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직접 겪은 백신 접종률 1% 그 시절 대만의 이야기
현재는 대만에도 코로나 백신이 충분한 상태이며 백신 2차 접종률(2022년 1월 15일 기준)도 71.55%를 달성한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대만 설날(춘절)의 연휴를 위해 수많은 해외 거주 대만인들이 대만으로 돌아오면서 해외 입국자 수가 급증했는데 이러한 해외 입국자를 통한 국내 감염이 다시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대만의 상황을 지켜보며 2021년 중순, 직접 겪었던 대만 코로나 백신 부족 사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2021년 중순만 해도 대만에서 코로나 백신을 맞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이유는 다양한데,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2021년 5월 초까지만 해도 대만은 '코로나 청정 국가'였기에 부작용 심한 백신을 왜 맞느냐는 분위기가 있었고, 정부에서도 그렇게 적극적으로 백신 접종을 추진하지도 않았다.
그러던 중 2021년 5월 중순, 항공사 직원으로 시작된 감염이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까지 퍼져나가면서 0을 지켜왔던 대만의 확진자수는 순식간에 세 자리 수로 급증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행정 속도가 코로나 검사 속도는 이런 확진자수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였고 수많은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하려고 병원에 몰리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대만 정부는 급하게 정부가 운영하는 백신 접종 시스템을 만들어 대만의 백신 접종률을 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백신 수 자체가 너무 부족한 상황이었기에 5월 중순, 대만 백신 접종률은 고작 1% 언저리에 불과했다. 당시 백신 접종을 늦게 시작한 것으로 욕을 많이 먹었던 한국도 백신 접종률이 2%였던 걸 생각하면 당시 얼마나 심각한 상황이었는지 알 수 있다. 상황이 이렇게 급박해지다 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생필품 사재기를 시작하면서 한동안 수많은 가게에서 생필품 품절 현상이 발생하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기관 종사자나 의료계 종사자 등을 제외하고 일반 대만 국민들은 그저 자신들의 백신 순서를 기다리도 또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공공기관 종사자나 의료계 종사자 등의 백신 접종이 급한 특수 업종의 사람들부터 시작해 고령층부터 젊은 층으로 순서대로 백신을 맞다 보니, 나 같은 20대 일반 시민들은 무려 9월이 되어서야 겨우 백신 1차를 맞을 수 있었다.
또한 대만 내 백신 수뿐 아니라 백신 종류 자체가 워낙 부족해 한국처럼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을 자유롭게 선택해서 맞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이었다. 나처럼 일단 뭐든 빠르게 백신을 맞고 싶은 사람들의 선택할 수 있는 건 사실상 아스트라제네카와 대만 자체 백신(高端) 밖에 없었으며, 모더나나 화이자를 맞고 싶은 사람들은 대략 11월이 되서어야 겨우 1차를 맞을 수 있는 정도였다.
당시를 생각하면 혼란 그 자체였다. 일단 백신 접종 신청 접수 자체를 7월에 겨우 할 수 있었고, 그로부터 또 2개월을 더 기다린 9월에서야 1차 백신 접종이 가능했다. 또한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전기까지 부족해 수 차례 정전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대만 차이잉원 총통이 직접 나서서 사과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혼란스러운 시기 속에서 진행된 대만 정부의 강력한 방역 정책을 대만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었고 그 덕분에 세 자릿수까지 뛰었던 대만의 국내 감염도 빠른 속도로 안정되어 갔다.
이렇게 대략 4개월 정도의 혼란스러운 1차 접종시기가 지나가고, 2차 접종시기부터는 그래도 1차 때보다는 비교적 수월하게 백신을 맞을 수 있었다. 백신 부족 사태를 겪은 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백신을 수급해오고 대만 사람들이 큰 반발 없이 백신을 잘 맞아주다 보니 지금은 병원에 직접 가서 바로 백신을 맞을 수 있을 정도로 안정되었다.
이전 사스의 기억으로 방역에 워낙 민감하고 빠르게 행동하는 대만 정부의 강력한 방역정책과 대만 국민의 적극적인 협조로 2021년 말부터는 다시 국내 감염 0을 계속 기록했다. 그러나 2022년 초, 타오위안 격리 호텔의 해외 입국자를 통한 국내 감염이 다시 시작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두 자릿수에 불과한 미미한 감염 상황이지만, 타오위안 자체가 대만의 수도인 타이베이와 그렇게 멀지 않아 여전히 대만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더 큰 감염을 막기 위해 발 빠르게 행동하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가 시작한 지 3년이 되는 올해, 이제는 무섭다기보다는 그저 지겹기만 할 정도다. 이전에 평범했던 일상이 지금은 얼마나 그리운지. 매번 코로나를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네이버 웹툰 '유미의 세포들'에 나왔던 대사 하나를 인용하며 이번 글을 마치겠다.
소중한 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대가는 가혹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