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는 이른 아침이면, 클래식 음악과 함께 기상을 한다.
엄마는 이른 아침,
클래식 음악을 키고, 뜨거운 커피를 내린다. 커피 향과 함께 잔잔한 클래식 음악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기상 시간임을 알고 Y의 눈이 떠진다.
아침 식사로는 엄마가 간단히 차린 오트밀과 베리류, 넛츠와 찐 달걀이 준비되어 있다.
착즙 낸 과채 주스를 먼저 한 모음 들이킨다.
잇따라 깔깔한 입안을 부드럽게 만들어 줄 오트밀 한 숟갈을 밀어 넣는다.
매번 먹는 베리 류의 과일은 참 시고 달아서 침샘을 자극한다.
그렇게 Y의 아침이 시작 된다.
식사를 간략히 마치고 나면, 엄마는 클래식 음악을 끄고는 거실 한 켠의 보조 책상에 앉아 Y와 함께 어린이 신문의 사설이나 독서 논평 등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일상적인 아침 전경이다.
20분 가량 신문이나 독서를 하고 토론까지 끝내고 나면, 시계의 큰 바늘과 작은 바늘이 가리키는 시간은 오전 8시 20분.
연수는 저학년 동생 2명과 함께 등교 채비를 하고는 집 앞을 나선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응, 그래. 연수야! 오늘은 영어학원 있는 날이니까 방과후 끝나고 바로 가면 돼!”
“당연히 알지. 이따 학원 끝나고 오면 엄마 있겠네? 이따 봐 엄마~”
쾌활하고 명랑한 성격으로 삼남매 중 가장 엄마와 코드가 잘 맞는다.
천방지축인 바로 밑 여동생은 Y와 한 살 차이이다.
Y와는 아주 딴 성향의 아이로 활동적인 아이라 늘상 놀이터에서 놀기 바쁘다.
“야, 너! 이따가 학교 끝나면 또 놀이터에 가지 말고, 오늘 한자 선생님 오시는 날이니까 바로 집으로 가라. 알겠어?”
살뜰하게 동생 스케쥴도 챙겨주는 Y.
“지가 뭐라고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내가 알아서 한다. 알겠냐??”
지지 않고 언니의 말에 대꾸한다.
Y는 한심한 듯, 동생을 한 번 째려 보고는, 현관문을 나오자마자 바로 빠른 걸음으로 막내 남동생을 챙겨 학교를 향한다.
생각보다 빨리 학교에 도착한 탓에 도서관으로 직행했다. 최근 신작으로 들어온 책을 도서관 선생님께 묻고는 두어 권 가방에 챙긴다.
“Y야! 이제 교실로 가도 되겠다.”
“네. 관장님. 안그래도 가려구요. 대출증 여기 있어요. 찍어 주세요!”
“응, 그래. 또 신간 들어오면 얘기해 줄게. 잘 가렴~”
“네! 좋은 하루 되세요!!”
가방 안에 빌린 두 권의 책이 무척 궁금하다.
한 권은 작년 문학동네어린이 문학생 대상 수상작인 소설이었고, 다른 한 권은 오늘 아침 어린이 신문에서 본 AI관련 책이다.
수업과 수업 사이 쉬는 시간들을 모두 합하면, 소설 책 반권은 읽을 수 있겠다 싶어 시간을 번 것 같아 괜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1교시 수학 시간.
대각선 뒤에 앉은 J가 학습지를 내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안해 온 모양새다.
그런데, J가 안 가져 왔다고 반장에게 말한다.
‘아무래도 안한 거 같은 모양새인데. 이따가 쉬는 시간에 다시 물어 봐야지.’
Y는 헛투로 넘어가는 성격이 아니다. 그래서 친한 친구의 거짓스러운 말도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꼭 확인하고 넘어가야 속이 풀리는 아이.
쉬는 시간.
아침 일찍, 도서관에서 빌려 온 신간 소설을 읽을 수 있겠다.
‘책과 노니는 집’
제목부터가 끌린다.
“책과 놀 수 있는 집이라는 건가? 서점? 조선시대 이야기인 듯 싶기도 하고.. 얼른 봐봐야겠다.”
혼잣말로 웅얼거리며, 책을 펼친다.
첫 장부터 시작되는 극적인 스토리 전개에 흥미진진하기만 하다.
곧이어 수업 종이 울린다.
‘하아.. 더 읽고 싶은데.. 쉬는 시간이 총 5번이니, 앞으로 40분 정도는 더 볼 수 있겠다.’
계속 읽고 싶은 마음을 서랍 속에 넣고는 이내 국어 교과 책을 펼친다.
‘와우~ 쉬는 시간에 책을 읽었더니, 확실히 교과서 글자들이 잘 읽힌다. 역시 독서의 힘이란 대단해!’
이른 아침 집에서부터, 도서관, 쉬는 시간까지 활자를 본 탓에 수업이 훨씬 쉽다.
몰입도가 강해지고 글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Y는 내심 생각해 본다. 독서가 왜 공부에 도움이 되는 지를 말이다.
점심 시간.
J를 비롯한 깜이, 대지, 아지가 왁자지껄 모여 게임 얘기를 나누느라 바쁘다.
“Y 쟤는 뭐야? 또 책이야? 췟!.”
대지가 흘깃 Y를 보며, 모여있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J~ 니가 가서 우리랑 같이 게임 얘기하면서 놀자고 해봐.”
깜이이 한술 더 뜬다.
“내가 왜? 책 읽고 싶어하는 애를 왜 데려와서 분위기 깨게 하냐?”
아이들은 못마땅한 눈치로 Y를 흘끔 쳐다보며, 뒷담화를 한다.
알리 없는 Y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읽는 소설 책이 정말 재밌기만 하다. 더이상 수업시간 없이 계속 이야기의 끝까지 가보고 싶은 마음 뿐이다.
하교 길,
“J야~ 너 오늘 병원 간다고 하지 않았어?”
역시 기억하고 있는 건, Y 뿐이다.
“어어.. 근데 잠깐 애들이랑 놀고 가려고.”
“너희 엄마가 휴가 내고 일찍 오신다며. 엄마 기다리시겠네. 얼른 가봐야하는 거 아냐?”
참, 기억력 한 번 대단하다. 아침에 얼핏 말한 거 같은데, 그걸 기억하고는 남의 일에 끼어들어 훈수 두는 Y가 다시 한 번 짜증나는 J.
“응, 금방 갈거야.”
쌀쌀 맞은 말투를 Y에게 건네고는 얼른 대지, 아지, 깜이가 있는 곳으로 뛰어간다.
아무래도 못미더운 J를 바라보는 Y.
“얼른 가. 엄마가 걱정하신다!!~”
뛰어가는 J를 향해 소리친다.
Y는 컴퓨터수행평가 방과 후를 듣기 위해 4학년 동생들 반으로 걸어간다.
‘에효.. J는 컴퓨터 방과후 수업도 빠지고 병원 간다고 해놓구선. 저렇게 놀러 나가다니.. 참..’
멀리서 영어학원 셔틀이 모습을 드러낸다.
방과후 수업을 마친 연수는 셔틀에 올라탄다. 셔틀 안에서 곧이어 테스트 볼 단어를 다시 한 번 재 점검한다.
“Perfect!”
내심 자신이 선다.
절대 재시험을 봐서는 안된다. 오늘 저녁 메뉴는 ‘떡갈비’라는 엄마의 카톡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를 저녁으로 먹을 생각에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겠다.
완벽하게 단어를 외워서 가볍게 테스트를 통과하겠다는 생각이 먼저 학원에 도착한 듯 하다.
학원이 끝나고 집에 도착한 Y.
현관부터 솔솔 떡갈비 냄새가 Y의 코를 후빈다. 침샘이 폭발한다.
“우와~!! 엄마!! 얼른 저녁 주세요~~!!”
“응, 그래. 손 닦고 오렴. 밥먹자~”
“네네. 엄마 최고!!”
연수는 가방도 팽개친 채, 화장실에 들어가 얼른 손을 닦고 나온다.
그리고 식탁에 앉아 세상 최고로 맛있는 저녁을 먹는다. 방과후 수업에 학원까지 간식 시간도 없이 소화한 스케쥴에 저녁이 꿀맛같다. 그것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떡갈비!
단숨에 먹어 치운다.
“아~ 이제 살 것 같다. 진짜 너무너무 맛있게 먹었어요. 엄마! 땡큐~. 참, 레벨테스트 결과 나왔는데, 성적표 가져 올게요.”
그제서야 책가방을 확인한다. 핸드폰도 확인한다.
그런데, 5통이 넘는 부재중 전화.
J의 엄마 번호가 떠 있다.
“어? 무슨 일이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