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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고 Mar 07. 2023

대치동 역행자

대치동 이단아의 교육 반항기

대치동으로 들어와 대치의 아이들처럼 교육을 시킨 지 횟수로 4년 차.

말이 대치의 아이들처럼 교육을 시켰다고 하는 것이지, 사실 그들처럼 시키려고 구색을 맞췄던 정도?라고 말하는 것이 더 옳겠다.

해외 트랙을 밟은 큰 아이는 예외로 하고, 나의 작은 아이는 진짜 이놈의 정글로 들어와 ‘헬(hell)’이라고 경악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매일 매일이 우울하다.

멀쩡한 나의 아이를 지진아로 생각하는 것도 부모의 도리가 아닌 듯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아이의 친구와 계속 학원 갯수와 진도, 레벨을 비교하는 것도 못할 짓이다.

그래서, 과감하게 결단하기로 했다.

대치동 이단아가 어떻게 이 ‘교육’이라는 것에 반항하게 되는지를..



나의 아이는 현재 논술, 국어, 한자, 수학, 영어(학원과 영어독서실), 필라테스, 컴퓨터(수행) 학원을 보내고 있다.(사실 이 곳의 아이들에 비하면 현저하게 적게 시키는 경우임)

국어의 필요성을 초등 고학년에 와서나 뼈져리게 느끼고 있어 지난 겨울 방학부터 부랴부랴 대치의 국어학원을 샅샅이 파헤쳐 맘카페의 의견을 조언받고, 학원 설명회에 단 한 번도 빠짐 없이 참석하여 비교분석한 뒤, 그나마 내가 중요로 하는 부분을 제대로 채워 줄 수 있는 학원을 선택하여 2개를 보내기 시작했다. 

국어 학원은 나름 정평이 났던 데다가 현재 수능에서 판가름 나는 비문학이 커리큘럼에 있었고, 심지어 문제를 푸는 스킬까지 배울 수 있어 내가 가려워 하는 부분을 정확히 긁어 줄 수 있는 학원이었다.


그런데 레벨 테스트를 보러 갔던 날, 3시간에 걸쳐 시험을 치르고 나온 둘째는 얼굴이 노랗게 질려 울먹거리며 말했다.


엄마! 문제 대부분을 다 찍었어.,(흑흑)


후에 상담을 받으러 가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현재 수능 난이도 혹은 실제 수능에서 나왔던 문제들로 레벨테스트를 치뤘던 것이었다.

내색은 안했지만, 정말 놀라고 또 놀랐다.

그런데, 더 당황했던 사실은 이 테스트를 이미 둘째와 같은 나이의 아이들이 수능 1등급에 해당되는 점수를 받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상담 실장은 말했다.

현재 재원생과 신입생의 테스트는 같은 시험이었고, 3개월에 한 번씩 레벨 업을 위한 시험이어서 두 부류의 아이들을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도 했다. 과연 아이가 이 어려운 학원에 적응하고 내가 원했던 독해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지만, 그래도 내가 쉽게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나의 고등학교 친구 중 '절대 수능자'로 불릴 만큼 실제 수능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내었던 아이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학교에서 했던 공부라고는 수업시간에 집중했던 모습과 쉬는 시간에 짬짬이 책을 읽는 것이 전부였었다. 훗날 그 친구가 나에게 했던 말은,


-사실, 나 수능 지문 중에 하나 빼고는 전부 어디선가 읽어 본 내용이어서 쉽게 풀 수가 있었어!


결국은 독서량이 승패를 가른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아이들에게 무작정 독서만 시키기에는 시간도 턱없이 부족할 뿐더러, 어릴 때부터 독서 습관이 제대로 갖춰진 아이가 아니라면 지금 나이에 무작정 책읽게 하는 것도 분명 한계가 있다.

학원의 원장도 '비문학 어려운 독해들을 꾸준히 하다보면, 양으로 승부할 수 있게 되고 어디선가 아이들이 본 지문과 내용을 토대로 실제 수능에서도 점수를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전에 또다른 학원에서 아이 국어 레벨 테스트를 보는데 그 학원은 아이와 함께 부모들도 문제를 풀라며 갑작스레 시험지를 주었던 적이 있었다.

졸지에 나와 남편은 예고도 없던 레벨테스트를 치루게 되었다. 

시험이라니, 애나 어른이나 싫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나이에 무슨 국어 시험?’하며 끌탕 했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학원의 의도가 참 신선했다.

아이는 아이의 레벨에 맞는 문제지가, 부모는 부모의 레벨에 맞는 성인 문제지가 나왔다.

보고 나서 우리가 내린 결론은 같았다. 국어 수능의 관건은 지식의 양과 독서량이라는 것을.


그 학원에서 나온 문제는 2개의 지문이었다. 첫번째 지문은 공자,묵자,맹자가 주장하는 ‘인’에 대한 논리에 대한 지문이었고, 두번째 지문은 ‘암추적치료제’에 대한 내용이었다.

나나 남편이나 두번 째 지문은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었던 탓에, 단 한 번에 읽고 문제를 술술 풀 수 있었지만, 첫번 째 지문은 아무래도 생소했기 때문에 여러 번 읽을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했을 뿐더러 머리 안에서 이해하고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어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결국, 아는 내용의 지문은 제대로 빨리 풀 수 있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던 반면, 모르는 지식의 지문은 그 시간에 그 내용을 이해하고 체계화시켜 문제를 푸는 데에 몇 배의 시간이 걸렸던 것이었다.


고등학교 때 내 친구를 봐서도 그렇고, 우리 부부가 레벨테스트를 보고 느낀 바도 그랬고, 독서를 많이 해서 그 지식을 많이 쌓던지, 그렇지 못한다면 학원을 통해 지문과 지식, 그리고 스킬을 배워 도움을 얻는 방법 뿐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학원의 커리가 어렵더라도 처음에만 고생하고 하다보면 익숙해지면서 실력이 향상되지 않을까 내심 바라고 또 바라며 아이를 그 국어 학원에 떠밀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처음 몇 주동안 나와 아이는 씨름해 가며 학원의 숙제와 복습을 해 나갔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정도가 지나치는 내용들이 많았다.

어른이 보기에도 쉽지 않은 지문들을 계속 이해 시켜가며 학원을 보내는 것도 한계가 있는 듯 했다. 나중에 아이가 말했던 것을 종합해 보면, 결국 아이들도 지들끼리 숙제를 한 아이가 해 오면 거의 베껴 쓰는 경우가 허다 했고, 어려운 지문에 대한 답의 근거를 찾는데, 그 학원에서 알려준 스킬대로 답을 찾는다는 것이었다.



‘하아~’


정말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학원의 논리대로 아이들이 척척 따라가 주어 비문학의 방대한 지문들을 스폰지처럼 흡수해주고 때에 맞게 지식이 함양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좋은 학습 방법이 될 것이다.

또한 게중에 이러한 학습이 맞는 아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아이는 아직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첫째 아이를 키워봐서 알지만, 결국은 강압적인 교육 방식으로 아이의 입결을 성공할 수는 없다.

자신이 '이제 공부하겠다'라는 모티베이션이 전제되지 않는 한, 이러한 강제적인 방법으로는 아이나 부모나 고생할 뿐이다.

다른 학원들의 폐혜도 있지만, 여기까지만 하겠다.






우리 가정은 성공 사례가 있지 않은가.

물론, 트랙이 해외이긴 했어도 그 근간은 똑같으리라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공부에 대한 동기 부여이다. 공부하겠다고 맘을 먹는 그 순간, 게임은 끝이 난다는 아주 단순한 논리이다.

큰 아이를 그렇게 키워 놓고도 ‘대치’라는 특수한 곳에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이리저리 치이며, 아이를 자신과 맞지도 않은 학원들로 내몰아 갔던 것이었다.


현재, 나의 아이는 국어학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학원을 모두 정리했다.

수학은 나름 아이의 레벨에 맞춰 진도를 나가고, 조금씩 늘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계속 보내고 있는 유일한 학원이다.

영어는 큰 아이가 나름의 영어 노트를 만들어 우리 아이에게 맞는 최적의 방식으로 봐 주고 있으며, 국어는 내가 집에서 알맞은 교재와 지문들을 구하여 시간에 맞춰 풀리고 지문에 나온 전반적인 지식을 세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사실, 대치동에서 다른 사람들과 결이 다른 교육을 시킨다고 결정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나를 믿고 아이를 믿고 우리 첫째 교육의 성공 방식을 믿고, 대치동 교육과는 다른 형태로 공부해 보자고 우리 가족은 결심을 했다.

더이상 끌려다니지 말고, 우리 식대로 가자고 말이다.


학원비로 절약한 이 거대한 금액을 차곡차곡 모아 올 여름엔 우리가 지난 날 몇 년 동안 살았던 캘거리로 가서 추억을 되살려 보고자 맘을 먹고 티켓팅을 했다.

그리고, 올 봄엔 꽃이 예쁘게 핀 나라로 떠나볼까 생각 중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교육에도 정답은 없다. 나만의 방식을 정답으로 만들어 나갈뿐..

대치동의 이단아가 어떻게 교육에 반항하며 나만의 방식으로 내 아이를 키워낼지 나 역시 궁금해진다.


Peyto L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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