼워넣었다. 고통스럽지만 강제성이 없고, 내 의지로 실행하는 일이며 보람까지 있다. 심지어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20분이면 충분하다. 오랑캐로 오랑캐를 잡는다고, 출근이라는 고통을 없애기 위해 달리기라는 더 큰 고통을 끼워넣은것이다.


달리기로 얻는 것


 위에서 습관적으로 달린다고 얘기했듯이 사실 얻는것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본적은 없다. 근데 글을 쓰기 위해서 천천히 적어보니 생각보다 많은게 아닌가! 앞으로 달리기에 대한 열정이 더 생길 것 같다.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서 적어보겠다.


[건강]

 일단 그 날 삶의 질을 결정하는 모닝똥이 정말 화끈하게 나온다. 몸 속에 축적된 분신들이 달리면서 아래쪽으로 떠밀려가서 그런건가?


 그리고 다이어트 효과는 모르겠지만 아침 붓기가 싹 빠진다. 헬쓱해 보이기 때문에 날씬하다는 일시적 착시효과를 얻을 수 있다. 샤워하면서 자신감+1을 얻고 하루를 시작한다.


[멘탈]

 기상 직후 씻고 바로 출근으로 이어질 경우, 정신이 몽롱하고 목소리도 잠겨있다. 그 사이에 달리기를 끼워 넣는다면, 정신이 쌩쌩하고 몸이 깨어나있다. 심지어 출근길이 약간 즐겁기도 하다.


 그리고 하루를 무언가를 성공하며 시작하기 때문에 기분이 매우 좋다. 보통 하루의 기분은 그날 아침 기분이 결정한다. 아침보다 중요한 시간은 없다고 생각한다.


[감성]

 하루하루 일어나 달리면 계절의 변화와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생생하게 눈으로 목도할 수 있다. 같은 시간에 뛰는데도 여름이냐 겨울이냐에 따라 밝기가 다르고, 그림자의 방향이 다르다.


 별것 아닌거 같아도 정말 되게 신기하고 내가 사는 이 세상이 멈추어있지 않구나. 내가 역동적으로 뛰듯이 세상도 열심히 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주말의 경우 아침에 평일과 같은 시간에 일어나 달리기를 하면 하루가 정말 길다. 주말에 낮잠이나 늦잠없이 하루를 아침부터 밤까지 온전히 보내는것만 해도 엄청난 메리트다.



 나에게는 평생 놓고 싶지 않은 습관이 세개가 있다.


 아침 운동, 독서, 일기쓰기.


 아침운동은 위와 같은 많은 장점들이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무엇보다 큰건 하루의 시작을 "달리기"라는 온전한 자신의 의지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달리기를 하고 출근길에 나서면, 1승을 먼저 거두어놓고 전쟁터에 나서는 느낌이 들어 너무 좋다.


 독서의 효용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기도 민망할 정도이고, 일기쓰기는 고딩때부터 지금까지 한순간도 놓지않고 진행하고 있다.


 인생을 만드는건 좋은 습관이기에 이 세가지 습관들은 결코 놓지 않을 것이다.


끝.

작가의 이전글 왜 그 사람이 말하면 사고 싶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