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하지만 현실을 모른다고 해야 할까. 아내는 IT업계가 얼마나 경쟁이 치열한지 결혼하고 나서야 알았다. 내가 대전은행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하러 대전에 내려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상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려 할 때 나를 말리지 못했다.
“오빠가 직장을 그만두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지만 오빠의 생각이 정 그렇다면 마음대로 해도 돼”
이렇게 한마디 한 것이 전부였다. 나를 사랑해서인지 배려심이 많아서인지 헷갈렸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6개월이 지나자, 그녀는 초등학교에서 예술 강사 일을 시작했다. 생업을 위해서였다.
이러한 그녀가 운전할 때마다 피곤함을 호소하는 것이었다. 운전하다가 졸릴 때 그녀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노래 부르는 것을 권유했다. 그녀의 전공은 국악이라 잘 어울릴 것만 같았다. 이러한 권유는 그녀만을 위해서 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국악은 나 같은 문외한이 듣기에는 너무 재미없기 때문이었다. K-POP이 전통음악에도 영향을 미쳐서 미날치와 같은 국악그룹이 유튜브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전통음악은 너무 재미없는 분야였다. 특히 그녀가 배우고 있는 판소리는 외계 음악 같았다. 악보를 보더라도 옛날 말이라서 그런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그녀가 부르는 노래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과 달리 그녀는 자신이 부르는 노래를 판소리라고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전통음악이라고 말하곤 하였다. 그래서 운전 중 졸릴 때마다 판소리를 흥얼거렸다. 이렇게 졸음을 이기려 노래하며 운전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몸에 뭔가 이상이 있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은 단순히 무리해서일 수도 있다. 그녀가 너무나 바쁘게 생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 근처 초등학교 예술강사로 여러 학교를 출강하고 있었고, 비영리 국악예술단체를 설립해 비정기적인 공연도 하고 있었다. 판소리 명창 집을 방문해 격주로 두 시간씩 판소리 강습을 받고 있기도 했다.
나쁜 습관이 반복되어서일지 몸을 무리해서일지 모르겠지만, 결국 그녀의 몸에 사달이 나 버렸다. 그녀는 자신이 설립한 비영리 국악예술단체 송년 공연을 마치고 집에 늦게 귀가하는 도중 극심한 피로가 왔다. 그녀는 집에 도착해서 제대로 씻지도 않고 잠이 들어버렸다. 나는 그녀가 결혼 초부터 몸이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다. 이것이 문제였다. 너무 무리해서 그렇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그녀가 회복하기를 기다렸지만, 증세는 점점 심해졌다. 결국 병원 가기를 그리도 꺼렸던 그녀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여러 가지 검사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충격이었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그녀에게 내려진 진단은 유방암이었다. 그나마 다행히 유방암 1기라고 의사가 말했다. 그녀는 충격을 받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예전에 암은 곧 죽음이라고 말했던 친구의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