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
이사 선물로 받은 이오난사...
아파트 베란다에는 그리 많지는 않지만, 크고 작은 화분들이 한 귀퉁이를 차지하며 푸른 생명들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전에 살았던 아파트 베란다에는 배수시설이 없었다. 화분에 물을 줄 때마다 혹여라도 물을 너무 많이 줘서 화분 아랫구멍으로 새어 나온 물이 화분받침대를 넘쳐흐를 까 싶어서 늘 조심조심 물을 주다 보니, 어느 정도가 적당한 양인지 가름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내는 내가 물을 너무 많이 줘서, 자주 주어서 화분들의 식물을 죽인다고 늘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사실 내 나름대로 물을 주는 이유도 있었다. 한 번씩 베란다를 내다보면 축 늘어져 있는 이파리들을 보면, 아니 왜 저 애들을 목마르게 하는 거야? 화분의 흙도 바싹 말라있구먼... 자, 시원한 물 한 잔 드시게나... 아내는 자기가 화분의 물을 다 줄 테니 신경 쓰지 말라고 내게 말을 하지만, 아내도 그다지 식물 키우는 솜씨는 별로 없는 거 같기도 하고...
요즘은 덜 하지만, 아내는 봄이 오면 자주 시장에 가서 올망졸망한 다육이 식물이니, 자잘한 연둣빛 식물들을 사 오곤 하는데... 꽃집에서 싱싱했던 식물들은 우리 집에 오면 적응을 못 하는지, 주인을 잘못 만나서인지 그다지 잘 살아남지를 못하는 거 같았다.
몇 달 전,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를 오고, 아들의 여자 친구가 이사 선물이라고 '이오난사'라는 식물을 택배로 보내왔다.
핀란드시아 이오난사... 지금까지 못 보았던 종류의 식물이었다. 흙도 필요 없고, 물도 거의 주지 말아야 한다고... 그냥 장식용 그릇에 소복이 담긴 작은 이파리들이 공기를 정화한다나... 미세먼지를 먹어 치운다나... 물 주는 거에 신경 쓸 필요도 없이 그저 일주일에 한 번 물에 담갔다가 탈탈 털어 다시 제자리에 두면 된다는, 정말 키우는데 아무런 지식도 기술도 필요 없는 그런 식물이라고 했다.
그래서 정말 그런 줄 알았다. 그래도 장차 며느리 될 사람이 보내온 선물이니 나름 신경을 써서 돌보았다. 특별히 말이다. 인터넷에서 이오난사를 키우는 법에 대해 검색도 해보고, 혹시라도 예비 며느리가 인사하러 우리 집을 방문했을 때, 자기가 선물한 이오난사가 싱싱하게 우리 집 더러운 공기를 싹싹 열심히 먹으며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게 아닌가...
나는 인터넷과 U-Tube를 찾아가며 우리 집에 새로 들어온 식구가 제대로 자리 잡기를 바라며 열심히 관심을 기울였다.
한 달이 지날 즈음, 아들은 인사를 시킨다며 예비며느리를 집에 데려왔다. 밝고 명랑해 보였다. 밖에서 같이 점심 식사를 하고, 집에 와서 커피를 마시며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며 서로에 대한 이해의 시간을 가졌다. 물론 집 구경 하는 동안 안방에서 고이고이 잘 자라고 있는 이오난사도 보았을 것이다. 자신이 선물한 식물이 새로운 집에서 잘 적응하며 자라고 있는 것에 아마도 기분은 좋았지 않았을는지...
너무 쉽다는 말은 늘 내게 어려움을 가져다주었다. 말 그대로 쉽지가 않았다. 선인장을 선물 받으면서, 그냥 한 달에 한 번만 물을 주면 된다기에, 정말 한 달에 한 번 물을 주었는데 그놈은 말라죽어 버렸다. 혹여라도 말라죽을까 싶어 물을 주면 또 뿌리가 썩어 죽어버리고...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고... 아, 정말 나는 식물 키우는 재주가 없나 보다... 관심과 무관심의 그 중간을 찾는다는 게 이렇게나 어려울 줄이야...
우리 집 이오난사는 예비며느리가 다녀간 지 한 달 뒤에 안타깝게도 고사하고 말았다. 아무렇게나 내버려 두면 저 혼자 알아서 잘 큰다고 하더니만... 아, 이걸 어떻게 하나... 그냥 사온 게 아니라 선물로 받은 것이기에 기분은 더 무거웠다.
나는 아내에게 부탁해 인터넷 쇼핑몰에서 두 포기를 주문했다. 몇천 원 밖에 되지 않는 값싼 식물이었지만, 우리 집에서 생기는 갖가지 나쁜 공기와 먼지들을 정화해 주고, 혹여 나쁜 기운들을 없애버리는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새로 산 저 이오난사도 주인의 서툰 관리 덕분에 머지않아 또 말라죽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면, 나는 다시 또 새로운 이오난사를 구입해서 저 자리를 지키게 할 것이다. 그래서 선물한 이의 마음이 오래오래 살아 숨 쉬었으면 좋겠다.