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처럼 춤추고 아이처럼 웃었다
스윙댄스의 매력은 아무리 소개해도 끝이 없지만, 빼놓을 수 없는 재미 하나가 바로 공연이 아닐까 싶다. 완전 초반에 이탈하지 않는 이상 보통 입문해서 한 두번의 공연은 하게 된다. 물론 본인이 내키지 않으면 거절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졸업 공연"이라는 것이다. 말만 들으면 되게 유치원에서 하는 재롱잔치 같은 느낌이 나곤 한다(사실 5~6년 이상 춘 선배들 눈에는 재롱잔치가 맞긴하다).
사실 나는 무대 경험이 일반적인 사람보다는 많은 편이긴 했다. 스무살 때는 친구들과 함께 교내 가요제에 나갔었고, 대학교 2학년때는 학술제에 발표자로 참가했다. 그리고 3~4학년때는 학생회장을 하게 되면서 남들 앞에 서는게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보니 관광 가이드 아르바이트도 잠깐이지만 했다. 아무튼 나는 남들 앞에 나서는 게 그렇게 막 무섭고 떨리지는 않았다.
우리 기수의 졸업공연을 할때, 인원이 많다보니 두 팀으로 나누어서 준비를 했었다. 나는 A팀의 센터였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나는 그 당시 남들 앞에 서는것에 대해 크게 거부감이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그냥 안무를 숙지하고 어떻게 하면 멋지게 공연을 할까 그 생각 뿐이었는데 같이 준비하던 동기들은 공연의 긴장감에 하루하루 초죽음이 되어갔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책상에 앉아 공부, 취업준비, 취업 후에는 생존과 승진을 위한 경쟁에 몰두하다가 갑자기 춤을 추게 된 것도 어색한데, 심지어 그것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 형태로 보여줘야 한다니. 초죽음이 되어가도 어쩔수 없다. 기왕 시작한거 뭐라도 남겨보고 싶은 마음에 우리는 약 2주간의 연습기간을 거쳤다. 그 과정에서 잘하는 사람들의 답답함, 못하는 사람들의 답답함. 그리고 연습에 열심히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 일정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 등등 때문에 동기들 간에 갈등의 골이 작게나마 생기기도 했다.
주말에는 5~6시간, 평일에는 저녁에 3~4시간 정도 연습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힘들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그 과정들을 견뎌냈고 수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했다. 참고로 졸업공연때는 일반 사람들도 구경을 하러 온다. 공연하는 사람들의 지인들이 알음알음 구경하러 오는 것이다. 공연 과정에서의 분위기를 보고 입문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고 한다. 졸업공연을 하는 날은 빠 전체가 흡사 축제 분위기와 같다.
아무튼 무사히 공연을 끝낸 우리는 엄청난 환희를 느꼈다. 온 몸이 땀으로 번들거렸지만 다같이 송정으로 엠티를 갔고 그야말로 광란의 밤을 보냈다.
그리고 이 공연 영상은 지금까지도 굵직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과장이 아니고 처음 공연을 하고 나서는 영상을 하루에 10번씩은 봤던 것 같다. 이 취미를 시작하고 끝내기까지, 잊지 못할 순간을 딱 하나 꼽으라면 바로 졸업공연이 끝난 순간이 아닐까 싶다. 이는 대부분의 댄서들이 아마 공감할것이다.
그 이유는 남들 앞에서 춤으로 공연을 한다는 것을 감히 상상하기 어려워서가 아닐까? 그렇기에 2주간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연습을 하고, 그 결과를 남 앞에서 선보일때 큰 환희를 느끼는 것이다. 다른 취미에 비해서 많이 알려지지도 않았고, 사회적인 인식도 썩 긍정적이지는 않으며, 진입장벽이 높아서 그렇지 한번 시작하게 되면 상상도 하지 못할 환희를 많이 느끼게 된다.
이 글에서 소개한 졸업 공연도 그렇고, 나같은 경우에는 강습도 했기 때문에 강습생들의 졸업공연을 끝냈을 때도 비슷한 환희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강습생 중에서 커플이 나오고, 그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둘 낳아서 가정을 꾸린 것, 대회에 나가서 입상한 것 등등.
이래저래 나이를 먹고 어깨가 무거워질수록 아이처럼 춤추고 환하게 웃을 일이 없어지기 마련이다. 6주간의 강습을 끝내고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할때 우리는 아이처럼 춤췄고, 공연이 끝나고 나서는 아이처럼 원없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