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오기 전 우리 부부가 사는 곳은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공단 근처였다. 나는 그곳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한 분야라는 3D프린터 제조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이 회사는 스타트업 회사였다. 결혼 전에는 대기업 IT서비스 회사를 다녔는데, 계속된 야근과 프로젝트 실적 압박에 시달려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두었다. 이후 다시 다니기 시작한 회사가 이 회사였다. 하지만 이 회사는 공단의 아파트형 공장 건물 내에 위치해 있어서 그런지 미세먼지와 소음 등 매연이 심각했다. 생활환경이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랐을 때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모이세요. 식사 시간입니다. 아침 식사하러 오세요”
소리가 들려 12호실 문을 열고 1층 안내데스크 앞으로 나와보니 남성 청년이 건물의 1층과 2층을 오가면서 식사하라고 외치며 다니고 있었다. 곧이어 1층과 지하 1층을 연결하는 계단 사이의 벽에 아담한 크기의 종을 치기 시작했다. 땡그랑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종소리는 제법 2층까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식사 시간임을 알리고 있는 것이었다. 로비 앞 소파 의자와 방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와서 지하 1층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내와 나는 그들을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 1층 복도로 내려가자 식사하기 위해 내려온 사람들의 대기행렬이 보였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지하 1층 복도에 음식들이 뷔페 형태로 차려져 있었다. 어떤 사람은 몸이 많이 아픈지 느릿느릿 움직이면서 줄 서기를 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옆에 보호자로 보이는 청년이 부축하며 식사하는 대기 줄로 걸어오고 있었다.
“여보. 앞에 차려진 음식이 모두 채소네요. 고기가 보이지 않는걸요?”
내 바로 앞에 줄을 서 있는 그녀는 뷔페 음식으로 차려진 아침 음식에 기분이 좋아진 듯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건넸다. 그녀는 나와 함께 결혼하기 전인 연애 때만 해도 나의 식성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 당시 나는 노총각이었고 결혼을 빨리하고 싶어 그녀가 먹자고 하는 음식 위주로 먹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내 식성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내가 채식주의자라는 것을 비로소 그녀가 알게 된 것은 신혼 때부터였다. 그녀는 내가 육식을 싫어하고 채소 위주로 골라 먹는 것을 보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곤 하였으며 주변 친척과 친구들에게 소문을 내고 다녔다.
“뭘 생각해요? 빨리 음식 퍼 가야죠”
잠시 딴생각을 했던 나에게 그녀는 식판을 주면서 눈치를 주었다. 고구마 매쉬, 무 김치, 현미밥, 메밀국수, 미역국과 바나나, 귤 등 신선한 음식을 보는 것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우리는 식판에 음식을 떠서 앞사람을 따라 문이 열려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방은 식당 같지 않았으며 한쪽에 강단이 보였고 그 앞에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우리는 자리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